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기쁨’은 ‘슬픔’을 불편한 감정이라며 멀리한다. 결국 설 자리가 없어진 슬픔은 슬픈 기억을 지키려다 마음을 고장 내버린다. 고장 나 버린 마음을 치유하는 키는 아이러니하게도 단순하다. 슬픔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인정받은 슬픔은 더는 애물단지가 아닌 소중한 감정의 일부가 됐다. 자존감도 마찬가지다. 낮은 자존감은 마치 슬픔처럼 마음속 불편한 부분이다. 하지만 불편하다고 눈길을 주지 않을 수는 없다. 오히려 제대로 바라보고 인정해야 한다.
 
  “상처 주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마음이 고장 나기 전에
  대부분의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자신의 성과를 믿지 않으려고 한다. 적극적인 행동으로 성취한 긍정적인 결과를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치부하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작은 부분을 영구적 패배로 보거나 자신의 성과를 운으로 치부해버려요. 이러한 행위는 ‘인지 왜곡’으로부터 발생하게 되죠.” 중앙대병원 김선미 교수(정신건강의학)는 자존감을 되찾기 위해선 전문 상담가와 상담치료를 통해 왜곡된 사고 경향을 바로잡는 교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허지원 교수(심리학과)는 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이 외려 오만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낮은 자존감을 과잉 보상하려다 자기를 과시하거나 완벽주의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타인의 결점을 지나치게 비난하거나 자신의 자존감을 건드릴 수 있는 모든 자극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요.” 낮은 자존감은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가혹한 양상을 띤다는 설명이다.

  『행복을 부르는 자존감의 힘』의 저자 선안남 작가는 낮은 자존감이 사회 문제를 생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존감은 개인을 넘어서 사회적인 문제로 뻗어 가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낮은 개인이 늘어나면 서로를 수용하고 소통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극단적으론 범죄를 비롯한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어요. 특히 양육자의 자존감이 낮을 때 자존감의 문제가 대물림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죠.” 직접적인 통증이 있어야만 병을 고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치료 없이 방치한다면 훗날 불어나 버린 감정의 무게는 견디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불편해도 들여다봐야 하는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선 자신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통스러운 감정을 애써 무시하려고 했다간 더 큰 딜레마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통스러운 감정을 기꺼이 수용하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자신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려는 폭이 넓어져야만 이전에는 고통받던 일들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학생생활상담센터 조혜현 전문상담연구원은 객관적 이해가 자기성찰과 맞닿아 있어 스스로 터득하는데 어렵다며 전문상담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또한 김은호 강사(교양학부)는 부정이 더 큰 부정을 불러오는 부정적인 소용돌이를 끊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작은 과제, 혹은 묵혀둔 과제에 의미를 부여하며 수행해야 해요.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의미는 부정의 소용돌이를 끊고 긍정의 소용돌이의 시발점이 될 수 있죠.” 작은 과제일지라도 이를 통한 성취는 부정적인 것을 잊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타인에 의해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치유하기도 한다. 김선미 교수는 상담치료뿐만 아니라 자신이 타인에게 도움 되는 존재이라는 것을 인지하면서 자존감이 향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존감 향상은 타인을 미소 짓게 하는 것과 같은 사소한 일에서 시작될 수 있죠. 타인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치유가 될 수 있어요. 이러한 부분은 상담치료에서도 체계적으로 시도하는 방법이에요.”

  자존감만 높아진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적십자간호대 한종숙 교수(간호학과)는 자존감뿐만 아니라 ‘자존감 안정성’을 함께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도 자존감 안정성이 낮으면 변화하는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해요. 그렇게 되면 자존감이 쉽게 손상당할 수 있어요.” 자존감을 일부 회복했더라도 방심해선 안 된다. 그사이 나를 향한 공격은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지켜볼 수만 없어
  획일적이고 자극적인 방송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자존감을 갉아먹고 있다. 그러나 이를 규제할 방법은 마땅치가 않다. “대중매체를 만드는 생산자는 책임의식을 가지고 기획 및 제작에 임해야 하지만 그들은 자본주의 논리에 지배당하고 있어요. 심지어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반영한 문화물은 더욱 빨리 확산하죠.” 김지은 강사(문화콘텐츠융합전공)는 생산자의 손을 떠난 콘텐츠는 수용자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계속해서 큰 과제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며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방송 편성을 법적으로 규제할 방법은 없어요. 하지만 수용자가 미디어를 해석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기른다면 방송이 변화할 순 있죠.” 유홍식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시청자로서 미디어를 단순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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