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장학금 Ⅱ유형이 동결 정책의 핵심

재정악화로 등록금 인상 필요성 언급돼

고등교육재정 부족도 주요 원인

“학교와 학생만의 문제로 보지 말아야"


중앙대 내국인 학부생 등록금은 2012년 이후 11년째 동결 중이다.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의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 발표 이후 중앙대도 등록금 인하 및 동결 정책에 동참했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큰 폭으로 상승하며 10년 이상 지속됐던 등록금 동결 정책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전국 대학이 등록금 동결을 깨고 등록금 인상을 고려하는 이유를 살펴봤다.

  동결이 가능했던 이유는
  교육부의 국가장학금 Ⅱ유형 연계 정책으로 전국 대다수 대학의 등록금 동결이 가능했다. 송기창 교수 (숙명여대 교육학부)는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에 대학재정지원사업 참여를 제한하고 국가장학금 Ⅱ유 형 지원을 배제한 것이 가장 큰 동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최윤정 교육부 청년장학지원과 사무관은 “국가장학금 Ⅱ유형은 2012년부터 이어온 등록금 안정화 대책의 핵심”이라며 “고물가에도 등록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 크기 때문에 다수 대학에서 등록금 동결에 동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등록금 인상률 산정방법 근거규정’을 통해 규 정된 ‘법정 등록금 인상률 한도’ 또한 등록금 인상을 억제했다. 「고등교육법」은 법정 등록금 인상률 한도 가 최근 3년간의 물가상승률을 초과하지 않도록 제한 하고 있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정책적 규제 외에 법으로 등록금 인상률 상한선을 정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줬다”고 전했다.

  동결을 깨려는 움직임
  대학 총장들은 대학 재정 및 등록금 개혁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2023 KCUE 대학 총장 설문(Ⅰ)’에 따르면 대교협 소속 대학 총장의 주요 관심 영역은 재정 지원 사업(정부·지자체 등)이다. 재정·세제분야 규제가 개혁 돼야 할 영역으로는 ‘국가장학금 Ⅱ유형 등록금 연계 정책 폐지’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등록금 인상 계획을 묻는 교육부 출입 기자단 설문에서 ‘2024년쯤 등록금 인상 계획이 있다’고 말한 4년제 대학 총장은 114명 중 45명(약 39.47%)다. 오직 14명(약 12%) 의 대학 총장만이 ‘등록금 인상 검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러한 결과의 원인으로는 정책 기조 변화와 물가 상승 등이 언급된다. 임희성 연구원은 “정부가 바뀌며 고등교육 정책이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은 법정 등록금 인상률 한도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지난해 약 5.1%의 높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면서 법정 등록금 인상률 한도는 지난해 1.65% 에서 올해 4.05%로 크게 증가했다. 물가 상승으로 대학이 정부의 규제에 따라야 할 이유가 적어졌다. 송기창 교수는 “물가 상승률 증가에 따라 법정 등록금 인상률 한도가 높아졌다”며 “등록금을 인상했을 때의 등록금 인상분이 국가장학금 Ⅱ유형 미지원에 의한 손해에 비해 커졌다”고 전했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 총장협의회 사무처장은 “이제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포기하고 대학차원의 장학금과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지가 됐다”고 말했다.

  노후화된 학내 교육 환경이 등록금 인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23 KCUE 대학 총장 설문(Ⅰ)에 따르면 ‘교육시설 확충 및 개선 지원’이 재정지원이 가장 시급하게 이뤄져야 할 영역 중 하나인 것으로 확인됐 다. 최윤정 사무관은 “동아대와 다수의 교대 등이 등 록금을 인상했지만 올해도 상당수 대학이 등록금 동결 정책에 동참한 것으로 안다”며 “동아대는 학교 시설 개선을 위해 학생과 협의를 통해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사례”고 말했다. 김병주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 전임 회장은 “올해 등록금 인상을 가장 먼저 결정한 청주교대는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며 “더 나은 교육을 받기 위해 등록금 인상에 찬성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일부 중앙대 학생들도 교육 환경개선이 이뤄진다면 등록금 인상에 찬성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준수 학생(기계공학부 1)은 “시설 보수 공사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노후화된 건물이 많다”며 “11년째 내국인 학부생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시설 개선이 동반된다면 등록금 인상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등록금 인상의 필요성
  대학재정상황의 악화로 등록금 인상의 필요성이 계속해서 대두되고 있다. 2일 대교협이 발표한 ‘2022 고등교육현안 정책자문 자료집’에서 송기창 교수는 반값 등록금 정책 시행으로 사립대의 재정 손실 총액이 2조원이 넘었음을 밝혔다. 송기창 교수는 “계속된 물가 인상으로 인건비·운영비·교수학습비 등이 증가하고 있어 대학재정의 위기가 대학이 스스로 감내할 수준을 넘어섰다”며 “추후 법정 등록금 인상률 한도의 약 70%인 3년 평균 물가상승률 정도로 인상률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립대의 전체 운영수지 적자는 2021년 약 1500억원을 넘어섰다.

