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떠나 대외활동에 매진하는 대학 풍경이 익숙하다

‘남들과 다른 나’를 찾아서…대학생, 대학을 떠나다
전공 대신 대외활동으로


차별성은 경험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가 떠난 해>에는 저마다 색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파랑, 빨강, 하양…. 그러나 오직 다자키 쓰쿠루, 그에게만 색이 없다. 그의 순례는 무채색으로부터 시작된다.

  오늘날의 대학생들은 마치 다자키 쓰쿠루와 같다. 스스로에게 색을 입히기 위해 순례를 떠나는 그들의 발걸음은 모두 대학 밖을 향한다. 취업은 ‘남들과 얼마나 다른가’를 겨루는 싸움, 취업준비생에게 요구되는 것은 차별성이다. 그러나 비슷한 수업을 듣고, 비슷한 교내 활동을 하는 것만으론 취업의 문을 열 수 없다. 그래서일까. 대학생들이 대학을 떠나고 있다. 그들이 찾는 것은 ‘경험’이었다.

  정수빈 학생(영어영문학과 2)은 남들보다 이르게 휴학을 결심했다. 오랜 꿈이었던 통·번역 분야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싶었기 때문이다. 중앙대에는 통·번역학과가 없어 대신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전공 수업은 그가 원하는 바를 완전히 충족해주지 못했다. “제 전공이 영어권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는 유용한데, 사실 통·번역과는 거리가 있어요.” 영문학은 인문학인 반면, 통·번역은 사실상 실용 학문인 까닭이다. 그래서 그는 새내기 시절부터 1년간 휴학하며 다양한 대외활동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을 시작으로 여수세계박람회(EXPO)에서 VIP 통역을 맡는 등 굵직한 국제 행사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그 외에도 공모전, 인턴 등 통·번역과 관련된 분야라면 안 해본 대외활동이 없을 정도다. 대외활동을 위해 결심한 1년간의 휴학. 자칫하면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생각이 들 수 있었지만 정수빈 학생은 오히려 그 반대였다고 말한다. “휴학을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통·번역은 ‘글로 배웠어요’가 안 되는 분야거든요.”

  대학 진학 전 진로를 결정한 것이 정수빈 학생에게 큰 도움이 됐다. 꿈을 정하지 못했다면 대외활동도 쉽지 않았을 거라는 이야기다. “진로 설계를 빨리 해서 대외활동도 제 관심사와 관련된 분야에서 시작할 수 있었어요.” 정수빈 학생처럼, 최근 대학생들은 이른 시기부터 대외활동에 뛰어들고 있다. 미리 꿈을 찾은 이에게도, 대학에서 꿈을 찾고 있는 이에게도 대외활동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올해 새내기로 입학한 김정훈 학생(기계공학부 1)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많은 대학생이 선호하는 ‘대기업 입사’라는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일찍부터 대외활동을 시작했다. 아직 어떤 기업에 입사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최대한 폭넓은 경험을 쌓고자 노력 중이다. 그는 올해 입학한 새내기치고는 다양한 대외활동을 했다. 7개 대학과 접촉해 입학사정관제 연합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모임을 주최하고, 한국장학재단에서 주관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그는 3,4학년이 되어 희망 기업이 구체화되면 더욱 적극적으로 대외활동에 뛰어들 예정이다. “요샌 대기업 차원에서 진행하는 활동이 많아요. 기자단, 봉사활동, 인턴 같은 활동이요. 해당 기업의 대외활동에 참가하면 지원할 때 좀 더 유리할 것 같아요.”

  취업의 장에 뛰어들면 경험은 곧 ‘스펙’이라는 이름으로 뒤바뀐다. 경험이 자연스레 스펙이 되는 경우도, 스펙을 위해 경험을 시작하는 경우도 그들의 눈은 바깥을 향하고 있었다. 대학을 떠나야 남들과 달라질 수 있는 현실, 취업준비생이라는 이름의 ‘다자키 쓰쿠루’들은 오늘도 순례를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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