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또는 들어서 알고는 있는데 자세히는 알지 못했던 예술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그럴 땐 키워드로 보는 예술 사전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요. 이번 주 사전을 넘기는 손은 키워드 ‘가극’ 앞에 멈췄습니다. 관현악과 노래로 웅장함을 주는 오페라, 오페라에 대중음악이 더해진 뮤지컬 그리고 뮤지컬이 필름과 만나 탄생한 뮤지컬 영화까지. 무대 위 음악과 극의 만남이 만들어내는 매력은 무엇일까요. 우리 함께 설레고 두근거리는 가극의 매력으로 들어가 봅시다! 권지현 기자 rnjswlgus1103@cauon.net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다’라는 말이 ‘수준을 낮춘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급 음식을 먹을 때 기분이 좋은 것처럼 고급문화 예술을 즐길 때 진정한 기쁨이 있을 겁니다.”   
정승기 교수(성악전공)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특별공연'중 한 장면이다. 오페라의 가지에서 뻗어나온 뮤지컬은, 팝과 더불어 다양한 장르와 한데 섞여 새로운 매력을 선사한다.사진출처 The Shows Must Go On 유튜브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특별공연'중 한 장면이다. 오페라의 가지에서 뻗어나온 뮤지컬은, 팝과 더불어 다양한 장르와 한데 섞여 새로운 매력을 선사한다.사진출처 The Shows Must Go On 유튜브

무대 위 조명을 받으며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성악가,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배우. 그들의 예술을 보며 관객은 처절한 슬픔을 느끼기도 하고 유쾌한 즐거움을 얻기도 한다. 우리를 매혹시키는 이 공연들은 과연 무엇일까. 오페라부터 뮤지컬까지, 그 흐름을 따라가 보자. 

  오페라의 발자취를 따라 
  오페라(opera)는 작품이라는 뜻의 라틴어 ‘opus’의 복수형에서 기원한다. 16세기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는 백작 ‘조반니 데 바르디’의 살롱에 학자, 음악가, 시인들이 모였는데 이 모임을 ‘카메라타(camerata)’라고 불렀다. 카메라타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음악을 바탕으로 음악의 새로운 형식이나 양식을 만들어내고자 했고, 이 운동에서 오페라가 탄생했다. 

  최초의 오페라가 무엇인지에 관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다프네>, 야코포 페리의 <에우리디체>,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 등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고희경 교수(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는 현대적 관점에서 오페라의 특징을 고려했을 때 최초의 오페라는 <오르페오>라는 입장이다. “<오르페오>는 서곡에 해당하는 교향곡 파트가 추가되고 노래를 ‘아리아’와 ‘레치타티보’로 구분하고 있어요. 아리아와 레치타티보의 구분이 분명한 현대의 오페라를 고려했을 때 <오르페오>가 진정한 오페라의 시작이라 할 수 있죠.” 

  멀리 더 멀리 
  세계로 뻗어간 오페라는 나라마다 다른 특징을 보이기도 했다. 이의주 오페라 연출가는 이탈리아와 독일, 프랑스 등의 오페라가 갖는 각각의 특징에 관해 설명했다. “이탈리아 오페라는 미성을 내는데 치중하는 발성법인 ‘벨칸토’의 전통을 이어갔어요. 이를 베르디와 푸치니가 계승해 전형적인 오페라의 틀을 완성했죠. 독일 오페라는 이탈리아 오페라보다 대사를 중시했습니다. 그리고 궁정이나 사교를 중시한 프랑스 오페라는 그랜드 오페라 중 일부 막에는 발레가 들어가야 했죠.” 

  오페라의 황금기라 불리는 19세기, 당시 작곡가들의 작품은 지금까지도 무대에서 상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의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와 자코모 푸치니, 독일의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가 있다. 지난 5월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 오페라 <아이다>를 제작한 주세페 베르디는 <아이다> 외에도 <오텔로>, <팔스타프> 등의 역작을 남겼다. 자코모 푸치니는 <라 보엠>, <토스카>, <나비 부인> 등의 작품을 만들었다. 이 중 <라 보엠>은 구노의 <파우스트>와 함께 가장 뛰어난 오페라로 평가된다. 리하르트 바그너는 <리앤찌>, <탄호이저>, <로엔그린> 등을 작곡했다. 

