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UN은 「2022년 세계인구 전망보고서」를 통해 만 65세 이상의 세계 인구 비율이 2022년 10%에서 2050년 16%로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9월 통계청에 집계된 한국의 고령화 인구 비율은 이미 약 18.4%에 달했다. 2070년에는 전체 인구 중 46.4%가 노인이 될 것이란 예측도 함께 나왔다. 머지않은 미래에 마주하게 될 초고령 사회의 패러다임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를 맞이한 해외의 선례를 바탕으로 이상적인 고령친화도시의 도안을 살펴봤다. 

  노인을 지키는 꼬부랑 도로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싱가포르는 2014년부터 노인보호구역(실버존)을 도입했다. 2008년 실버존을 도입한 한국보다 더 늦은 시기에 도입됐지만 싱가포르의 실버존은 노인 보행자 사고 건수를 약 80% 줄이는 등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일명 ‘지렁이 도로’라고도 불리는 싱가포르의 실버존은 도로의 모양을 지렁이처럼 구불구불하게 설계한다. 교차로의 모양 또한 기존의 ‘T’자에서 ‘Y’자로 시공된다. 이수범 교수(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는 “굽어진 도로와 좁아진 차로 폭은 차량의 속도 저감을 목적으로 한다”며 “동시에 보행자가 거닐 수 있는 보도폭을 늘리는 것 또한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의 실버존은 국토교통청 주도하에 기존 도로를 아예 갈아엎는 1년 이상의 대대적인 공사를 거친다. 이를 위해 공사 전에 노인 보행 패턴과 교통량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이뤄진다. 심태일 도로교통공단 책임연구원은 “한국도 시케인(S자 모양의 커브)과 좁은 차로 폭 등의 교통정온화시설을 도로에 적용하고 있지만 한국 도로 특성상 싱가포르처럼 도로를 계획적으로 설계하지 않은 곳이 많아 한계가 있다”고 언급했다. 

  싱가포르처럼 안전한 실버존의 부상을 위해선 물리적인 교통정온화시설뿐만 아니라 보행자 중심의 의식 형성도 필수적이다. 문병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버존과 같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개인차량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며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도로다이어트’의 성공을 위해선 보행자 중심 문화가 교육과 홍보를 통해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의 실버존은 구불구불한 도로를 통해 차량 속도를 늦춘다. 사진출처 Land Transport Authority
싱가포르의 실버존은 구불구불한 도로를 통해 차량 속도를 늦춘다. 사진출처 Land Transport Authority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노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해외의 다양한 지자체와 비영리 단체는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2018년 6월부터 ‘파리 시니어 패스’를 도입했다. 이는 만 65세 이상 혹은 일할 수 없는 저소득층 노인에게 대중교통 요금을 지원해 주는 제도다. 파리시는 각 지역의 노년층의 소득을 고려해 교통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임춘식 명예교수(한남대 사회복지학과)는 “노년층의 교통 관련 서비스 질이 향상되는 것은 곧 젊은이들을 위한 포석”이라며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교통수단을 운영하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라고 덧붙였다. 

  지자체가 직접 나서 고령자에게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김종인 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이미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전반적인 표 예매와 장소 이동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지자체 차원에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주의 브루클린에서는 노인복지시설 및 의료 시설까지 이동하는 노인을 위해 ‘브루클린 노인버스’를 운행한다. 해당 버스는 평일 오전 9시에서 오후 3시까지 지역의 노인센터와 요양시설 등을 거치며 매시간 운행 중이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노인 교통 복지 서비스는 전 세계 노인 인구비율 1위를 기록 중인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본 나가레야마에서는 만 65세 거주자를 대상으로 고령자 이동지원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직접적인 셔틀버스 승차가 가능한 고령자에게만 제공하며 기업이나 병원 방문을 목적으로 운행 중이다.  

  노인의 편리한 대중교통 이용을 위해 조직된 비영리 단체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ITN America’는 미국 전 지역의 노인을 대상으로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로 만 6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회원제 방식으로 운영된다. 임춘식 명예교수는 “오늘의 노인이 곧 어제의 젊은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교통을 이용하는 데 있어 취약계층일 수밖에 없는 노인을 위해 한국도 여러 복지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하려는 노인이 ITN America 소속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고 있다. 사진출처 ITN America
이동하려는 노인이 ITN America 소속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고 있다. 사진출처 ITN 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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