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상은 모순덩어리, 마약쟁이, 그리고 아버지 - 중대신문
최종편집 : 2017.9.19 화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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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우상은 모순덩어리, 마약쟁이, 그리고 아버지
노채은 기자  |  esther@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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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29  23: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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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살롱은 쿠키(Cookie)와 살롱(Salon)의 합성어로 쿠키를 먹으면서 학생들과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도 해보고 친구도 사귀어보자는 의도로 기획됐습니다. 이번 주 주제는 ‘우상의 몰락’입니다. 어릴 적 누구나 갖고 있었던 선망과 동경의 대상인 우상은 각자의 꿈과 개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우상은 어색하고 불편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우상이 몰락하던 순간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꼈나요? 그리고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어떤 행동을 취했나요? 각기 다른 우상을 쫓던 3명의 중앙인들과 ‘몰락한 우상’과 ‘몰락하지 않을 우상’에 대해 얘기해 봤습니다.
 
 
   
▲ 일러스트 김신희씨
 
 

 

우상을 깨어가는
과정도 중요해


인간은 반드시 변해
우상은 깨질 수 밖에

 
채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중대신문 시사기획부 차장, 정치국제학과 2학년 노채은입니다.
현정: 저는 신문방송학부 3학년 박현정입니다.
윤: 네, 저는 정치국제학과 2학년 김태윤입니다.
김영: 경제학부 3학년 김영훈입니다.
: 네, 그러면 네 번째 쿠키살롱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주제는 ‘우상의 몰락’입니다.
각자의 영웅, 각자의 우상
: 본인들의 ‘우상’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 저는 딱히 우상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방향을 바꿔 ‘몰락’쪽으로 생각을 해봤죠. 제가 경제학부라 그런지 자본주의를 우리 사회의 우상으로 볼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런데 요즘엔 빈부격차도 심하고 자본주의에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은 것 같아요. 제 나름의 우상이었던 자본주의가 몰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죠. 더 길게…얘기해야 하나요?
: 앗, 더 자세한 얘기는 잠시 후에 들어보도록 해요. 현정씨는요?
: (당황) 어려운 얘기인 것 같아요. 저도 우상을 정해놓고 따르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상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아버지가 떠올랐어요. 저를 혼내지도 않으시고 많이 예뻐해 주셔서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많이 따랐거든요.
: 외동이세요?
: 아니요, 딸 둘! 어려서도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물으면 항상 “아빠가 좋아!”라고 했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저도 크면서 아버지의 다른 면이 보이더라고요. 아버지의 약점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 저는 힙합을 좋아해서 많이 들어요. 특히 ‘T.I’라는 랩퍼의 정신이나 가사가 멋있다고 생각해서 일종의 우상처럼 여겼어요.
내 우상이 몰락했다는 것을 확언한 순간
: 그럼 나의 우상이 몰락한 순간을 떠올려보죠.
: 저의 우상은 모순된 점을 보이면서 몰락했다고 볼 수 있어요. T.I가 쓴 가사 중에 ‘내 아내와 아이를 위해 마약은 하지 않지’라는 가사가 있었는데 결국 마약을 해서 경찰에 검거됐어요. 그때 우상이 깨졌죠.
: 저는 제가 그동안 믿어왔고 상상해왔던 아버지의 모습이 깨졌을 때요. 저희 아버지는 불같은 성격이세요. 한번은 아빠랑 불량 청소년에 관한 TV프로그램을 보고 있었어요.
: 불량 청소년? 난데…?
일동: 하하하!
: 근데 아빠가 TV를 보시면서 “쯧쯧, 저런 애들은…”하시면서 안 좋게 말씀하셨어요. 어릴 때였으면 그냥 넘겼겠지만 사춘기 때는 약간 마음이 삐뚤어진 상태잖아요. 나 들으라는 얘기처럼 들렸어요. 그래서 “아빠 저게 그렇게 보기 싫으면 다른 거봐”라고 얘기를 했죠. 저는 별 생각 없이 말 한 마디 던진 거였는데 아빠한테 심하게 혼났어요. 물론 저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을 했지만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에서 제가 그동안 상상해왔던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가 깨졌죠.
: 자본주의는 자기가 일한 만큼 돈을 받을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잖아요. 이건 절대 망하지 않을 위대한 발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대학을 갔죠.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 1,2학년 때는 원하는 것을 다했어요. 학회도 하고, 동아리도 하고, 연애도 했죠. 하고 싶은 것만 다해도 어차피 굶어죽을 것 같지는 않았거든요. 그리고 군대를 갔다 와서 전역을 했는데 친구들이 다 공부를 하고 학점관리를 하더라고요. 저는 애들한테 물었죠. ‘도대체 뭘 하고 싶길래 이렇게 학점관리를 하냐’고. 근데 곰곰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저도 학점관리를 해야 하더라고요.
: 먹고 살아야 하니까?
: 네, 무한경쟁사회니까요. 서울을 딱 보면 건물이 엄청 많잖아요. 그 수많은 건물들을 보면서 ‘저렇게 건물이 많은데 어떻게 내 것은 하나도 없지? 저 큰 건물은 누가 다 갖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옛날에는 제가 잘하면 다 될 줄 알았죠. 재밌게 즐기면 된다는 말 있잖아요. 근데 점점 더 그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 어떤 교수님이 강의 중에 자본주의가 몰락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내가 답답했던 이유가 이거였구나!’하고 깨달았어요. 그 후로 주변이 완전히 다르게 보였죠.
 
