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 가장 빛나는 시기. 여러분의 하루는 어떻게 지나가고 있나요?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진 않나요. 이렇게 젊은 날의 하루하루가 모여 우리의 모습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번학기 중대신문 심층기획부는 20대 청춘, 그 젊은 날의 초상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오늘의 초상은 ‘자존감’입니다. 언제부턴가 “자존감이 없다”는 말이 유행어처럼 자주 쓰이기 시작했는데요. 우리는 언제부터 자존감에 예민해졌으며 무엇이 우리의 자존감을 뒤흔드는 것일까요. 젊은 날의 초상을 통해 알아보시죠.

  끝없는 자기비판
  자존감이 자괴감으로
 
  ‘나도 알아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난 못났고 별 볼 일 없지’ 가수 10cm의 노래 「스토커」는 자신의 초라하고 못난 점들을 하나씩 되짚는다. 다소 자기 비판적인 이 노래는 새벽만 되면 음원 순위에 등장하곤 해 ‘새벽 좀비’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가사 속에 등장하는 ‘나’가 마치 자신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해 이 노래를 찾는다. 홀로 남겨지는 새벽 어스름만 되면 사람들의 내면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자존감의 실체를 파헤쳐봤다.
 
 
  나 같은 게 무슨…
  자신의 자존감을 1에서 10까지의 숫자로 나타낸다면 4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이지인 학생(한국외대 독일어과)은 자신의 행복보다 타인의 시선에 더 예민하다. “어릴 때부터 또래 친구들 속에서 ‘쟤가 날 싫어하면 어떡하지’라고 종종 생각했어요. 그때 느꼈던 불안감이 아직도 남아있죠. 그 후론 습관적으로 남들 눈치를 보곤 해요.”

  자존감이 낮은 이들은 누구도 지적하지 않은 자신만의 콤플렉스로 인해 괴로워하기도 한다. 평소 학벌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정예은 학생(가명)은 출신학교를 밝히는 것을 꺼린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제가 다니는 학교만 보고 저를 판단해 버릴까 봐 항상 위축돼요. 저보다 좋은 학교에 다니는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지 않을까 걱정되거든요.”

  외모 콤플렉스 또한 자존감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최근 인턴 지원에 불합격 통보를 받은 최지원 학생(국어국문학과 4)은 ‘못생겼으면 똑똑하기라도 해야지’라고 생각하며 자괴감에 빠졌다. “이력서에 붙일 증명 사진을 찍고 보니 진지하게 성형이라도 해야 하나 고민이 되더라고요. 대외 활동만 나가도 예쁘고 똑똑한 사람이 정말 많거든요.”

  낮은 자존감은 긍정적인 상황조차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기민서 학생(연세대 국어국문학과)은 낮은 자존감 탓에 칭찬조차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칭찬을 칭찬으로 못 받아들이겠어요. 왜 내게 칭찬을 하는지 의심부터 들거든요. 얼마 전에는 살이 빠졌다는 얘기를 들었는데도 살 좀 더 빼라는 부담감으로 느껴져 ‘살 하나도 안 빠졌는데요!’ 라고 말하며 도망치듯 나왔죠.”

  주변에 도사린 ‘자존감 도둑’
자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있더라도 자존감을 위협하는 것들은 곳곳에 존재한다. 김지수 학생(한국외대 행정학과)은 인간관계를 맺으며 종종 자신에 대해 회의감이 든다고 고백했다. “고등학생 때와 비교하면 대학에서는 저한테 관심 두는 친구는 정말 적어요. 제가 학교에 가지 않아도 궁금해하는 친구는 없을걸요? 그럴 땐 아무리 스스로를 대단하다고 여겨도 남들에게는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 못난 사람인가 싶어요.”

  대학생에게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팀플 내에서의 인간관계 역시 자존감에 상처를 입히곤 한다. 정훈 학생(경영학부 1)은 지난학기 팀플 회의에서 자신의 의견이 비난당할까 두려워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지 못했다. “자존감이 낮은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자기주장을 자신 있게 개진하는 친구를 보니 나는 왜 저렇게 하지 못할까 라는 부러움에 저 자신이 작아 보였어요.”

  자존감 도둑은 학교 밖 아르바이트 현장에도 있었다. 최근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송현정 학생(동국대 경영학부)은 일의 육체적 고통보다도 정신적 고통이 더 크다고 호소했다. “고용주나 손님들이 하대할 때마다 ‘나도 우리 집 귀한 자식인데!’라고 마음속으로 상기하는데도 점점 나는 막 대해도 되는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느껴져요. 일한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도 자존감이 낮아져서 생기는 변화들을 느껴요.”

  온라인상이라고 해서 문제가 해소되진 않는다. SNS를 통해 타인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남몰래 스트레스받는 학생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보현 학생(이화여대 인문과학부)은 방학이 되면 SNS를 보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친구들이 다들 해외로 놀러 가서 예쁘고 즐거워 보이는 여행 인증 사진을 올리잖아요. 친구 삶에는 ‘좋아요’를 주지만 제 삶은 더 싫어지는 거죠. 나는 왜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만 보고 있는 건지 자책하게 되거든요.”

 
  TV에서 방영되는 치열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기적을 노래하지만 보는 이는 노래할 수 없다. 박지은 학생(한국외대 아랍어과)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며 확실한 목표가 없는 자신의 모습을 자책하기도 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이들은 저랑 또래이거나 한참 어린데도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도 확실한 꿈을 가지고 노력하잖아요. 반면 저는 미래에 뚜렷한 목표가 아직 없거든요. 그럴 때 스스로 너무 무능력하다고 느끼죠.”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