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한데, 자리 맡아 둔 거에요
  • 김다혜 기자
  • 승인 2015.05.1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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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살롱은 쿠키(Cookie)와 살롱(Salon)의 합성어로 쿠키를 먹으면서 학생들과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도 해보고 친구도 사귀어보자는 의도로 기획됐습니다. 이번 주 주제는 ‘강의실 자리 맡기’입니다. 수업 시작 전 친구로부터 받은 ‘자리 좀 맡아줘’라는 문자 한 통, 다들 받아보지 않았나요? 이미 온갖 물건들로 맡아져 있는 자리에 “자리 있어요?”라고 물으며 자리를 찾을 때는 민망해지기도 합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같은 강의실 자리 맡기.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강의실 자리 맡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또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한번 이야기해봤습니다.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한 치열한 경쟁

과도한 자리 맡기로 피해줘서는 안 돼

다혜 : 안녕하세요! 이번에 처음 쿠키살롱 진행을 맡게 된 시사기획부 정기자 김다혜입니다.
성우 : 저는 시사기획부 차장 서성우입니다.
우삼 : 시사기획부 부장 심우삼입니다.
희 : 안녕하세요. 생명과학과 14학번 서재희입니다.
윤서 : 같은 과 14학번 오윤서에요.
민규 : 광고홍보학과 11학번 전민규입니다.
현정 : 안녕하세요? 지난번 쿠키살롱에 참여했었던 신문방송학부 13학번 박현정입니다.
김 : 첫 진행인데 많이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강의실 자리 맡기’입니다.

나는 오늘도 자리를 맡는다
김 : 다들 친구 자리를 맡아주거나 반대로 부탁해본 적 있나요?
재 : 매주 있지 않나? 매주 윤서가 맡아줘요.
오 : 1교시에 전공 수업이 있는데 집이 멀어서 항상 일찍 오거든요. 일찍 오다 보니 강의실에 아무도 없어서 여유 있게 친구들 자리를 맡아주죠. 학기 초에는 맡아놓은 걸 잊어버리고 다른 자리를 맡은 적도 있어요. 친구들은 저 덕분에 늦게 와도 자리가 있지만 그보다 일찍 온 사람들은 앉지 못하는 경우도 있죠. 일찍 온 사람들이 다른 강의실에서 책상, 의자를 가져와서 앉을 때도 있었어요.
전 : 저 있어요. 오늘 아침 수업에서 같은 과 누나 자리를 맡아줬어요.
박 : 저도요.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한테 지각할 것 같으면 자리를 맡아달라고 부탁하거나 제가 대신 맡아주기도 해요. 물론 저 역시 다른 사람이 자리를 맡아놔서 뒷자리에 앉은 적도 있고요. 수업 시작하기 15분 전에 갔는데도 이미 가방과 필통으로 자리가 다 맡아져 있더라고요.
김 : 저는 학년마다 달랐어요. 1학년 때는 눈치 보지 않고 제 주변 자리를 다 맡았어요. 그런데 2학년이 되자 슬슬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3학년이 되니까 이제는 같은 수업을 듣는 후배가 자리를 맡으면 눈치 주게 되더라고요.

너는 왜 자리를 맡는 거야?
심 : 자리 맡기를 하는 이유를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강의실에 자리가 부족해서 자리를 맡아주거나 앞자리에 앉기 위해 자리를 맡는 경우로요. 저는 후자의 이유로 자리를 맡아 달라고 부탁해요. 앞자리에 앉아야 공부가 잘되거든요. 경제학과는 칠판에 수식을 많이 적는데 뒤에 앉으면 제대로 보이지 않아요. 혹시 저처럼 꼭 앞자리에 앉으려고 하시는 분 있으세요?
전 : 저요. 정신이 산만해서 뒤에 앉으면 집중이 안 되거든요.(웃음)
박 : 저는 자기규제 차원에서 앞자리에 앉으려고 하죠. 딴짓하고 싶어도 교수님이 지켜본다면 못하잖아요.
오 : 제가 듣는 강의는 교수님께서 레이저 포인터를 쓰시는데 뒷자리에 앉으면 포인터가 어디를 가리키는지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앞자리에 앉으려고 하죠.
박 : 자리를 맡아주지 못하면 유대감이 깨지는 것 같아서 친구 자리를 맡아주기도 해요.
김 : 맞아. 여섯 명이 같이 수업을 들으면 그중 강의실에 빨리 온 한 명이 여섯 자리를 다 맡아요.
서 : 그래, 맡아주지 않으면 섭섭하지.
박 : 전공 수업을 친구 세 명과 같이 듣는데 어느 날 둘만 같이 앉아있고 제 자리가 없더라고요. 쿨한 척하면서 뒷자리에 앉았지만 조금 서운했죠.
심 : (어깨를 으쓱이며) 그런데 꼭 같이 앉아야 해요? 공부하는 데 방해되잖아요.
전 : 영화관에서도 떠들지 못하는데 굳이 친구랑 같이 앉는 거랑 비슷한 거죠.
김 : 우삼 부장님은 친구가 없으세요.
서 : 맞아요.
심 : 지금 무슨 얘기하는지 당최 하나도 모르겠네요.(심무룩)
서 : 저는 그렇게 무리지어 앉으면 꼴 보기 싫어서 일부러 특정 무리가 맡아놓은 자리에 앉아버려요. 내가 앉겠다는데, 내가 선배인데, 내가 나이가 많은데!(꼰대 근성)
전 : 저는 앞자리를 선호하는 이유가 교수님의 태도평가 때문인 것도 있어요. 태도평가는 주관적이니까요.
심 : 발표나 토론 위주의 강의인 경우에는 교수님의 개인적인 선호가 중요하죠. 앞자리에 앉으면 눈에 잘 띄니까요.
오 : 저도 교수님이 성적에 태도를 반영한다고 하셔서 앞자리에 앉은 적도 있어요.
서 : 앞자리일수록 아이컨택을 할 수 있잖아요.
김 : 또 교수님들은 앞에 앉는 학생들 이름을 더 잘 외우시고요. 더 인상에 잘 남는다는 뜻 아닐까요?
심 : 교수의 눈에 띄거나 집중을 잘하기 위해서 앞자리를 맡는 것 말고도 강의 환경이 열악하다는 이유를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울캠 인원이 너무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강의실이 부족해졌잖아요.
전 : 그러면 다른 학교에는 모든 학생이 만족하는 강의실이 있나요?
김 : 모두가 만족하는 강의실이 있을 수는 없지만 적당한 강의실 수에 학생 수도 적당하다면 괜찮지 않을까요?
심 : 맞아요. 강의를 듣는 학생이 40~50명만 되더라도 자리 맡기를 하지 않을 것 같아요. 굳이 앞으로 가려고 하지 않는 거죠. 그런데 100명이 듣는 강의실인 경우 뒷자리에 앉으면 강의를 제대로 들을 수가 없잖아요. 우리 학교를 보면 안성캠에서 서울캠으로 인원이 많이 올라와 수강인원이 늘면서 대형 강의가 많아졌잖아요. 서로 앞자리에 앉으려고 하는데는 이런 이유도 크죠.
박 : 자리 맡기가 익숙해지다 보니까 눈치가 보이는 것도 있어요. 제가 원래 앉던 자리에 복학생 오빠가 앉았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자리에 앉았는데 그 자리도 누군가의 자리잖아요. 마음이 불편해지면서 ‘내가 여기 앉으면 여기 앉던 사람은 어디 앉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 : 이런 상황이 정말 불편한 것 같아요. 이미 강의 초반부터 이 자리에는 항상 앉는 사람이 앉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렸잖아요. 내가 앉던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버리면 권리를 뺏긴 것 같고, 앉은 사람도 권리를 빼앗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자리 맡기 해결방법
제도 도입일까, 인식개선일까

