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신 교수가 좋아하는 책을 소개하고 있다.
 

한 집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TV를 보던 시대는 지났다. 미디어는 더 이상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다. 우리는 길을 찾을 때 GPS를 이용한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기업에서 주최하는 페이스북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좋아요를 누른다. “지금 우리는 미디어가 일상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디어 전문가 이재신 교수(신문방송학부)가 말하는 미디어는 이미 ‘우리 삶의 큰 바탕’이다.


 김준성씨(신문방송학부 2)는 “이재신 교수님의 수업은 힘들지만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매주 불쑥 예고 없이 치는 퀴즈에 사업을 기획하라는 팀프로젝트, 쏟아지는 개인 과제까지. 카리스마로 학생들을 휘어잡다가도 어느새 유하게 풀어나가는 이재신 교수의 수업에는 집중할 수밖에 없다. 수업을 들었던 선배들도 ‘수업을 다 듣고 나면 남는 게 많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지금은 신문방송학부의 인기 교수지만 사실 이재신 교수는 서울대 공업화학과에서 학/석사 과정을 마친 공학도다. 공업화학 공부를 마친 당시 한국에 막 인터넷이 들어왔다. 그는 인터넷에 관해 공부하다 텔레커뮤니케이션(통신)에 학문적으로 흥미가 생겨 유학길에 올라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전공도 완전히 다른데다 영어로 배워야 해서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밤잠을 줄여가며 공부했다. 다행히 공업화학과 커뮤니케이션은 전혀 다른 분야임에도 연결고리가 존재했다. ‘신문방송학’은 미디어의 특성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연구하기 때문에 미디어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는 학문의 전제조건이다. 그는 “공업화학을 배운 덕분에 미디어 기술이나 동작 원리는 남들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공업화학적 지식은 교수가 된 지금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최근 주파수 정책이 바뀌어 이동통신사들의 싸움이 벌어졌다는 얘기를 하면서 ‘주파수’가 무엇인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이다. 주파수를 공부하며 나오는 사인 곡선이 사실 자연을 이루는 아날로그 신호의 기초라는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을 곁들여 설명해주면 학생들은 훨씬 쉽게 이해한다. 


 지금의 유연한 수업방식과는 달리 그의 첫 수업은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코넬대에서 박사 과정을 하던 중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는데 그는 당시를 “겁에 질려있었다”고 회상한다. 똑똑한 학생들 앞에서 영어로 수업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워 수업 내내 PPT를 읽어주기만 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재신 교수는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면서 학생들과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며 그 후로 ‘학생들을 봐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학생들이 관심을 갖게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학생들에게 직접 피드백을 받아 소통하는 수업방식을 정립해나갔다. 지금도 그는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받는다. 강의평가 외에도 무기명으로 설문조사를 해서 다음 수업에 반영한다. 그의 수업방식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매 학기 변화 중이다.


 스스로 공부하길 좋아하는 이재신 교수는 학생들이 열과 성의를 다해 공부하는 모습 또한 사랑한다. 그는 “학생들이 어려움도 한번 도전해보리라 하고 달려드는 모습을 잘 안 보여주니까 굉장히 안타깝다”며 “나를 겁나게 하는 것들에 대해 차라리 극복하는 방향을 고민해라”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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