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부와 여야는 한마음으로 의대의 입학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1019일 발표 예정이었던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확대안은 의료계의 반발로 발표가 연기됐다. 의대 정원 확대가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2006년부터 동결된 의대 정원의 확대 논의 과정을 정리하고 의대 입학 정원이 확대될 시 대학사회가 고려해야 할 지점들을 짚어봤다.

 

  의대 정원 두고 이어진 줄다리기

 

  2000년 국민의 정부는 정확한 진단 없는 의약 처방과 의료기관의 의약품 남용을 막고자 진단과 처방은 의사가, 조제는 약사가 담당하도록 하는 의약분업을 도입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정부의 의약분업 시도에 반대하며 병원 휴업을 진행했다. 의약분업 시행으로 인해 의료계가 의약품 처방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가 외의 수익을 잃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반발을 잠재우고자 의대 입학 정원을 10% 감축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2000년 당시 3507명이었던 의대 입학 정원은 20053097명으로 5년간 410명이 감소했다. 이후로도 의대 입학 정원은 조금씩 줄어 2006, 기존 감축 목표보다 적은 3058명에 도달한 뒤 현재까지 동결된 상태다.

 

  그러던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의료 인력 수요가 급증하자 문재인 정부는 지방 공공의대 설립과 함께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시도했다. 공공의료 인력을 매년 400명씩 증원해 10년간 4000명 충원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의료계는 정부의 계획에 반대하며 대대적인 파업을 진행했다. 의대 본과 4학년 학생도 의사 국가시험 응시를 단체 거부하며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뜻에 함께했다. 절대적인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 의협의 입장이었다.

 

  거센 반발에 부딪힌 보건복지부는 202094일 의협이 제시한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 의대 신설 추진 중단을 받아들이고 의정협의체를 구성하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해당 합의문에는 의대 정원 등은 협의체에서 논의하며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코로나19가 안정화된 이후 의대 증원에 대한 논의는 재개됐다. 보건복지부는 1월부터 의협과 함께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열고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검토했다. 그러나 이어진 논의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의협의 반발을 의식한 듯 확실한 증원 숫자를 발표하지 않아 왔다. 그런 와중 윤석열 대통령은 1019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필수의료 혁신회의)’에서 의료 인력 확충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다.

 

  대통령의 언급 이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 이행을 위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해 각 의대를 대상으로 증원 수요조사를 진행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조사 결과 대학사회의 전체 증원 수요는 약 2700명에 달한다. 정부는 해당 결과를 토대로 2025학년도부터 의대 증원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16일 의협은 정부가 의대 증원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을 생략하고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시도할 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원에 앞서 풀어야 할 과제는

 

  100명 내외의 정원을 유지하고 있는 대학부터 50명 미만 정원의 미니 의대까지, 대학사회는 전반적으로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김희영 인제대 기획처 주임은 인제대는 부속병원이 많아 기존 시설에 대규모 투자 없이도 증원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2000년대 초 감축됐던 입학정원 수만큼 의대 증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충원율이 비교적 낮은 타과 정원을 줄이고 의대 정원을 늘리면 전반적인 비율이 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김혜은 부산대 교무정책팀 주무관은 의대와 의논한 결과 의대 입학 정원의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증원이 확정된다면 증원되는 학생 수만큼 교원 확보와 시설 증축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의대 교수들은 의대 입학 정원 확대 이전에 대학의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관우 교수(동아대 의학과)충분한 강의실·교수 인력·실습 공간이 마련되지 않으면 부실 의대생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김광준 교수(의학부)기초의학 교수 확보가 최우선으로 이뤄져야 한다대학에서는 기초 교수진을 갖춰 의대생의 병원 실습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대균 교수(순천향대 해부학교실)의대 증원에 따라 강의실 등 시설도 증축돼 학생들이 편안하게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이러한 시설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조급하게 증원을 추진할 경우 의대 증원은 주먹구구식 정책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수들은 의대 입학 정원 확대가 대학사회에 안정적으로 도입되기 위해 증원 이전에 고려해야 할 지점에 대해 제언하기도 했다. A교수(동아대 의학과)·감원 논의 이전에 의료계 전반을 포괄적으로 고려해 적정 의사 수를 파악해야 한다고 전했다. B교수(의학부) 또한 노령화 등 인구 추계를 고려한 객관적인 지표가 바탕이 될 때 안정적인 증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의대 증원 결정 과정에서 포괄적인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대균 교수는 현재 논의 과정에는 국민적인 합의가 제외돼 있다의사 수 증가에 따른 영향은 전 국민이 부담하기에 논의의 주체를 확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관우 교수는 지역 균형 및 필수의료의 균형이 조화롭게 이뤄질 때 의대 증원이 가능하다안정적인 증원을 위해서는 충분한 강의실 수·교원 인력·실습 공간과 더불어 지역 균형과 필수의료 인력의 효율적 배분을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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