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쥬크박스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남편과 아들, 딸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세연’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암을 진단받은 세연은 자신에게 얼마 남은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죠. 그녀는 그동안 하지 못한, 자신이 하고 싶던 일을 하려 합니다. 세연은 마지막 생일 선물로 동사무소에 다니는 남편 ‘진봉’에게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달라는 요구를 하게 됩니다. 아내의 고집에 어쩔 수 없이 함께 여행길에 오른 진봉은 첫사랑의 이름만을 가지고 무작정 전국을 돌아다니게 되죠.

사진출처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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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의 첫사랑을 찾는 과정 속에서 진봉과 세연의 서사도 함께 그려지는데요. 진봉과 세연의 첫 만남은 어떠했을까요. 세연의 20대 시절, 학생운동이 벌어지던 중 갑작스런 인파에 넘어진 세연을 도와준 남성이 있었습니다. 그가 바로 진봉이었고, 그들은 서로의 매력에 반해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죠. 이후 세연과 진봉이 함께 <미인>을 부르며 군무하는 장면은 보는 이도 흥겹게 만듭니다.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등장하는 노래들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가요 명곡을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 얼핏 들어봤던 <조조영화>, <미인>, <뜨거운 안녕> 등의 노래가 흘러나오면 괜스레 반가웠죠. 이렇듯 노래라는 수단은 극 중 인물들의 슬픈 감정을 더욱더 잘 전달하기도, 분위기를 전환시켜 흥겨움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이전부터 한국에서 흥행한 뮤지컬 영화는 많았습니다. 영화 <시카고>를 시작으로 <맘마미아!>, <라라랜드>, <위대한 쇼맨> 그리고 디즈니의 뮤지컬 애니메이션 영화까지 지금까지 영화와 OST 모두 사랑받고 있는 작품들이죠. 그러나 한국에서 제작한 뮤지컬 영화를 보기는 드뭅니다. 흥행한 영화는 더욱 찾기 힘들죠.

  과거 한국 뮤지컬 영화의 흥행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2006년에 개봉한 한국 영화 <삼거리 극장>과 <구미호 가족>은 각각 약 1만 7천명, 약 20만명 정도의 관객이 동원됐죠. 2003년에 개봉했던 영화 <시카고>가 약 73만명, 2008년에 개봉한 영화 <맘마미아!>가 약 453만명을 동원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성적입니다. 흥행은 물론이고 한국 영화계 자체에서도 뮤지컬 장르가 활성화되지 않은 게 현실이죠.

  한국 영화계에서 뮤지컬 장르가 발달하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민경원 교수(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는 뮤지컬 영화의 제작 자체가 어렵다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뮤지컬 영화는 춤과 노래가 이야기를 구성하는 핵심이에요. 이에 뮤지컬 영화는 일반 영화 제작에 비해 약 2~3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죠. 뮤지컬 영화 제작 전문가의 부재도 제작 비율이 낮아지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현수정 교수(연극전공)는 뮤지컬 영화에 대한 인프라 부족과 투자의 어려움을 꼽았습니다. “미국의 경우 연출가나 배우가 브로드웨이에서 할리우드로 넘어가는 등 장르를 넘나드는 경우가 적잖게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뮤지컬의 문법을 잘 반영하며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인프라가 아직은 잘 마련돼 있지 않죠. 그리고 영화의 제작에 있어서 투자가 중요한데요. 뮤지컬 영화의 경우 아직 검증된 바가 없기 때문에 투자를 받기가 더욱 어려운 것 같습니다.”

  뮤지컬 영화가 익숙지 않은 대중을 영입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합니다. 정혜인 교수(청운대 방송영화영상학과)는 뮤지컬 영화에 관한 대중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라라랜드>의 경우 배우를 꿈꾸는 여자와 음악이 하고 싶은 남자의 만남을 그리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이때 그 둘을 다루는 다양한 요소들이 환상성을 갖고 있죠. 이것이 뮤지컬 영화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요소라 생각합니다. 동화 같은 연출을 통해 관객들은 어색함을 줄이고 이해하며 따라가게 되지 않을까요?"

  뮤지컬 영화에서 갑자기 등장하는 춤과 노래를 보며 이질감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아직 한국 영화계에서 활발하지 않은 장르이기에 그럴지도 모르죠. 그러나 한번 귀 기울여 그냥 그들의 흥겨움에 기대보는 건 어떨까요. 마음에 꽂히는 노래를 찾을 수도, 뜻밖의 울림을 느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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