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한국 출판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두 가지 이슈는 ‘사재기 시비’와 ‘하루키 열풍’이었다. 황석영 소설가가 등단 50주년을 자축하며 펴낸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를 출판사 자음과모음 측에서 베스트셀러로 만들고자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 사라고 시켰다는 ‘사재기’의 혐의를 받자 작가가 기자회견을 자청, 출판사를 상대로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책을 절판시켜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출판사 강병철 대표가 황 작가의 기자회견 후 공식사과를 하면서 대표직 사퇴 발표를 함으로써 법정까지는 가지 않았다. 하지만 SBS 시사 고발프로그램 ‘현장21’이 이 파문을 2회에 걸쳐 방송한 이후 새롭게 출판사 대표가 된 황광수는 자체조사 결과 사재기를 한 사실이 없다면서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보도 중재신청을 냄과 동시에 SBS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다고 했다. 사재기 파동이 제2라운드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김연수, 백영옥의 소설까지 사재기를 했다는 혐의를 받아 이들의 책도 현재 서점에서는 살 수 없다.
 

  우리 문학이 이렇게 슬픈 자화상을 그리고 있을 때 하루키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민음사에서 번역되었다. 항간에는 문학사상사에서 문학동네로, 다시 민음사로 출판사를 바꿔 그의 책이 번역된 데 대해 괴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민음사는 계약상의 이유를 들어 선인세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1억5000만엔(당시 약 16억6000만원) 이상을 제시하고도 탈락한 출판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므로 실제 선인세 금액은 최소 20억원 이상이었을 것이다. 하루키의 인기는 한국에서 특히 폭발적이었고, 이렇다 할 국내 작가의 소설이 없던 터에 나온 하루키의 소설은 여름 출판계를 강타했다. 단숨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여러 언론매체에서 그를 대서특필했다. 그의 신작이 나오자 <한겨레신문>에서는 7월 13일자 토요판 커버스토리로 하루키를 다뤘으며, 그의 소설 내용을 갖고 수십 개의 선다형 문제를 만들어 독자에게 묻기도 했다.
 

  조정래의 『정글만리』가 3권짜리 단행본으로 출간된 지 한 달 만에 하루키 소설의 판매량을 따라잡아 베스트셀러 1위가 된 것은 국내 작가들로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었고, 2위가 프랑수아 를로르의 소설 『꾸뻬 씨의 행복 여행』, 3위가 김미경의 『김미경의 드림 온』이었다. 를로르의 소설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던 정신과의사가 행복의 참된 의미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으로서, 3권 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이 빈 마음을 채울 수 있는 수양서로서의 책들이었다.
 

  그런데 사실 올해 출판계의 가장 큰 이슈는 아동물의 불황이다. 올해 1분기에 출간된 어린이책 신간 도서 종수는 1,691종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2,113종에 비해 20%나 급감했다. 유아용 서적을 제외한 어린이책의 경우도 24.8%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에는 출판계의 만성불황에도 어린이책은 흔들림이 없었는데 마침내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진 것이다.
 

  반면 전자책은 2013년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114%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주목받는 책들이 활자책과 전자책으로 동시에 출간되는 일이 늘어난 덕인데 앞으로 전자책 시장은 더욱 신장될 전망이다. 문학도 장르문학이 선전할 전망이며 인문학도 보다 가볍고 대중적인 책이 도서시장을 점하지 않을까 예상된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세상이 되려면 진지한 인문학 서적과 심도 있는 문학작품이 함께 나와야 할 것이다. 문ㆍ사ㆍ철이 죽고 오락만 활개 치는 사회는 결코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다. 
 

이승하 교수(공연영상창작학부 문예창작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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