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부상하는 하이브리드 카드
겉은 체크카드지만 실상은 신용카드와 다를 바 없어
대학생도 돌려막기의 위험성 피할 수 없다
 
 
▲ 한 학생의 문자 사서함. 몇 달 간격으로 금액이 이체됐다.
 
 
 
 
 
 
 
 
 
 
 
 
 
 
 
 
 
<화차>는 신분을 세탁한 여성의 일생을 뒤쫓는다. 이 소설은 인생을 훔친 여자라는 문장으로 회자되지만 사실 작가가 겨냥하는 것은 심각한 신용불량에 빠진 일본사회다. 스물여섯 살의 여성이 다른 여성의 신분을 빼앗기 위해 살인까지 감행하는 배경에는 신용카드와 대출이 존재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20대에게 천만 엔, 2천만 엔을 빌려주는 업자가 있다는 자체가 이상한 거죠.” 소설 속 대사는 사람들이 돈방석 대신 빚더미에 앉는 현실을 정확히 지적한다.
 
이처럼 신용사회를 대표하는 것은 단연 신용카드와 대출이다. 신용사회라는 렌즈에 비추어 보면 대학생은 좋은 피사체다. 등록금 인하보다 대출이 더 현실적인 탓에, 대학생은 이르게도 빚쟁이 대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더욱이 최근에는 카드사마저 이를 부추기면서 대학생의 발밑에는 크고 작은 빚이 고이고 있는데, 이른바 하이브리드 카드의 등장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카드는 2011년 금융감독원의 발급 허가를 받은 후 지난달까지 약 72만 명이 발급했다. 지난해 사용자수가 8만 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급격한 증가 폭이다. 하이브리드 카드는 체크카드와 신용카드의 기능을 동시에 제공하는 상품이다. 계좌의 잔액만큼은 체크카드처럼 사용하되, 잔액이 바닥나면 최대 30만 원까지 신용카드로 전환된다. 만약 50만 원이 저축된 계좌에서 70만 원을 소비했을 경우 20만 원은 신용카드로 결제되는 식이다. 최근 하이브리드 카드는 신용카드 사용은 두렵고, 용돈은 매달 한정적인 대학생에게 단연 매력적인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안세준 학생(가명·인문대)은 적극적인 카드 홍보에 설득된 경우다. “TV에 하이브리드 카드 CF가 나오더라고요. 30만 원정도 당겨서쓸 수 있다니, 괜찮은 상품이라는 생각을 했죠.” 때마침 계좌를 가지고 있던 은행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체크카드에 신용카드 기능을 추가하는 게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상담원은 체크카드와 비슷한 종류라고 했어요. 흔쾌히 알겠다고 했죠.”
 
안세준 학생의 경우와 비슷한 방식으로 카드 발급을 제의받은 사례가 있었다. 박진수 학생(가명·사회대) 역시 계좌를 소유한 은행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카드의 기능을 강조하는 식이었어요. 체크카드가 결제되지 않는 시간대나 잔액이 부족할 경우 사용 가능하다면서요.” 상담원은 한도가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고 하더니 연체가 우려되면 안 쓰면 된다고 한술 더 떴다. 두 학생의 사례처럼 일부 카드사에서는 하이브리드 카드의 체크카드 기능을 강조하는 식으로 카드를 권유하고 있었다.
 
신용카드보다 낮은 한도 역시 대학생의 심리를 파고드는 데 일조한다. 하이브리드 카드의 한도 30만 원은 대학생 입장에서 자칫 어떻게든 충당할 수 있다는 안도감을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카드사에서는 하이브리드 카드의 한도가 소액 결제수준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티끌 모아 태산 되듯, 사용자가 자제력을 잃어 빚으로 쌓이는 것은 한순간이다.
 
김우식 학생(가명·사회대)하이브리드 카드도 결국은 돌려막기의 연속이다고 말했다. 신용카드보다 한도는 낮을지언정 폐해는 그대로라는 것이다. 김우식 학생 역시 소액 결제할 때 편리하다는 카드사 상담원의 말에 카드를 발급받았다. 하지만 조금씩 긁은 금액이 월말이 되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한 번 10만 원을 초과해 썼더니 회복이 쉽지 않았다. “소비가 줄지 않으니까 다음달에도 10만 원이 초과되는 건 마찬가지죠. 결국 매달 10만 원씩 빚지고 다시 갚고. 악순환이 끊이질 않아요.” 문제는 이체됐을 경우 받게 되는 불이익이다. 이체 시 신용등급에 영향을 끼친다는 말을 듣고 두 달여간 마음을 졸였단다. “초과된 돈 걱정에, 신용등급에도 문제가 있겠다 생각하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실제로 3개 카드사(우리카드·신한카드·롯데카드)에 전화로 문의해본 결과 소액을 이체했더라도 해당 카드사에 기록이 남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각 카드사는 이체가 거듭되면 대출이나 금융 서비스에 직접적인 제한이 가해진다고 덧붙였다. 신용등급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김우식 학생은 이제 하이브리드 카드가 한도 낮은 신용카드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이 카드를 신청한다고 했을 때 주변 지인이 극구 말렸어요. ‘결국 신용카드라 돈만 더 쓰게 된다고요. 제가 써보니까 알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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