김 : 해결방안을 얘기하면서 마무리해볼까요? 만약 지정좌석제를 한다고 하면 어떨 것 같아요?
서 : 1학년 때, 9시 수업이 지정좌석제 수업이었어요. 지정좌석을 정하는 전날 강의실에서 잤었죠. 그 전날 술 먹고 놀아서 집에 못 간 이유도 있지만.(웃음) 그런데 아침 7시 30분부터 자리를 맡으러 오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박 : 저 같아도 한 학기의 자리가 결정되는 순간이니까 새벽 일찍 갈 것 같아요.
전 : 지정좌석제는 별로예요. 앞에 앉아서 행복한 사람이 있고 뒤에 앉아서 행복한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데 지정좌석제를 해버리면 굳이 앞에 앉지 않아도 될 사람이 앞에 앉게 되잖아요. 이런 경우를 보면 지정좌석제는 공정하지만 비효율적인 것 같아요. 서로가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니까요.
전 : 그렇다면 줄을 세워서 번호표를 나눠주는 건 어때요? 조교들이 강의실 앞에 줄 선 학생들에게 자리 번호표를 나눠주는 거죠.
김 : 도서관처럼 좌석 배석기를 두는 건요?
심 : 그럼 한 사람이 학생증을 다 모아서 대리로 해줄 거 아니에요. 필통으로 자리 맡는 거랑 다를 게 없지 않나요?
서 : (손등을 내보임)
김 : 혈관 찍고 들어가자고요?(웃음)
전 : 아, 수강신청처럼 좌석신청을 하면 어떨까요?
박 : 공무원 학원에서는 실제로 2주에 한 번씩 인터넷으로 좌석신청을 받고 있어요. 앞으로 자리 맡기가 심해지면 이런 방식을 도입해야 할 것 같아요.
서 : 저는 굳이 친구들과 같이 앉아야 한다는 것부터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 그렇다면 역으로 생각해서 모두 다 같이 앉아도 된다고 생각해봅시다. 불가능하겠지만요. 누가 어느 자리에 앉든 기분 나쁘지 않게 말이에요. 우리 모두 친구라는 마인드로!(긍정 폭발)
심 : 누가 어디 앉든 기분이 나쁘지 않으려면 한 사람이 계속 좋은 자리에만 앉는 상황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상황이 계속되면 신경 쓸 수밖에 없죠.
서 : 뒷자리와 앞자리의 차이를 없애면 자리 맡기가 좀 사라지지 않을까요? 교수님이 뒷자리에서도 수업하거나 돌아다니면서 수업한다면 학생들이 굳이 앞자리를 맡지 않을 것 같아요.

강의실 주인은 이렇게 생각한다
김 : 마지막으로 나에게 자리 맡기란?
재 : 인간관계가 있으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
오 : 저한테는 큰 의미가 없어요. 사람들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같이 앉을 수 있고 따로 앉을 수도 있으니까 자리 맡기에 의미를 덜 뒀으면 좋겠어요.
박 : 부지런함의 척도. 나의 게으름을 부숴버릴 수 있는! 좋은 자리 맡으려고 일찍 일어나서 미리 강의실에 도착하니까 공부도 더 하게 됐어요. 맨날 지각했었는데 스스로 나름 채찍질을 하는 거죠.
전 : 내가 앞자리에 앉는 것은 수업에 집중하기 위한 발악이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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