  고희경 교수는 베르디와 바그너가 현대 음악에 미친 영향에 관해 이야기했다. “베르디는 당대의 역사적 사건이나 정치적 자유, 이탈리아 독립에 대한 갈망, 애국심과 사랑 사이 갈등 등의 소재를 오페라에 담았습니다. 바그너는 대중이 열광하는 축제적 성격과 당대 철학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오페라를 남겼죠. 또한 바그너의 오페라 속 영웅들은 인간적인 약점을 지닌 탈 영웅 혹은 불완전한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19세기 말~20세기 초 현대인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성악가의 목소리. 귀족의 예술이었던 오페라는 대중에게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진다.사진출처 노블아트오페라단 유튜브
사람에게서 나오는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성악가의 목소리. 귀족의 예술이었던 오페라는 대중에게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진다.사진출처 노블아트오페라단 유튜브


  조금 더 대중의 곁으로 
  오페라에서 새롭게 피어난 음악 공연예술이 있었으니, 바로 ‘뮤지컬’이다. 오페라에 비해 더욱 대중적인 음악을 선보이는 뮤지컬은 역동적인 안무와 함께 오락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19세기 후반 뮤지컬은 오페라의 형식을 답습했다. 당시 일반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전통 오페라와 연극 양식을 가벼운 코믹과 엮어 공연한 것이 큰 인기를 끌었고, 오늘날 브로드웨이가 유명한 극장가로 발전한 계기가 됐다. 1866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한 <검은 옷의 괴조(The Black Crook)>가 미국 최초의 뮤지컬로 기록돼있다.  

  19세기부터 오늘날까지 뮤지컬은 대중에게 끊임없는 관심을 받고 있다. <레 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등의 뮤지컬은 초연 이후에도 꾸준히 재공연되며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뮤지컬 <레베카>의 경우 관련 영상 조회수가 약 663만 회였고, 뮤지컬 <베토벤>은 지난 15일 진행된 선예매에서 2000석이 넘는 좌석이 순식간에 매진되기도 했다. 오랜 시간 동안 대중들을 매료시킨 뮤지컬의 매력은 무엇일까. 

  고희경 교수는 뮤지컬의 환상적이고 유쾌한 즐거움이 매력이라고 전했다. “뮤지컬은 음악과 춤, 화려한 무대 장치 등을 통해 환상적인 정서를 극대화합니다. 뮤지컬 속 노래와 춤에 익숙해진 관객은 이를 통해 강렬한 정서적 교감을 얻게 되죠. 또한 유쾌한 즐거움을 넘어서, 심각하지만 심금을 울리는 카타르시스도 최근 뮤지컬에서 보이는 매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혜선 교수(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는 대중의 기호에 맞게 변화하는 뮤지컬이 흥미를 준다고 말했다. “뮤지컬은 대중들이 열광하는 인기에 맞게 끊임없이 변형되고 발전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한창 랩이 유행이던 시절에는 랩이 들어간 뮤지컬이 창작됐고 트로트가 인기를 끌자 트로트 뮤지컬이 생겼죠. 또한 팝이나 발라드 같은 친숙한 음악으로 구성되고 끊임없이 화려하게 시각을 자극하는 뮤지컬은 대중에게 더욱 흥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무대 위 음악 예술  
  오페라, 뮤지컬 등 음악과 공연예술이 만난 극은 단순 음악만 있는 공연 혹은 대사만 있는 무대라면 느끼지 못했을 새로운 매력을 선사한다. 이혜선 교수는 음악과 공연예술이 일으키는 시너지에 관해 언급했다. “사람들은 스토리와 연결해 들을 수 있는 공연을 좋아합니다. 음악 공연이라도 그 음악을 작곡한 배경, 관련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는 음악회나 영화 음악 콘서트 같은 것들이 있죠. 또한 인간의 감정을 대사와 그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표현함으로써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음악극이 사랑받고 있는 이유라 생각해요.” 

  정승기 교수(성악전공)는 오페라를 통해 음악 공연예술이 주는 다양한 이점에 관해 이야기했다. “오페라는 음악, 미술, 문학 등을 넘어 근래에 와서 오페라는 조명, 음향, 영상까지 합쳐진 대규모 종합공연예술이라 볼 수 있어요. 이는 다양한 예술 분야에 미치는 오페라의 영향력을 드러내죠. 또한 인력이나 상권 등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상업적 측면에도 막대한 상승효과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음악만으로는 느낄 수 없었던 생동감. 연기만으로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의 떨림. 오페라, 뮤지컬 등 음악과 연기가 더해진 예술은 관객들에게 더 깊은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자동차의 경적 소리, 일상의 소음, 사람들의 고성방가 등에 지친 귀를 위해 건조해진 마음을 위해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궁극의 감동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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