반감 혹은 다짐 혹은 순응
: 그럼 우상이라고 생각한 것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 부모님은 저에게 우상인 동시에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분들이잖아요. 그런 분들이 무너지기 시작하니까 신뢰했던 만큼 반감도 커졌어요. 그리고 ‘우상이란 것은 만들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우상은 제게 상처를 주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던거죠.
: 저는 처음으로 자본주의가 몰락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아, 그렇구나’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러다 ‘내가 뭘 하려고 하는데 자본주의가 막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불평불만이 늘어났어요. 근데 지금은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 하긴 부정하기에는 너무 큰 헤게모니잖아요.
: 그렇죠. 어렸을 때 저는 당연히 서울대 갈 줄 알았고,
일동: (기다렸다는 듯이) 나도, 나도!
: 자본주의 안에서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다 모순덩어리더라고요. 처음에는 우상이 몰락한 것을 보고 우상을 비난했지만 지금은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는 방향으로 생각이 바뀐 것 같아요.
: 저도 우상이 몰락하는 것을 보고 비난도 하고 반감도 가졌는데 점점 그 감정이 무뎌졌어요.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 있잖아요. 결론적으로 ‘우상은 세울 수 없는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몰락의 가능성이 있는 것은 우상이 아니지 않나요? 100% 완전무결한 것이 우상이라고 친다면 우상이 될 수 있는 것은 없지 않나 싶어요.
: 우상이라는 것이 절대적인 가치라고 정의 내린다면 그럴 수 있죠.
그 중에 으뜸은 사랑이요?
: 우상을 태윤씨처럼 정의한다면 할 수 없는 질문이지만, 우상은 반드시 몰락할 수밖에 없는 존재일까요?
: 인간관계에 있어서 우상은 깨지는 것이 옳은 것 같아요.
: 아…. 우상이라는 것은 심리적으로 먼 존재죠?
: 그렇죠. 예를 들어 제가 어떤 선배를 우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그 선배와 일정한 거리가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상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더 많이 경험하게 된다면 우상은 깨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우상이 몰락했다고 해서 그것이 나쁘다고만 얘기할 수는 없죠. 우상을 깨가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 우상이 깨졌다는 것은 내가 그 우상이었던 사람과 가까워진다는 의미와 동시에 그 사람도 나에게 솔직해지고 모든 것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도 긍정적인 것 같아요.
: 자본주의로 얘기해도 우상으로서의 자본주의가 깨진 다음에야 제가 더 정확하게 자본주의를 볼 수 있었던 거잖아요. 만약에 자본주의가 우상으로서 그대로 남아있었다면 저는 자본주의의 단면만을 아는 사람이었겠죠? 그게 깨지는 순간 더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 우상이 몰락하는 것이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군요?
: 그 순간은 배신감이 들고 반감이 생길 수 있지만 더 많은 면을 볼 수 있죠.
: 어떤 대상을 우상이라 믿는 내 자신이 변하기 때문에 우상도 깨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 맞아요. 우상 자체는 변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내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거나 그로 인해 생각이 변해 우상이 무너졌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사람은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에 우상이 될 수 없는 것 같아요. 다만 내가 좋아하는 인물들의 공통점을 우상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 같은 경우는 그게 사랑이더라고요.
: 해리포터에서도 해리가 덤블도어에게 “저는 절대 볼드모트를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잖아요. 그걸 듣고는 덤블도어가 “너는 그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갖고 있지 않니”라고 얘기하니 해리가 “저도 알아요. 사랑이잖아요. 근데 사랑이 뭐가 대단한가요?”라고 대답한단 말이에요. 저도 그 장면을 처음 보고 ‘사랑이 뭐가 대단하다는 거지?’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인생을 더 경험하다보니까 사랑이 모든 가치 위에 있는 절대적인 것이더라고요.
: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렇게 사랑으로 마무리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일동: 하하하!
: (박에게 손 내밀며) 동의하세요?
: 사랑을 우상이라고 보기는 힘든 것 같아요. 저에게 우상은 이제 좀 더 가벼운 의미거든요. 저는 우상을 가지는 것이 자기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를테면 이런 거죠. 제 친구 중에는 정말 아침잠도 없고 자기할 일을 똑 부러지게 잘하는 애가 있어요. 그런 부지런한 모습을 제 나태한 부분의 우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 자체를 우상으로 삼아 그의 모든 것을 따르는 것보다는 소소한 장점들을 내 단점의 우상으로 삼아 발전하는 것이 더 좋은거죠.
 
우상은 절대적일 수 없다
: 정리를 해볼까요? 당신에게 우상이란?
: 이루어지지 않는 첫사랑. 우상이라는 것이 깨지지 않고 몰락하지 않는 것이라면 다른 것들은 다 몰락해도 유일하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있는 우상은 이뤄지지 않은 첫사랑인 것 같아요.
일동: (박수) 와, 낭만적이야.
: 저도 절대 몰락하지 않는 것이 우상이라고 가정하고 얘기할게요.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 아시죠? 그 비유에서 인간은 동굴 안에서 진리라는 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만 볼 수 있다고 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우상은 거리나 크기에 따라 모습이 달라지는 그림자가 아닌 변하지 않는 그 빛, 즉 진리 아닐까요?
: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무슨 말인지 다들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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