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살롱은 쿠키(Cookie)와 살롱(Salon)의 합성어로 쿠키를 먹으면서 학생들과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도 해보고 친구도 사귀어보자는 의도로 기획됐습니다. 이번 주 주제는 ‘꾸미지 않는 여자, 꾸미는 남자’입니다. 패션과 미용에 투자하는 남자들인 ‘그루밍족’이 등장한 반면 꾸미기를 거부하는 털털한 여성들도 많이 보이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흔치 않은 그들을 향한 불편한 시선도 여전히 존재하죠. 이제 막 꾸미기를 시작한 사회초년생들과 ‘꾸미지 않는 여자, 꾸미는 남자’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남의 시선 의식하면
잃을 것이 더 많아
 
 
견을 극복하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
 
 
 
 
 

채은: 중대신문 시사기획부 차장 노채은이고 정치국제학과 14학번입니다.
예진: 15학번 경영학부 김예진이에요.
동호: 15학번 의학부 남동호입니다.
한영: 14학번 전자전기공학부 정한영이요.
김지: 14학번 사회복지학부 김지현입니다.
하롬: 14학번 사회복지학부 이하롬이요.
서인: 14학번 정치국제학과 박서인입니다.
노: 오늘 주제가 ‘꾸미지 않는 여자, 꾸미는 남자’거든요. 본인들은 꾸미지 않는 여자, 꾸미는 남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남자들에게) 내 여자친구가 안 꾸미면 어떨 것 같아요?
정: 안 꾸며도 예쁘면 좋을 것 같은데.
여자일동: (발끈하며) 결국 예뻐야 되는 거야! 타고나야 되는 거라니까.
노: 하하하, 쿠키살롱 본격적으로 시작할게요.

 
  넌 왜 꾸미고 넌 왜 안 꾸미니?
노: (여자들에게) 안 꾸미는 여자 어떻게 생각해요?
현: 내가 안 꾸미는데?
노: 왜요? 왜요?
이: 비비크림처럼 기본적인 것은 바르긴 해요. 하지만 화장하는 법을 잘 모르기도 하고 딱히 꾸며야 할 필요성을 못 느껴요. 나한테 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박: 저 같은 경우는 일단 화장을 안 하고 가면 친구들이 “야, 너 왜 화장 안했냐?” 이렇게 말해요. 꾸미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니까 ‘얘는 왜 안 꾸밀까?’하고 서로 의식하는 거예요. 남들 의식 때문에 꾸미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정: 그런 게 있는 것 같아 여자들은.
노: 제가 주변에 물어봤는데 귀찮아서 안 꾸민다는 여자들이 많더라고요.
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그런 것 같아요. 학교 올 때마다 꾸미기도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
노: (남자들에게) 혹시 화장할 생각은 없으세요?
남: (손사래 치며) 아, 저는 아니요. 자기가 하고 싶은 거라면 해야겠죠. 근데 저는 예전부터 화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주변에는 화장하는 남자들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화장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남자들도 주위 시선 때문에 많이 고민하는 거예요.
김: 일단 지나가다가 화장한 남자를 보면 쳐다보게 되는 것 같아요.
노: 이상하다고 느껴서 그런 건가요?
김: 그런 건 아닌데 ‘어?’ 이런 식? 흔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일동: 맞아, 맞아.
정: (슬그머니) 화장을 잘하면 저도 하고 싶은데.
노: 못해서 안 하시는 건가요?
정: 그렇죠. 모르니까.
김: 꾸미고 안 꾸미고는 남들이 뭐라고 할 영역이 아닌 것 같아요. 나를 표현하는 것이고 내 자유잖아요. 한국 사람들은 유독 남의 시선을 많이 신경 써요. 그래서 누가 꾸미고 안 꾸미는 것이 이슈화되는 것 같아요.
현: 제 친구의 남자친구가 사우디아라비아인인데 화장을 하고 아이라인도 그려요. 앞머리는 딱 반반으로 나눠서 반만 세우고 다녀요.
박: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슨 스타일링이야?
현: 근데 친구가 남자친구랑 같이 있다가 아빠를 만난 거예요. 친구 아빠가 제 친구 남자친구를 보고 “저 놈은 게이야?”라고 하면서 보기 싫다고 헤어지라고 하셨대요. 왜냐면 진짜 뷰러도 하고 립스틱도 바르거든요. 모델이기는 한데 말이죠. 일단 사회적으로 꾸미는 남자에 대한 불편한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노: 남자들이 꾸미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수요가 있기 때문 아닐까요?
남: 자기만족인 것 같아요. 솔직히 남자가 화장한다고 했을 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생각해보면 얻을 것 보다 잃을 게 훨씬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자기만족이 되니까 꾸미는 거라고 생각해요.
박: 혹시 김우빈이 나오는 광고 보셨어요? 꾸미는 남자를 불편해 하는 시각은 여전히 많아요. 하지만 그런 시선보다 아름다운 자신에 대한 남자들의 욕구가 더 커졌다는 것을 느낀 게 김우빈의 광고였어요.
노: 맞아. 한껏 꾸민 김우빈이 광고에서 “네 남자친구가 나보다 멋있어질 수 있어”라고 하면서 남자들의 자기만족 욕구를 막 자극하잖아요.
박: 네. 만약에 남자들이 자기만족보다 ‘무슨 남자가 화장품이야?’하는 남의 시선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그런 광고가 나오지 않았겠죠.
노: 남자들도 자기만족의 세계에 빠져든 거죠. 근데 내 여자친구가 안 꾸미고 내 남자친구가 나보다 막 더 꾸민다, 그러면 어떨 것 같아요?
이: 저는 다른 사람이 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제 남자친구가 그러면 조금….
노: 부담스러울 것 같다고요?
이: 뭔가…. 너무 지나치면 저는 반대에요.
김: 저는 괜찮아요. 나도 꾸미니까 서로 공유하는 게 있을 수 있잖아요.
노: 남자친구가 “야, 너 오늘은 아이라인 좀 번진 것 같아” 이러면….
김: (웃음) 그때 말해야죠. “야, 조용히 해!”

