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미끄러지는 위험한 언덕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3.12.0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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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러지는 보행자들

 

탐사추적: 중앙대 경삿길 집중 분석

  중앙대는 경사가 높기로 유명한 학교입니다. 가파른 경사로 학생들은 등교할 때마다 다리를 두드리죠. 하지만 힘든 것과 다르게 캠퍼스에는 ‘위험한’ 구간들이 존재하는데요. 해방광장에서 서울캠 기숙사 블루미르홀을 오르는 길입니다. 보행자는 물론 운전자들조차 두려워하는 경삿길. 어느 정도로 위험한지 취재해봤습니다.

 

 
▲ ① 공대에서 블루미르홀로 이어지는 길. 한눈에 봐도 아찔한 경사다.
 
 
블루미르홀부터 학생회관까지 이어지는 언덕
가파른 경사 때문에 조심조심 종종걸음
비 오는 날 미끄러움 배가 되고 눈 오는 날 빙판길 돼
 
 
  구정민 학생(교육학과 1)은 웬만해선 서울캠 블루미르홀에서 학생회관으로 이어지는 길을 지나지 않는다. 심한 경사 탓에 학기 초 길을 내려가다 큰 망신을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구정민 학생은 구두를 신고 치마를 입은 채 내려가다 미끄러졌다. 구정민 학생은 “스타킹이 나가고 발목도 삐어 움직이지 못했다”며 “같은 학과 언니에게 도움을 받아 겨우 보건소까지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블루미르홀에서 학생회관까지 이어지는 길은 경사가 가파르다.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듣기 위해 지나는 오후 2시 50분에도 학생들은 종종걸음으로 걸었다. 수업시작이 10분 남아 빨리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미영 학생(공공인재학부 4)은 “구두를 신은 데다 미끄러워 빨리 내려갈 수 없다”고 말했다. 송시조 학생(컴퓨터공학부 2)도 해당 길을 내려갈 때 미끄러지지 않게 항상 주의한다. 송시조 학생은 “봅스트홀을 이용해야 하는 공대생이라 자주 오르내린다”며 “수업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빨리 가야할 때는 넘어질까봐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가파른 길은 많은 학생들이 지나갈 수밖에 없는 ‘관문’이다. 길을 따라 공대 건물인 봅스트홀과 제2공학관, 블루미르홀이 있기 때문에 공대생, 블루미르홀 관생들은 이 길을 지나갈 수밖에 없다. 다른 길이 있지만 거리가 멀기 때문에 피해가기 힘들다. 정희라 학생(경영학부 2)은 “기숙사생들은 어쩔 수 없이 지나쳐야 하는 길이다”며 “특히 요즘 310관(100주년 기념관 및 경영경제관) 공사 때문에 지나야 할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덧붙여 “학교차원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 ② 블루미르홀 앞 경사로를 학생이 걸어 내려가고 있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가파른 경사로에 비가 내리면 미끄러움은 배가 되며 눈은 얼어붙어 빙판길이 돼버리기 십상이다. 신성철 학생(경제학과 2)은 “눈이 많이 왔던 겨울 해방광장에 앉아 있었던 적이 있다”며 “당시 많은 학우들이 넘어지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김세기 학생(기계공학부 4)도 “눈이 오던 날 배달 오토바이가 넘어지는 것을 목격했다”며 경사로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눈이 내릴 경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 길을 이용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경로를 이용하려면 먼 길을 돌아가야 하므로 불편함은 여전하다.
 
  경사가 심한 길 때문에 미화원들의 상황도 적신호다. 한 미화원은 “매달 102관(약학대학 및 R&D센터) 지하 삼층에서 청소용품을 받아 온다”며 “청소용품을 끌고 언덕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40대 미화원도 “청소용품을 옮기는 일이 가장 힘들다”며 “나이가 어린 나도 용품을 옮기는 게 힘든데 다른 미화원의 고충은 오죽하겠냐”며 불편을 털어놨다.
 
  눈이 내릴 때 가장 힘겨운 사람들은 미화원이다. 깊게 쌓인 눈이든 얕게 쌓인 눈이든 미화원이 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눈이 올 때 상황을 다섯 분의 미화원에게 들어봤다. 미화원들은 “쌓인 눈을 다 쓸고 아래에 언 눈도 깨서 치우는 작업을 했으며 경사가 급한 곳에서 제설 작업을 하다 넘어진 적이 많다”고 말했다. 
 
  경사가 가파른 길에 눈이 쌓여 미끄러움이 더욱 심해진 것이다. 한 미화원은 “해방광장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눈을 쓸다 넘어진 적이 있다”며 “실제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머리가 깨질 뻔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화원은 “같은 장소에서 눈을 치우다 넘어져 다리가 골절된 적이 있었다”며 “일을 계속해야 했기 때문에 깁스도 못하고 침을 맞으러 다녔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학생에게도 블루미르홀에서 학생회관으로 이어지는 길은 큰 방해꾼이다. 안명운 학생(사회학과 1)은 “해당 길로 지나다닐 일이 별로 없어 다행이지만 올라가야 할 경우 법학관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자주 올라가야 한다면 불편할 것이다”고 말했다.
 
  대학본부에서도 가파른 경사의 문제점을 시인하고 있다. 중앙대는 위치한 지형의 특성상 캠퍼스 곳곳의 경사진 길은 어쩔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건설사업단 김박년 팀장은 “애초 건물을 지을 때 땅을 평평하게 만들었다면 좋았겠지만 지형적인 한계가 있다”며 “캠퍼스를 평평하게 깎아낼 순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2기숙사 건축, 캠퍼스 재배치가 이뤄질 땐 해당 경사 길을 완전히 평평하게 만들진 못하더라도 완만하게 만들 계획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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