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노벨상의 계절이다. 분야별로 노벨상 수상자가 결정되어 텔레비전 뉴스 시간을 장식했다. 일본은 지금까지 물리학상 7명, 화학상 7명, 의학상 1명, 문학상 2명, 평화상 1명 합계 18명이 받았다. 한국은 다들 알다시피 2000년에 김대중 대통령이 평화상을 받았다. 우리로서는 이것이 유일하다. 기초학문에 대한 투자가 미흡한 우리나라이니 10년 안에는 타기 어려울 것이다. 매스컴이 제일 많이 관심을 갖는 노벨문학상은 언제쯤 타게 될까? 이것도 장담할 수 없다. 

 일본은 『설국』을 쓴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1968년에, 『만년원연의 풋볼』을 쓴 오에 겐자부로가 1994년에 이 상을 수상했다. 작년에 중국의 모옌에게 밀려 아슬아슬하게 밀려난 무라카미 하루키는 올해도 같은 아시아계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강력한 후보자였다. 한국은? 고은 시인이 올해도 거론되었지만 확률이 낮다고 외신은 점쳐왔다. 황석영 역시 억울하게도 사재기 시비에 걸려 올해는 영 시기가 좋지 않았다. 유럽과 영미 계통의 작가가 주로 받고 제3세계권 작가는 가뭄에 콩 나듯이 받는 이 상의 권위와 상관없이 전 세계의 매스컴은 노벨문학상 발표가 나면 대서특필한다.
 
 스웨덴 한림원에서 우리나라 출판계 동향을 살펴본다면 상을 주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실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고전을 읽지 않고 있고 있다는 것, 둘째 대학생이 책을 읽지 않고 있다는 것, 셋째 도서시장이 베스트셀러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것 때문이다.
 
 60년대에는 신구문화사에서 낸 세계전후문학전집이 엄청나게 나갔다. 70년대에는 정음사와 을유문화사가 세계문학전집 시장을 양분하여 사세를 키워가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두 출판사가 잘되는 것을 보고 80년대에 삼성출판사, 동서문화사, 금성출판사, 범한출판사, 범우사 등이 세계문학전집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재미를 못 보고 시리즈를 중단했다. 주우 세계문학, 학원 세계문학, 지학사 오늘의 세계문학 등은 회사를 도산의 지경으로 몰아갔다. 지금 세계문학전집은 민음사와 열린책들만 살아남았다. 대산재단의 후원을 받아 문학과지성사에서 내고 있는 대산세계문학총서는 100권을 넘게 냈건만 독자의 외면 속에 창고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세계명작’이니 ‘고전’이니 하는 명성을 지니고 책들을 이 땅의 독자는 읽지 않고 있다. 
 
 대학생이 책을 읽지 않고 있는 것은 도서관 책 대출 목록이 증명해주고 있다. 무협지에서 『소설 동의보감』, 『소설 토정비결』, 『영원한 제국』 등 아류 역사소설로, 판타지소설로, 여기서 일본의 대중소설로 선호하는 책이 바뀌고 있다. 아무튼 대출도서가 베스트셀러 중심이라는 것은 대학생의 책 읽기가 지식과 교양과 거리가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건국대학교 상허기념도서관은 최근에 도서관 이용자들의 인기도서 독서를 지원하기 위해 인기도서 200여 종을 각 2권씩 모두 400여 권을 구비한 ‘베스트셀러 열람실’을 도서관 내에 열었다. 대학생의 기호에 맞춰 도서관을 운영키로 한 것이다. 
 
 문고판이 사라진 것도 대학생의 독서량 감소와 무관하지 않다. 삼중당문고, 을유문고, 서문문고, 문예문고, 정음문고, 동서문고…… 다 사라지고 말았다. 일본 도쿄의 큰 서점과 대학가 구내서점에 갔더니 문고판이 지금도 여전히, 엄청나게 나오고 있어 깜짝 놀랐다. 
 
 ‘사재기’라는 비양심적인 행위가 출판계에서 관행이 되다시피 한 것은 베스트셀러와 그렇지 않은 책과 판매량에서 너무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일단 오르면 기본 부수가 나가지만 거기에 이름을 못 올려놓으면 거의 전권이 사장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기를 쓰고 순위에 턱걸이라도 하려 든다. 베스트셀러가 양서(良書)인가 하는 문제제기 없이 나도 사봐야지 하는 생각이 우리나라 도서시장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교보문고 이달의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조정래의 『정글만리』 1, 2, 3권 외에 일본의 아동문학가 기무라 유이치의 그림책 ‘가부와 메이 이야기’ 시리즈가 5위부터 10위까지 총 6권이나 차지하고 있다. 4위는 레이먼드 조의 자기계발서 『관계의 힘』이다. 일본의 어린이용 그림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게 나쁠 것이 없지만 일본에서는 국내 어느 작가의 어떤 책도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 없다니 독도 망언과 역사 왜곡, 일본군위안부 부인 등을 생각하면 분한 생각이 든다. 노벨상 수상자 18:1이다. 도서시장의 무역역조는 180:1일까? 일본을 미워하거나 부러워하기 전에 우리는 실력을 쌓아야 한다. 
 
 이승하 교수
공연영상창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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