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책부록
리듬 속으로

 

▲ 1년 넘게 춤을 배우고 있는 대학생 김현수씨(25)는 “텔레비전에서 보던 아이돌의 춤을 직접 추는 것이 방송댄스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사진제공 쏘울댄스스쿨

   ‘나름 가수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흔해도 춤 좀 춘다는 사람은 드물다. 덕분에 우리는 삶에서 종종 민망한 순간을 만난다. 중학교 수학여행 장기자랑 시간에 옆반 반장은 어설픈 브레이크댄스를 선보여 모두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허공을 휘젓는 발놀림에 전교생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예쁘장한 얼굴로 개다리 춤을 선보였던 담임선생님의 모습도 기억하면 할수록 당황스런 추억이다. 
 

  못춰서 안타까울 뿐 누구에게나 남몰래 숨겨온 춤에 대한 열망은 있다. 집에서 혼자 음악프로를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댄스본능을 표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춤을 배우겠다고 나서기는 쉽지 않다. 너무 바빠서, 혹은 남에게 보이기 부끄러울 정도로 몸치여서 망설이게 된다. 이렇게 춤의 세계에 빠지는 것을 겁내하는 이들에게 춤 선생님은 말한다. “일단 한번 빠져보시라.”
 

  지난 20일, 댄스동호회 ‘웰컴투댄스’의 첫 탱고수업이 있던 논현동의 연습실을 찾았다. 지하에 위치한 연습실에는 첫날의 어색함과 묘한 설렘이 감돌았다. 이날 수강생들은 기본 스텝을 배우고, 파트너를 바꿔가며 ‘탱고’를 췄다. 간단한 스텝인데도 다들 걷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처럼 진지했다. 그저 음악에 맞춰 발을 움직인 것 밖에 없는데 강사는 “여러분은 오늘 탱고를 추셨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그들은 탱고에 빠졌다.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 천혜진씨(25)는 일상탈출을 목적으로 탱고동호회를 찾았다. 그는 “취업준비생이다 보니 하루 종일 취업생각만 하고 친구들을 만나도 대화주제가 취업이었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에 순수하게 내가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찾고 싶었다”고 말한다.
 

  장기자랑 준비 같은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취미삼아 춤을 배운다. 다이어트도 할 겸 운동으로 하는 이들도 있고, 오랫동안 ‘꿈꿔온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용기를 내는 이들도 있다. 임채덕씨(28)는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알파치노가 탱고를 추던 모습이 인상 깊어 동호회를 찾았다. 차호준씨(34)도 영화 <아티스트>를 보고 탭댄스 학원에 등록했다.
 

  일단 추고나면 빠져드는 것이 춤이다. 작년 6월부터 스트릿댄스를 배우기 시작한 이희정씨(24)는 “원래 몸치였는데 춤을 잘 추고 싶어서 학원에 다니게 됐다”며 “걸스힙합을 배우며 춤의 매력에 빠져 계속 춤을 추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도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 리듬을 탈 정도로 춤에 빠져있다.  
 

  박정은씨(48)는 우연히 동네 댄스학원을 찾았다가 2년째 라틴댄스를 배우고 있다. 강습시간이 아닌데도 학원을 찾아 춤을 보고 즐긴다. 그는 “운동 삼아 시작했는데 정말 좋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즐기고 있다. 기분 좋게 음악을 즐기며 운동도 된다는 점이 매력이다”라고 말한다. 
 

  춤은 사람을 바꾼다. 쏘울댄스스쿨의 전표환 원장은 “춤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긍정적이고 활발해지는 건 물론이고, 동작을 완성해가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블루노트 탭댄스 스튜디오의 장광석 대표도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인 분들이 춤을 배운 뒤에 성격이 사교적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일상이 지루하다면, 숨겨진 댄스본능을 참을 수 없다면 한번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쉘위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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