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가에서 학생들은 자존감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자존감이 너무 낮아졌다며 한탄하는 후배부터 시작해서 대외활동에서 만난 사람들 때문에 주눅이 들었다는 동기, 취업 스트레스로 인해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졌다고 말하는 선배까지.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듣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가에서 언제부터 ‘자존감’이 핫키워드가 된 것일까.

  사회라는 거울, 마음을 비추다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 상담센터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심리상담 요청자 수는 지난 2012년과 비교해 약 28% 증가했다. 상담실 수용인원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 상담을 원하는 학생의 수는 수치보다 더 많다.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출판가에서도 나타났다. 역대 최장기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던 책 『미움받을 용기』를 비롯해 책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와 같이 자존감과 관련된 서적들이 흥행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yes24 김성광 도서 MD는 자존감 관련 도서가 각광받고 있는 이유가 사람들의 계속되는 자존감 저하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속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존감이 떨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어요.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책들이 인기 있는 이유도 이런 사회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이죠.” 

   서점에서 자존감이란 키워드가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yes24 홍보팀 유승연 대리는 자존감 관련 서적에 관한 수요가 최근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자존감에 대한 도서들은 꾸준히 있어 왔어요. 하지만 2~3년 전부터 아동학대, 데이트 폭력과 같은 사회의 흉악범죄 이면에 낮은 자존감이 그 원인으로 꼽히며 보다 깊이 있게 관심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사회가 개개인의 자존감에 더욱 예민해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변화의 바람에 민낯을 드러낸 우리 마음
  허지원 교수(심리학과)는 자존감은 이미 오래전부터 학계의 주목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1890년대 처음 자존감이 심리학 용어로 사용되면서부터 오늘날까지도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 온 것이다. “자존감은 지난 2003년에 이미 전체 심리학 연구 주제 중 세 번째의 순위에 올랐을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었어요. 최근에는 많은 연구자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까지도 중요한 키워드로 이야기되고 있죠.” 학계에선 오래전부터 있었던 자존감에 대한 관심이 최근 들어 일반 대중에게도 부각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존감이 주목받은 이유를 여러 사회적 변화에서 찾았다. 그중에서도 김은호 강사(교양학부)는 사회의 수준 변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사회의 수준이 변하면 개개인도 그에 맞춰 자신의 자존감을 조정하게 돼요. 과거보다 경제 상황이 좋아지고 국가 위상이 높아지면 개인의 인식도 증가해 더 자존감에 예민해지게 되는 거죠.” 사회적으로 삶의 기준이 달라졌기에 개인의 자존감의 기준 또한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행복을 부르는 자존감의 힘』의 저자 선안남 작가는 근래 자존감에 대한 관심 증가가 경제불황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개개인의 경제기반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자신의 마음을 희생하면서까지 외적인 성취를 위해 달려왔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 또한 없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흔들리는 일을 경험하면서 그런 흔들림 속에 있는 개인의 마음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죠.” 그중 자존감은 마음을 돌아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기에 더욱 주목받았다는 설명이다.

  저출산 사회라는 구조적 변화가 사람들을 자존감에 더 예민해지게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병훈 교수(사회학과)는 다자녀를 키우던 과거와 달리 자녀를 적게 낳게 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원인으로 꼽았다. “요즘은 자녀 수가 적은 집에서 보다 집중된 관심을 받으며 사회화가 되죠. 그래서 이전 세대의 여러 형제가 어울려서 크는 것보다 자신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됐어요.” 각자 자신에게 더 집중했기에 현재는 과거보다 개인이 더욱 강하게 표현되고 있다. 자존감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표면에 드러나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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