  악화된 재정 상황으로 사립대가 교육을 위해 투자하는 재정도 2011년 대비 2021년에 약 3462억 원(약 19.6%) 감소했다. 황인성 처장은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가 맞물리며 학교 재정에 더 큰 어려움이 생겼다”며 “시설 유지비 등 고정 비용 을 제외한 연구 비용 또는 학생들의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 등을 감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대학 입학금 폐지도 대학 재정 상황 악화에 영향을 준다. 2018년 교육부와 전국 330개 대학은 입학금 전면 폐지를 합의했으며 중앙대는 올해 입학금을 완전히 폐지했다. 송기창 교수는 “입학금이 완전히 폐지된 올해부터 그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등록금 인상만이 해답은 아니다
  일부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에 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김민정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학생들도 대학 재정이 어려운 사실은 알고 있으나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또다시 학생의 돈으로 위기를 해결하려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현경 학생(응용통계학과 2)은 “학생 입장에서는 대학교의 등록금 인상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며 “등록금 인상 시 정해진 소득 분위 안에 속하지 못한 학생은 국가장학금, 중앙사랑 장학금 등을 받지 못해 부담이 더 크다”고 밝혔다. 임희성 연구원은 “등록금 인상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보다 정부 차원에서 사립대학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1차적 해결 방안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수의 전국 대학 총장들은 대학 재정 상황 악화의 근본적 원인으로 고등교육재정의 부족을 언급한다. 대교협 소속 약 300여개 대학 총장들은 지난해 11월 ‘고등교육재정 확충을 위한 법률 제정 호소문’을 발표했다. OECD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학생 1인당 고등 교육 공교육비는 OECD 평균 수치의 약 60%에 불과하다. 한국의 고등교육은 ‘정부 부담 공공재원 투자’ 수치에서도 OECD 평균의 약 37%이며 전체 32위로 하위권에 해당한다. 황인성 처장은 “대학재정이 학생들이 지출하는 등록금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고등교육재정 확보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민정 위원장은 “OECD 지표를 통해 한국은 정부가 대학 교육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효율적인 재정 지원도 대학의 경영난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됐다. 송기창 교수는 “정부가 ‘목적이 정해진 사업비’가 아닌 ‘일반재원으로 쓸수 있는 경상비’를 지원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사립대학의 등록금 결손분을 보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민정 위원장은 “현재 정부의 대학 지원 항목은 인건비, 시설 유지보수비 등 대학 운영에 직접적으로 사용 할 수 없는 것이 많다”며 “정부가 지원하는 재정 활용 에 자율성을 부여해 효율적인 재정 운영을 돕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올해도 등록금 동결 정책을 이어갈 예정 이다. 최윤정 사무관은 “등록금은 학생과 학부모 등 민생 경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고물가 상황의 어려움을 고려해 등록금 동결 정책을 적어도 다음해까지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 다. 이어 “국가장학금 지원과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등을 확충해 학생들이 등록금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병주 전임 회장은 “현실적으로 등록금 인상을 반 대하는 교육부 입장에 따라 등록금 인상을 바로 검토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11년 이상의 등록금 동결과 이를 보상하지 못하는 정부 재정 지원에 의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인성 처장은 “등록금 인상 문제는 단순히 학교와 학생의 관계에서만 바라보면 안 된다”며 “정부와 교직원 등 대학을 구성하는 모든 구성원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