  꾸민다=여자답다, 남자답다?
김: 작년에 입학하기 전에 과모임이 있었는데 술자리에서 순위게임을 했어요.
박: (정색) 진짜 싫다.
김: 어떤 남자애가 저를 1위, 예쁜 여자애를 마지막 순위에 선정했어요. 무슨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 것인지 궁금했는데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어요. 시간이 지나서 다른 친구에게 그 기준을 듣게 됐는데 ‘친해지기 싫은 애’ 순위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1위로 뽑힌 이유가 뭔지 물었더니 ‘안 꾸미고 다니고 여자답지 못해서’라고 했어요.
노: (욱해서) 그걸 가만히 듣고 있었어요?
김: (어깨를 으쓱하며) 뭐 어떡해요. 그 이야기 들었을 때 걔는 군대에 가버렸는데….
일동: (화남) 와, 진짜 대박이다.
김: 여자는 꾸미느냐 안 꾸미느냐가 첫인상을 좌지우지하는 것 같아요.
노: 여자다운 게 뭐에요? 여자다운 것, 남자다운 것이 뭔지 듣고 싶어요.
김: 고정관념이죠.
노: 머리 길고?
정: 머리 길이는 상관없는데. 여자다운 것을 딱히 뭐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노: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여자답다는 것이 암묵적으로 사회적 동의가 이뤄진 개념이잖아요.
현: 여자는 화장을 해야지만 꾸민 건가요? 저 같은 경우에는 화장을 안 해도 나한테 어울리는 모자를 산다거나 예쁜 옷을 입는다거나 나름의 스타일을 가꾸는데 사람들은 안 꾸민다고 말을 하거든요.
박: 자꾸 얼굴이나 화장과 관련된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 데는 ‘패완얼, 헤완얼’(패션의 완성은 얼굴, 헤어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말처럼 ‘모든 것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인식 때문인 것 같아요.
정: 보이시하게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꾸미는 거 아니에요?
노: 근데 그걸 보고 안 꾸민다고 하잖아요. 실상은 꾸미는 것인데 인식은 아닌 거죠.
정: 그 스타일링을 못 받아들여서 그렇지 안 꾸민다고 생각하진 않는 것 같은데.
박: 여자가 여자다움을 보여야 꾸몄다고 하는 것 같아요. 찰랑거리는 긴 머리, 하얀 피부, 까만 눈썹, 오뚝한 코에 앵두 같은 입술까지. 이런 샤랄라(?)한 느낌을 표현해야 꾸민 게 되는 것이죠.
김: (머리 넘기며) 머리 한번 싹 넘기고.
일동: 맞아, 맞아.
박: 약간 오래된 인식이지만 여자들은 남자에게 선택을 받는 존재라는 인식이 강했잖아요. 그래서 외모로 어필하는 문화가 생긴 것 아닐까요?
노: 맞아. 반면에 요즘은 여성이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났으니까.
 
  진정한 아룸다움에 대한 해답을 찾아
노: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박: 절대적 기준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까.
남: 암묵적인 기준이 있지만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서 자신감 갖고 자기 스스로를 잘 꾸미면 그게 아름다운 것 같아요. 타인 중에도 내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맘에 안 들어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죠. 어차피 자기 기준에 따라 자기를 꾸미는 것 아닐까요.
박: 저는 아름다움이 꼭 외면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조심스럽게) 내면의 아름다움?
일동: 하하하, 너무 상투적이지 않아요?
박: 왜 요즘 ‘뇌섹남’, ‘뇌섹녀’라고 해서 ‘Smart is sexy’라고도 하잖아요. 내면의 아름다움도 중요한 매력인 것 같아요.
김: 맞아. 아무리 예뻐도 속이 안 차면 예쁘지 않은 것 같아요. 또 ‘Get It Beauty’보면서 ‘나 살 빼야지’, ‘이것 좀 사야겠다’하는 것처럼 남의 시선이나 유행을 쫓는 건 별로라고 생각해요. 나와 내 특성을 잘 알고 내가 어떻게 하면 예뻐질 수 있을지 잘 파악해서 꾸미는 게 아름다운 것 같아요.
정: 저는 뭐든지 자연스러운 게 아름다운 것 같아요. 꾸미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라 너무 과하면 안 한 것만 못하잖아요. 자신을 잘 파악해서 자연스럽게 꾸미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현: 저는 사회적인 시선을 저 나름대로 극복했다고 생각해요. 저 화장실 갈 때 한번 씩 다 쳐다보거든요. ‘여기가 남자화장실인가 여자화장실인가’ 오해도 많이 받지만 저는 제 스타일을 유지해요. 그래서 진짜 ‘미(美)’라는 것은 ‘무언가를 극복하는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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