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이 슬픈 취업준비생
좁은 취업문에 학생들은 국가고시로 몰린다
취업준비생에게 휴학은 대수롭지 않은 일
심리적 부담 탓에 졸업을 유예하기도

취업난의 물결을 타고 돌아온 '연어'
  고향을 떠나 성장한 연어는 산란을 위해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온다. 다시 고향을 찾는 연어처럼 취업난을 피해 학교로 돌아온 취업준비생들. 귀향길이 서러워 슬픈 연어를 만났다.

  취업이 어려운 대학생들은 국가고시 공부에 눈을 돌린다. 학점과 스펙이란 제약 없이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취업문이 너무 좁은 것 같아요. 그래서 취업이 어려운 대학생들은 공무원 쪽으로 많이 몰려요.” 행정고시를 준비 중인 한민석 학생(가명·인문대)은 올해 중앙대로 돌아왔다. 휴학계를 낸 지 3년 만의 복학이다. 처음에는 공익근무를 수행하려고 휴학계를 냈던 그는 국방의 의무를 마친 지난해 5월, 곧장 학교로 돌아올 수 없었다. 공무원이란 장래의 꿈을 위해 행정고시를 준비하기로 하고 한 학기 더 휴학했다.

  그러나 공무원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행정고시를 준비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그를 에워쌌다. 그가 속한 인문대의 한 학기 등록금은 약 340만 원. 한민석 학생이 1년 동안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공부한 대가 역시 약 340만 원으로 한 학기 등록금과 맞먹는 수준이다. 서울에 널리고 널린 학원은 지방에 사는 탓에 문턱에도 가지 못했다. 종합반 형식으로 여러 과목이 묶여 있는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이 유일한 공부법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학교에 복학한 뒤로 행정고시를 준비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과 학생회장을 맡게 되면서 밀려온 학과 일을 처리하는 것도 그에겐 벅차기만 했다. “복학한 뒤로는 고시 공부를 쉬고 있어요. 학과 일과 행정고시 준비를 병행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아직 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는 사실 또한 한민석 학생을 압박하는 족쇄가 됐다. “언젠가는 졸업을 해야 하니까 학점을 이수해야 하는데 오래 휴학을 할 수는 없었어요.” 결국 한민석 학생은 지난학기에 학교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는 복학하면서도 휴학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일단은 최소 4학년 1학기까지 학업을 마치고 다시 취업준비를 하려고 해요. 그 때는 제대로 휴학해야겠죠.”

  취업이 어려워 학점을 이수하고도 일부러 졸업을 미루는 학생도 있다. “지난학기에 학부 공부를 마쳤지만 졸업을 유예하고 있어요.” 언론사 입사를 꿈꾸는 석기준 학생(가명·경영경제대)은 취업을 위해 졸업을 유예했다. 학교 제도상 졸업 논문을 내지 않으면 자동으로 졸업이 보류되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는 취직하고 나서 졸업하는 게 소원이 됐다. “아무래도 취직하고 졸업하는 게 좋죠.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려면 사회적으로 보는 시선이 부담되거든요.” 대학을 졸업했는데 왜 취직을 못하냐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다는 것이다.

  ‘배움을 쉰다’는 의미의 휴학은 사라졌다. 지난 겨울 한 학기를 휴학한 석기준 학생은 유난히도 추운 나날을 보냈다. 마지막 학기를 앞둔 상황은 그를 쉬지 못하게 만들었다. “남들은 휴학하고 여행을 간다는데 제게는 그 말이 와 닿지 않아요. 기업에 낼 성적을 따기 위해 영어공부를 하고 취업을 어떻게 준비할지 고민하는 시간이었거든요.” 석기준 학생은 ‘경험’을 쌓기 위한 시간으로 휴학을 사용했다. 복학하기 전 두 달간 언론사에서 인턴을 한 것. 그에게 배움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한다는 것은 사치였다.

  지금 그는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 중이다. 남들이 가진 자격증은 자신에게도 필수라는 조바심에서다.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불안해서요. 한국사와 한자 자격증은 따 놨고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어요.” 취업준비에 드는 비용은 모두 석기준 학생의 몫이다. 그는 돈이 급할 때마다 단기 알바를 뛰고 있었다. “힘이 드는 만큼 보수가 세서 시간 날 때 한 번씩 나가 일하고 와요.”
두 학생은 학교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취업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에 동의하면서 말이다. 석기준 학생은 후에 언론사로의 취업이 어려울 경우 다른 직종으로 취업할 생각이다. “하나의 꿈을 바라보는 외길을 걷기엔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있어요.” 졸업을 유예하거나 장기간 휴학하는 학생들은 바라던 꿈을 포기하고 서서히 ‘현실’에 시선을 옮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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