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보다 낮은 학벌에 자격지심 느낀다
남자의 학벌이 더 낮으면 힘들다는 통념
학벌에 대한 신뢰, 점점 더 강해진다
 
 
드라마의 흔한 소재인 부잣집 아들과 가난한 집 딸의 사랑과 다큐멘터리에 종종 소개되는 장애를 극복한 사랑. 온갖 조건을 넘어선 사랑에 사람들은 눈물짓고 박수갈채를 보낸다. 그러나 자신의 사랑을 시작할 땐 이내 현실로 돌아와 조건을 따지는 합리성을 발휘한다. 장애는 없는지, 집은 잘 사는지, 예쁘고 잘생겼는지. 조건이 충족돼야 사랑에 뛰어든다. 조건부 사랑을 하는 이들에게 드라마는 없다. 급기야 직접 보고 재고 따지기 전에 상대방을 판단할 수 있는 가늠자를 하나씩 만들기 시작한다. 바로 학벌이다.
 
학벌에 기가 죽는다= 김성연 학생(가명·간호대)은 학벌이 낮은 이성이 싫은 이유로 자격지심을 든다. 학벌의 벽 앞에 풀이 죽은 상대방과는 관계를 지속하기는 힘들다는 것. “남자들은 뭔가 우쭐대고 싶어 하는 면이 있잖아요. 저보다 학벌이 낮으면 그 남자 스스로 움츠러들어서 관계가 삐걱댈 것 같아요.” 이진주 학생(가명·자연대)은 실제 연애에서 상대방의 자격지심을 느꼈다고 말한다. “상대방이 대학교를 나오지 않아서 위축돼 있었어요. 처음엔 미안했는데 나중엔 왜 그렇게 신경 쓰나 싶었어요.”
 
학벌은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부담이 되어 돌아온다. 현진아 학생(가명·예술대)은 오히려 학벌이 높은 이성이 더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제가 잘난 사람이 아니니까 학벌이 높은 사람과 같이 있으면 기가 죽을 것 같아요.” 학벌 때문에 풀이 죽은 연애를 할 바엔 차라리 학벌을 따져가며 연애하겠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주변의 시선이 문제= 드라마에서 보듯 장벽을 넘어선 사랑의 가장 큰 걸림돌은 주변 사람이다.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연애 상대의 낮은 학벌을 소개한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지 않죠.” 장유진 학생(가명·간호대)의 말이다. 연애는 당사자의 일이지만 주변 시선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 그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라도 상대방의 학벌이 아주 낮으면 다시 생각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남자와 여자의 학벌을 보는 잣대는 사뭇 달랐다. 정진우 학생(가명·경영경제대)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남자보다 여자의 학벌이 더 높으면 좋지 않게 보지만 반대의 경우엔 그렇게 신경 쓰지 않잖아요.” 최지민 학생(가명·예술대)도 비슷한 말을 꺼냈다. “친구들을 보니까 남자의 학벌이 높거나 비슷하면 오래가지만, 남자의 학벌이 낮은 경우는 금방 깨지더라고요.”
 
학벌은 선입견 아닌 경험= 신영은 학생(가명·예술대)이 학벌을 보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그는 흔히 말하는 노는 애들이 지방대에 진학하는 것을 보고 학벌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제가 다닌 고등학교는 학업 분위기가 좋지 않았어요. 거기서 자유분방하게 행동하던 친구들이 대개 지방대로 가더라고요. 그 친구들이 미친 영향이 컸어요.” 장유진 학생의 경우 미팅 경험이 학벌에 대한 그의 생각을 확신하는 계기가 됐다. 그가 미팅했던 상대는 전문대생. 그는 상대방의 태도 때문에 좋지 않은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예의도 지켜주지 않고 굉장히 문란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결국 자리를 나오면서 역시 차이가 나는구나싶었어요.” 장유진 학생은 학벌에 따라 성실성, 책임감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학벌은 그 사람의 노력을 말해준다고 생각해요. 공부가 자신에게 맞든 아니든 학창시절에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보이잖아요.”
 
결혼까지 내다본 선택= 언제까지고 연애만 할 순 없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사람들은 좀 더 먼 미래를 함께할 인연을 찾아 나선다. 장유진 학생은 결혼까지 생각했을 때 자신보다 학벌이 높은 상대를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학벌은 능력이기 때문이다. “길게 봤을 땐 내 인생을 상대방에게 맡겨야 하잖아요. 누구나 능력있는 상대를 만나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기 원할 거예요.” 정진우 학생도 군 제대 후 결혼을 전제로 이성을 보게 됐다고 말한다. “군대를 갔다 왔더니 인생의 조언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여자를 찾게 돼요.”
 
입사에 서류전형이 있다면 연애에는 학벌이 있다. 상대방의 자신감, 책임감, 능력 혹은 생각 그 자체를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는 1차 저지선. 이들의 생각을 뒤바꿔줄 만한 사례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학벌이란 가늠자는 주변의 시선, 자신의 경험 덕분에 점점 더 믿을 만한 것이 되어간다. 공부가 다가 아니라는 말을 비웃듯이 학벌은 연애를 잠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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