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는 20대들을 온라인 정치에 참여시켰지만
오프라인에서도 이를 실천해야될 때가 왔다

 1. 문제제기: ’68, ’87 그리고 2012 지금
 “뛰어, 동지들, 낡은 세계가 네 뒤에 있어!” 이 절박한 외침은 프랑스 68혁명 당시 쓰였던 담벼락 낙서 중 하나이다. 뛴다는 것은 곧 참여를 의미한다. 68혁명은 작은 불씨에서 시작되었다. 드골 정권 당시 콩나물시루와 같은 대학교 기숙사의 처우개선을 요구했던 여학생들의 참여가 문화예술의 자유를 위한 고다르의 극장 점거농성을 거쳐 전국적인 대규모의 시민혁명으로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뛰어야만 낡은 세계를 탈출할 수 있다는 이 낙서는 당시 대학생들의 정치참여를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징표이다.
이러한 프랑스의 68세대는 우리나라의 87세대와 조응한다. 87년 당시의 시국은 갓 입학한 87학번 신입생들의 캠퍼스 환상을 무너뜨렸고, 가두투쟁 뿐 아니라 대자보와 팸플릿 등을 통한 정치참여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들었다. 대학생들의 관심사는 강의실과 도서관 밖으로 뻗어 나갔다. 비단 대학생 뿐 아니라 노동자 그리고 회사원의 통칭인 ‘넥타이부대’들까지도 6.10 민주항쟁에 참여했을 정도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은 드높았다.
 물론 2012년 현재, 대학생들의 풍경 역시 심상치 않다. 이전 세대의 담벼락 낙서나 대자보, 광장은 소멸했다. 20대 대학생들의 참여문화에는 SNS가 있기 때문이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표출된 20대의 정치참여는 대표적 사례이다. 문제는 SNS를 통한 대학생들의 정치참여가 컴퓨터와 스마트폰 안에서 멈춰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물론 정치적 관심사의 고조는 긍정적이지만, 촉각적 버튼 누르기 하나만으로 정치참여의 다양한 가능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은 어찌할 수가 없다.
 2. SNS를 이용한 20대의 정치 참여와 방법
 실제로 20대의 투표참여 의지는 한층 높아졌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월 6일간, 2040세대 1,500명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반드시 투표하겠다’가 56%, ‘가급적 참여하겠다’가 36.8%로 모두 92.8%의 투표 참여의사를 보였다. 특히 연령별로는 20대가 93%로 40대(92%)의 투표 참여의지를 넘어 섰고, 30대(93.4%)와 유사한 경향을 나타냈다.
 이것은 이미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예견된 바다. 당시의 세대 투표 흐름은 20대의 정치적 관심사를 나타내기에 충분했다. 선거 당일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 2040세대는 박원순 후보에게 사실상 몰표를 주었다. 나경원 후보에 비해 20대와 40대에서는 두 배 이상, 30대는 세 배 이상의 지지율 격차를 보인 것이다. 이 점은 서울시장 당선의 주요한 요인으로 평가된다.
 여기서 2040세대의 정치참여 방식은 주로 인터넷과 SNS를 통해 이루어졌다. 투표 후 인증샷 올리기, SNS를 통한 투표 참여 독려하기, 인터넷 팟캐스트 <나꼼수>의 청취와 의견 게시하기, 정치인 팬 카페 활동 등이 대표적인 정치참여 방식들이다. 이 중에서도 SNS를 통한 정치참여는 비단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이미 2008년 미국의 대선과  2011 영국의 총선에서 SNS 선거와 유권자들의 정치참여가 이루어진 바가 있고, 선거혁명을 촉발한 역사적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500만 명에 달하는 오바마의 SNS 지지자 집단은 역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선출함으로써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물론 지금은 흑인과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을 대표하기보다 자국의 경제적, 정치적 이익 쟁취를 위한 신자유주의 전도사로 혹평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20대의 정치참여는 인터넷에서 SNS로 점차 이동하고 있고,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새로운 정치지형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3. SNS의 기술적 속성과 정치참여
 그러면 SNS는 어떠한 기술적 속성으로 정치참여의 기반을 제공하고 있는가? 우선, 빠른 속도문화다. SNS 중에서도 트위터는 많은 이용자들과의 빠른 관계 맺기를 가능케 한다. 트위터의 글쓰기가 어느 순간 연대와 집단행동을 촉발할 수 있는 빠른 속도문화를 장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양한 소통을 통해 대학생들의 정치적 관심사를 증폭시키고 참여를 활성화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물론 다수의 이용자들이 점차 트위터에서 페이스북으로 옮겨가는 것도 그 빠른 속도로 인한 관계의 휘발성 때문이다. 즉 금세 사라질 수 있는 관계의 무의미함이 트위터를 떠나게 하는 이유이다.
 그 다음으로 140자의 글쓰기 제한이 오히려 잠언식 글쓰기를 통한 행동촉발 효과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트위터의 140자는 짧고 함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데 적합하다. 휴대폰의 문자와 인터넷 댓글 세대에게 단문의 글쓰기는 낯설지 않다. 아니 오히려 종이세대와 달리  디지털 세대의 글쓰기는 햄릿의 숙고 과정 없이 곧바로 직관을 발휘해 기록하고 전달한다. 말이 곧 행동이 되는 20대의 SNS 글쓰기는 곧 댓글과 리트윗, 그리고 사회적 논쟁의 한 축에 참여하는 중요한 실천 방법이다. 때문에 정치적 논쟁과 사회적 이슈에 대한 찬반 논란은 자칫 전체주의적 성향을 띤 여론몰이나 이지매 행위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 짧은 SNS 글쓰기에는 논란의 진원지와 이유에 대한 성찰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고, 결과에 대한 입장 선택만을 강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4. SNS 정치참여의 의미와 가능성
 20대 대학생들의 SNS 정치참여는 향후 선거과정에서도 지속될 것이다. SNS의 빠른 속도성과 행동촉발 글쓰기 방식은 20대의 정서와 행동패턴에 부응할 뿐 아니라 원거리의 정치인과 사회적 논쟁들을 ‘지금 여기서’ 친숙하게 느끼고 개입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학생들의 정치참여의 의미는 기술적 속성을 넘어선다. 일련의 사태들, 즉 비싼 등록금, 취업난, 실업, 계약직 노동환경 등의 현실문제와 사회적 각성은 대학생들의 정치적 참여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과거 68세대와 87세대들이 일상성에서 벗어난 혁명을 꿈꾸었다면, 이제 20대의 SNS 세대는 일상에서도 충분히 정치참여가 가능하게 되었다. 다만 유념할 것은, 우리의 현실은 스마트폰과 SNS 안에만 있는 게 아니라 거리와 광장 도처에도 있다는 사실이다.

