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병욱 강사가 연구실에서 웃고있는 모습.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웃으면 엔도르핀이 분비되고 엔도르핀이 돌면 행복을 느끼는 선순환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에 대학생이 웃는 시간은 약 90초. 퍽퍽한 대학생활 탓에 웃음도 말라가는 모양이다.


  하지만 교양강의 ‘의약의 역사’ 강의실에선 웃음이 마를 틈이 없다. 교수님의 “멘붕이 왔어요”나 “넘사벽이죠”하는 말은 웃음의 기폭제다. ‘의약의 역사’ 강의를 맡고 있는 정병욱 강사(교양학부)는 개그 프로그램도 보고 주 사용층이 20대인 웹사이트에도 들어간다. 그는 “요즘 유행하는 말이 뭔지 알아보고, 신조어를 익혀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며 “학생들의 긴장을 완화하는 유용한 방법이기도 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수업이 단지 재미있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실 수업의 내용은 의약학 분야의 전문 지식이 주를 이룬다. 약이 체내에서 어떤 대사과정을 거치는지 등 의약학적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특히 문과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어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정병욱 교수는 “예상외로 문과 학생들이 더 좋은 성적을 얻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1등을 차지한 학생들은 경영학부, 광고홍보학과, 법학과 등 문과 학생들이었다.
의약의 역사 수업에서 학생들의 눈은 PPT에 고정돼 있다. 정병욱 강사는 강의 도구로 사진과 영상이 가득한 PPT를 활용한다. 보통 PPT강의가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는 데 비해 그의 수업은 학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진과 영상이라는 시각적 자료에 그의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여지면 이해력과 집중도는 배가 된다. 그야말로 효과적인 3D강의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정병욱 강사는 한국인들이 약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의약의 역사’ 강의의 목적은 약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전달해 약에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음주 후엔 두통이 있어도 약을 먹어선 안 된다는 것, 스테로이드제가 단기적으론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부작용이 심하기 때문에 장기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 등이다.


  수업의 이름은 ‘의약의 역사’이지만 의약과 관련된 최근 사회적 이슈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갖는다. 대학생이 성교육이나 마약류 예방교육 등의 공공의료교육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에 그는 매학기 실시하는 성교육과 함께 최근 논란이 됐던 프로포폴 투여 사건을 통한 마약류 예방교육을 할 예정이다.


  최근 정병욱 강사에게 반가운 ‘카톡’이 왔다. 약대 편입시험에 합격했다는 한 학생이 보낸 메시지이다. 1년 전 의약의 역사 강의를 듣고 약학에 관심을 갖게 된 이 학생은 1년 뒤 약학도의 길을 걷게 됐다. 이 외에도 학생들이 그에게 보낸 메일과 문자는 한 학기에 100통이 넘는다. 수업내용에 대한 질문부터 약에 대한 개인적인 질문까지 다양하다. 정병욱 강사는 “학생들이 제가 모르는 것을 질문하면 어떻게든 찾아서 답변해 줘요”라고 말했다. 언제나 열려 있는 그의 메일함과 핸드폰은 학생들의 메시지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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