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장애인권리협약 제24조는 시청각장애인의 교육이 개인의 의사소통에 있어 가장 적절한 언어·의사소통 방식 및 수단으로, 더불어 학업과 사회성 발달을 극대화하는 환경에서 이루어지도록 국가가 보장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2008년 12월 한국도 해당 협약을 비준했으나 시청각장애인의 권리보장에 관해선 현재까지 어떠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동일하게 UN장애인권리협약을 채택한 미국과 일본은 어떤 방식으로 시청각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을까. 사례를 통해 알아봤다. 

반세기 전부터 보장된 권리 

  미국은 1967년 「헬렌켈러지원법」을 제정해 시청각장애인의 정의를 법률에 포함시키고 시청각장애인이 지역 센터에 장애 여부를 등록하면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했다. 해당 법을 바탕으로 설립된 헬렌켈러국립센터는 대표적인 시청각장애인 교육 기관으로 주정부의 직업재활국과 연계해 시청각장애인의 자립 생활을 지원하고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청각장애인의 고유한 특성을 이해하는 전문가 양성도 주요한 임무다. 1997년에는 「장애인교육법」을 통해 시청각 장애를 독립된 장애 유형으로 규정했으며 주정부로 하여금 시청각 장애 학생을 위한 보조공학 훈련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도록 했다.  

  한편 각 주의 교육부와 연계해 시청각장애인의 교육을 지원하는 ‘시청각장애국립센터’는 시청각 장애 교육에 있어 구심점 역할을 담당한다. 시청각장애국립센터는 시청각장애인의 교육뿐만 아니라 시청각장애인 전문 인력 양성과 시청각장애인의 가족 대상 교육까지 책임지고 있다. 1986년부터는 매년 시청각 장애아동 인구조사인 ‘National Child Count’를 통해 시청각 장애아동을 발굴하고 관련 정보를 갱신하고 있다. 그 결과 2019년 12월 기준 미국의 시청각 장애아동 인구는 1만 672명으로 2018년 9904명에서 723명이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서인환 장애인권센터 대표는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시청각장애인에게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며 “미국의 시청각장애인 교육 서비스 지원 체계가 이뤄낸 성과를 한국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끊임없이 양성되는 설리번 선생님 

  미국과 달리 일본은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법적인 정의가 확립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과 얼핏 유사하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의 국립특수연구원에 해당하는 ‘국립특별지원교육종합연구소(NISE)’에서 맹농 교육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연구 및 연수회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큰 차이를 지닌다. NISE는 1952년 ‘전국맹농교육연구회’를 만들어 맹농 교육 현장 실천 사례를 교사들에게 공유해오고 있다. 시청각 장애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의 개별 지도 우수 사례를 공유해 교사의 맹농 교육 능력을 높이는 데에 힘쓴 것이다. 

  시청각장애인 전문가 양성을 통해 시청각장애인이 각 특성에 맞게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은 시청각장애인 권리보장에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박경란 교수(세한대 특수교육과)는 “일본은 특수 교육 기관이 존재하지 않다는 점에서 미국과 다르지만 교사 간의 모임이 강하게 연결돼 있어 시청각장애교육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청각 장애 교육의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시청각 장애 관련 전문인력 등이 협력해 시청각 장애 교육을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일본은 장애를 초기에 발견한 경우 각 기관이 협력해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또한 한국과 차별점을 지닌다. 병원이 시청각 장애를 발견하면 즉시 의료·복지·교육 등 관련 분야의 연계 기관이 시청각장애인에게 생애 주기별 분절 없는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서로 다른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시청각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위해 전문적인 교육자 양성에 힘쓰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이송희 서울시복지재단 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국내 시청각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시청각장애인 대상 의사소통 교육과 더불어 시청각장애인 전문가 양성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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