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과 뮤지컬의 이해'수업을 맡고 있는 최민지 겸임 교수의 활짝 웃고 있는 모습.
    막이 올랐다. 죽은 리어왕의 목소리가 멀리 뒤에서 들려온다. 연극이 끝났고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프로들의 솜씨로 만들어진 연극이 아니다. 한 교양수업에서 학생들이 조별과제로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어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이 연극의 특징은 무대 공간의 한계를 깨뜨렸다는 것이다. 이승과 저승을 무대 내에서 구별한 것이 아니라 이승은 무대 위, 저승은 강의실의 맨 뒤로 설정했다. 이 수업을 맡은 최민지 겸임 교수(공연영상창작학부)는 “프로는 생각지도 못할 참신한 무대연출 방식이 학생들에게서 나와서 감탄했다”고 말했다. 30분간의 짧은 연극은 제작부터 연기까지 연극을 전공하지 않는 학생들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최민지 교수는 교양 수업 ‘연극과 뮤지컬의 이해’에서 학생 중심의 강의를 하고 있다. 학생들에겐 ‘종강 후에도 남는 것이 많은 수업’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객관적인 수치로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해엔 70명이 넘는 대형 강의에서도 그의 수업은 강의평가 변환점수 92점 이상을 받았다.


  사실 최민지 교수의 수업은 조금 색다르다. 1주차엔 모든 수강생이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갖는다. 자기를 표현하는 것이 연극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단, 많은 사람 앞에 서기만 하면 현기증이 나는 사람에겐 최민지 교수가 지원병이 돼준다. 옆에 있어주거나 여학생의 경우 손도 잡아준다.


  최민지 교수에게 제출하는 리포트의 형식은 글이 아니어도 좋다. 그림, 사진 등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면 무엇이든 용납된다. 때때로 연극이나 뮤지컬계의 실무자를 초청해 학생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기도 한다. 즉흥연기를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그의 수업의 화룡점정은 단연 학생들이 직접 연극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3시간 수업의 반 이상을 조원들끼리 연극을 만드는 데 쏟지만 이마저도 부족해 수업시간 외에 조원들과 회의하는 것이 다반사다. 체력 소모도 스트레스도 많은 조별과제지만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며 조원들과 진심으로 친해질 수 있다. 최민지 교수가 조별과제로 연극을 정한 것은 결과물 그 자체보다는 준비과정 때문이다. 의견을 내놓고 갈등을 조정하고 양보를 하는 모든 과정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목적이다. 성적을 평가하는 기준도 결과물이 아닌 과정에 있다. 그래서 최민지 교수는 수업 외 조별모임에도 참석하고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하려고 노력한다.


  강의계획서엔 눈에 띄는 문장이 있다. ‘수업의 의의는 공연을 체험하며 이뤄지는 변화와 그 무엇입니다. 그 무엇은 스스로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 무엇’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말로 설명할 수는 없어요.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거예요”라고 답했다. 최민지 교수는 “자기가 노력해서 얻은 것만이 자기의 것이다”며 “수업이 쉽진 않았겠지만 그걸 이겨낸 학생들은 앞으로 못할 것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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