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학벌주의다
연애와 학벌
 
학벌주의 사회의 연애의 조건
 누구나 학벌에 대한 추억은 있습니다. 혹자에겐 학벌은 우월감일 수도, 혹자에겐 열등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학벌이 어느새 하나의 잣대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입니다. 학벌로 사람을 가늠하는 생각이 이젠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을 좌우하기에까지 이르렀습니다. 학벌주의 사회에선 연애도 예외는 없습니다. 비로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외쳤던 시대를 지나 연애는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고 되물어야 할 때가 온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심층기획부는 2주에 걸쳐 20대의 학벌주의를 연애의 측면에서 파헤쳐봅니다. 이번주는 학벌주의 사회의 새롭게 떠오른 연애의 조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결코 달콤하지만은 않은 20대의 연애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학벌로 애인을 평가하는 불편한 사회
나는 괜찮다는데 정작 주위에서 설레발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 움츠러드는 커플들
  
 
 
사람들은 애인을 사귈 때 조건을 본다. 외모, 성격 등 사랑의 조건은 다양하지만 학벌은 단연 돋보이는 조건이다. 학벌을 중시하는 풍조는 사랑하는 커플조차도 편견으로 바라보게 한다. 학벌 차이 때문에 불편한 시선을 받는 세 커플을 만났다.
 
전문대 남자친구와 명문대 여자친구
지난 8, 강별 학생(가명·사회대)은 연애를 시작했다. 남자친구는 놀이공원에서 알게 된 동료 아르바이트생.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했던가. “남자친구가 적극적으로 대쉬했어요. 그런 진솔함에 반했던 것 같아요.” 강별 학생은 진심 어린 남자친구의 모습에 마음을 열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상대의 마음을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저를 많이 좋아해주는 사람을 좋아하게 돼요.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강별 학생은 남자친구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부모님의 반응은 싸늘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남자친구가 생겼단 소식을 전한 그에게 불호령이 떨어졌다. 남자친구가 전문대에 다닌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남자친구와 사귀는 걸 곱게 보지 않으세요. 학력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부모 입장에서 자식이 만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한 건 당연지사다. 그의 부모님도 다르지 않았다. 가장 먼저 나온 질문은 학벌이었다. “어느 학교에 다니는 사람이야?” 그는 얼버무렸다. “그냥 학교 다니는 사람이에요.” 이어지는 어머니의 대답은 그의 심장에 비수를 꽂았다. “어느 학교 다니는지 얘기도 못하는 사람하고 왜 만나니?” 강별 학생은 어머니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전 남자친구들도 학벌이 좋은 편은 아니었어요. 왜 아쉬운 사람만 만나느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는 학벌 차이로 따르는 불편함에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고졸이나 중졸을 만나면 대화가 안 통할 것 같긴 해요. 관심사가 다를 테니까요.” 하지만 학벌이 연애에서 중요한 조건으로 고려되는 사회적 분위기에는 의견을 달리했다. 사랑에 학벌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그는 학벌로만 남자친구를 평가하는 부모님의 시선이 불편하기만 하다. 딸 가진 부모 마음을 이해하지만 속상한 심정은 어쩔 수 없다.
 
같은 학벌의 남자친구와 여자친구
지난 20, 1주년을 맞은 커플이 있다. 신소리 학생(가명·사회대)은 새터에서 남자친구를 처음 알게 됐다. 같은 수업을 듣고 같이 등교하는 덕에 자연스레 친해졌다. 신소리 학생은 남자친구의 굳은 의지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제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을 때도 절 좋아해줬어요. 일편단심 민들레 같은 느낌이었죠.”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내면을 꼽는 신소리 학생도 주위의 시선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어머니와 친구들의 반응은 그를 가시방석 위에 올려놓았다. “동기와 왜 사귀느냐고 물어요. 학벌이 비슷하니까 여자가 아깝다는 거죠.” 친구들은 과CC인 남자친구의 학벌을 연애에서 하한선으로 평가한다. 자신보다 학벌이 낮은 남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의 어머니도 사윗감은 정작 딴 데 있다고 생각하는 눈치다. “설마 결혼까지 하겠냐고 생각하세요. 한 번은 서울대생 친구가 고향까지 절 보러 온다고 말씀드렸는데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다른 곳에서 남편감을 찾는 어머니 때문에 남자친구에게 한없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의대생 남자친구와 평범한 여자친구
남지윤 학생(가명·사회대)은 의대생을 남자친구로 두었다. 학과 선배의 소개로 남자친구를 만난 지 어느새 2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는 남자친구의 어른스러운 모습에 끌려 교제를 시작했다. “남자친구는 데이트할 때도 계획을 세워 오더라고요. 그런 꼼꼼한 면들이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남지윤 학생은 즐거운 연애를 꿈꾼다. 어머니로부터 20대 때는 조건 따지지 말고 재밌는 사랑을 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왔던 터. 남지윤 학생도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크게 학벌을 보진 않는다. 그러나 요즘 그는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의대생 남자친구를 둔 탓에 졸지에 부족한 사람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에게 괜한 충고를 던진다. “남자친구가 의대생이란 걸 알면 꼭 잡으라고 해요. 그때마다 제가 작아지는 느낌을 받아요.” 그는 사람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가 뭐가 부족해서 남자친구에게 무조건 잘해야 한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남자친구가 의대생이라 오히려 단점도 있다. 바쁜 의대 일정상 남자친구와 시간을 맞춰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의 고충을 투정으로 듣는다. 남자친구가 의대생이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눈치다.
 
학벌을 중시하지 않는다지만 남자친구가 생긴 뒤 부모님의 시선도 달라졌다. 남자친구를 사귀기 전 그의 통금시간은 오후 11. 남자친구가 생긴 지금은 오히려 1시간이 늘었다. “남자친구를 신뢰하시는 것 같아요. 늦게 들어와도 남자친구를 만나고 오면 봐주시더라고요.” 늘어난 통금시간은 혜택의 시작에 불과했다. 처음 사귄 남자친구인 데다가 의대생 씀씀이에 맞추라고 용돈도 올려주었던 것이다.
 
사랑하는 데도 학벌을 따져야 한다는 분위기는 맘껏 사랑하고 싶은 커플을 눈치쟁이로 만들고 있었다. 남지윤 학생은 남자친구의 학벌을 물으면 그냥 같은 학교 CC 정도로 둘러대고 있다고 말했다. 애인을 소개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인 학벌 앞에서 커플은 자꾸만 움츠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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