강진숙 교수
신문방송학부

 

고은정 기자의 참고서
SNS 정치참여의 수단인가 단순한 놀이기구인가

  SNS, 특히 트위터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10·26 보궐선거와 중동에서 발생한 혁명들을 예로 들 수 있다. 10·26 보궐선거의 경우, SNS는 열세에 몰리던 당시 박원순 후보에게 천군만마였다. SNS의 스타들이 박원순 후보 지지를 밝혔고, 그와 관련된 내용이 수많은 트위터리안(트위터 이용자)에게 리트윗되면서 박원순 후보는 기성 정치에 회한을 느끼던 2040의 지지를 받아 서울시장에 당선되었다.
SNS는 어떻게 20대들을 선거에 참여하게 했을까. 홍원식 교수(동덕여대)의 「무엇이 대학생을 투표하게 하였는가?」에 의하면 대학생들이 사회적 불만과 정치적 분노를 SNS에서 표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동에서 발생한 쟈스민 혁명에서도 SNS가 큰 역할을 했다. 튀니지에서 일어난 혁명이 SNS로 전세계에 알려지면서 인근 국가에서도 비슷한 혁명이 발생했다. 국영언론의 통제를 받던 중국에서도 일부 시민들이 민주화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일부 사람들은 위 사례를 근거로 SNS가 직접민주주의 형태 부여에 큰 계기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정치에 무관심했던 20대들에게 정치참여의 장을 제공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SNS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SNS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20대에게 알맞은 선거전략이라는 생각에서다. 민주통합당은 당 대표 선거인단을 모바일로 모집해 20대들의 많은 참여를 유도했고, 대표적인 SNS 정치마케팅 사례가 되었다. 새누리당은 공천기준에 SNS 활동지수를 추가하기도 했다. 이후 국회에서 ‘모바일투표제’가 언급되었다.
  실제로 트위터에 갓 입문한 트위터리안들은 트윗을 통해 자신의 정치 신념을 확립한다. 올 1월 한겨레에서 트위터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험추출조사 결과 8명 중 5명이 트위터를 시작한 이후 정치적 대화가 많이 늘었다고 답한 바 있다. SNS가 정치참여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나타낸 지표로 볼 수 있다. 잇따른 SNS에서의 정치적 발언이 이런 주장을 더욱 받쳐준다.
  그러나 SNS를 정치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을 거부하는 의견들도 존재한다. 20대의 SNS 활동을 정치와 연결시켜 설명하는 것이 과장되었다고 보는 관점이다. SNS는 정치적 도구보다 유희와 문화적 창구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일부 트위터리안들은 무분별한 정치 관련 트윗 때문에 상대방을 언팔로우 하거나 리스트를 만들어 리스트에 있는 글만 보기도 한다. 게다가 트위터리안들이 정치적 활동뿐 아니라 문화활동에도 적극적이라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