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젊은 빚쟁이다 
 
기획을 열며
20대 기획의 두 번째는 젊은 빚쟁이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참 대출이 편재해 있는 세상이죠. 국가가 나서서 저금리의 대출제도를 선보이기도 하고, 물론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에서도 대출이 가능하고요. 조금 위험한 방법까지 고려하자면 사금융권도 포함할 수 있습니다.
대출사회, 대학생들도 결코 예외는 아닙니다. 한국장학재단에서 담당하는 학자금 및 생활비 대출은 저금리라지만 수천만 원의 빚을 비현실적으로쌓게 하죠. 사회생활에 뛰어들기도 전에 마이너스 상태에서 시작하는 셈입니다. 더불어 최근에는 빚을 저축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주에 소개하는 하이브리드 카드가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심층기획부는 2주에 걸쳐 ‘20대와 빚에 대해 다뤄봅니다. 여러분도 취업 후 상환이라는 말에, ‘부모님께 빌릴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씩 빚을 저축하고 있지는 않나요? 젊은 빚쟁이 기획과 함께 대학생들의 빚 관념을 돌이켜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한국장학재단에서 대출받아 등록금 내고 생활비로 사용
소리 없이 조금씩 쌓이고 있는 빚 걱정돼
취업 후 상환이라도 부담은 마찬가지다
 
 

 

 

 

 

 

 

 
 
 
 
 
 
빚도 많으면 죄가 되는 세상이야.”
영화 <마린 보이>에는 억대의 도박 빚 때문에 바닷속을 헤엄쳐 마약을 운반하는 천수가 등장한다. 도박이 아니더라도 현실에서 빚쟁이가 되는 방법은 등록금부터 생활비까지 다양하다. 등록금을 부담하기 어렵거나 아르바이트로도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는 대학생은 저도 모르는 새 빚쟁이가 되기 십상이다.
 
 
한국장학재단 대학생 대출 유형은= 대학생은 소득분위와 출신 지역에 따라 한국장학재단의 3가지 학자금대출과 2가지 생활비대출 유형을 선택할 수 있다. 소득 7분위 이하에 속한 학생은 취업 후 대출비를 상환하는 든든 학자금(생활비)대출을 받는다. 소득 8분위 이상에 속한 학생은 이자만 갚는 거치기간, 원금을 함께 갚는 상환기간을 정해 일반상환 학자금(생활비)대출을 받아야 한다. 든든 학자금은 변동금리가, 일반상환 학자금은 고정금리가 적용되나 올해 두 유형의 금리는 2.9%로 동일하다. 농어촌출신 대학생은 소득분위와 관계없이 무이자로 농어촌출신 대학생 학자금융자를 받을 수 있다. 졸업 후 2년 뒤부터 분할상환을 통해 부채를 갚아나가면 된다.
 
높은 소득분위라고 다 부자는 아니다= 대학알리미에서 공시한 2013년도 중앙대 한 학기 평균 등록금은 약 392만 원. 올해 중앙대 학생의 15.5%가 학자금대출을 받아 등록금을 충당했다. 장동근 학생(가명·예술대)은 대학 입학과 동시에 학자금대출을 신청했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입학금이 포함된 500만 원 상당의 등록금 감당이 어려운 탓이다. 국가장학금 혜택의 코 빠진 그물망은 그를 피해 갔다. “소득분위가 높지만 아버지 소득을 빚 갚는 데 쓰고 있어요. 실질적인 수입은 없는 편이에요.” 대출에 대한 부담은 아르바이트로 이어졌다. 지난학기 장동근 학생은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가 살던 용인에서 학원이 있는 천안까지는 1시간이 넘는 거리. 학과 특성상 학업에 큰 비용이 드는 점 또한 몫을 더했다. 이번학기에도 장동근 학생은 일반상환 학자금대출을 받는다. “피치 못할 상황이었어요. 앞으로도 쭉 대출을 받을 계획이에요.”
 
등골브레이커는 싫다= 부모님에게 등록금 부담을 지는 것이 싫어 대출을 택한 학생도 있다. 김한조 학생(가명·사회대)1학년 2학기, 2학년 1학기 전액 등록금을 대출로 충당했다. 아버지가 공무원인 탓에 국가장학금 지급 대상에서 자동으로 제외됐기 때문이다. 김한조 학생은 농어촌출신 대학생 학자금융자를 받기로 마음먹었다.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농어촌 대출을 받았어요. 부모님께 부담을 드리기 싫었거든요.” 김한조 학생은 대출을 받으면서도 빚을 진다는 사실을 쉽게 체감하지 못했다. 처음 한두 번은 대출을 받아도 별 느낌이 없어서다. 하지만 2학년 2학기에 대출을 고민하면서 문득 빚을 체감했다. “누적 대출액이 1,000만 원이 넘으니까 갑자기 부담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가정형편상 선택의 여지 없어= 대학생 입장에서 등록금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목돈이다. 김한영 학생(가명·사회대)은 지난학기 친척이 내 준 등록금으로 대출을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학기부터는 국가장학금을 제외한 등록금 250만 원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김한영 학생은 고심 끝에 든든 학자금대출을 받았다. 대출액을 바로 상환하는 게 아니라 취업한 후에 갚아도 된다는 점이 그가 대출을 택한 이유다. “취업 후 상환이라지만 취업이 아직은 먼 일이라고 느껴져서 대출을 받게 됐어요.”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본인 이름의 부채가 생긴 것을 실감한 그에게는 두려운 마음보다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대출받은 돈이 제 이름으로 달리는 것을 보니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학생들은 대출을 어떻게 생각하나= 같은 사건이라도 해석은 다양한 법. 대출에 대한 학생들의 해석도 예외는 아니다. 신경호 학생(가명·예술대)은 학자금대출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예전에는 대출 금리가 높은 편이어서 논란이 많았어요. 학생들로 돈놀이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도 있었고요.” 그가 새내기 때는 지금보다 금리가 높은 일반 학자금대출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경호 학생이 군대를 갔다 온 사이 든든 학자금대출이 생겼다. “국가장학금이란 제도도 생기면서 저로서는 부담이 많이 줄었어요.”
한편 김한영 학생은 학자금대출은 대학생 등록금 문제의 단기적인 대안밖에 될 수 없다고 평가한다. 근본적 대안이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등록금을 줄이는 것이 대학생이 빚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아닐까요.” 한국장학재단 대출 절차가 간편하고 저금리다 보니 굳이 필요치 않아도 대출받는 학생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해 생활비 대출을 받았던 전성준 학생(가명·예술대)다른 사람이 대출한다고 하면 정말 필요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 한 학생이 학자금 대출 포스터를 살펴보고 있다.
  

 

 

 

 

 

 

 

 

  

 
국가는 등록금과 생활비에 허덕이는 학생들에게 빚을 지우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빚을 갚기 위해 목숨을 걸고 거친 바닷속을 헤엄치는 <마린 보이> 천수. 그와 대학생이 오버랩되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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