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singing in the rain
Just singing in the rain
What a glorious feeling
I'm happy again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 OST <Singin' In The Rain>中

길을 걸어가던 중 갑자기 꽃가루가 날리고, 어디선가 음악이 들리기 시작하며, 걸어 다니던 행인들이 함께 춤추기 시작한다. 마치 뮤지컬 영화 속 한 장면 같지 않은가. 대공연장에서 열연을 펼치던 배우들은 이제 영화 속에서 노래하고 있다. 일상을 환상의 세계로 바꿔주는 ‘뮤지컬 영화’ 의 이야기를 감상해보자.

  뮤지컬은 영화를 타고
  비 오는 도시 거리, 한 남성이 검은 우산을 들고 춤추며 <Singin' In The Rain>을 부르는 장면이 인상적인 <사랑은 비를 타고>. 이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계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전환되는 위태로운 시기를 담고 있다. 영화 속에는 사장이 유성 영화를 원하는 관객을 위해 유성영화로 전환하라 지시하거나, 뮤지컬 스타 주인공들이 언어 교정사에게 발음 교정을 받는 모습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민경원 교수(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의 변화가 영화사에 미친 영향력에 관해 이야기했다. “<사랑은 비를 타고>에는 ‘캐시’가 ‘리나’의 노래를 대신하던 와중 무대의 커튼이 열려 립싱크하는 리나가 망신당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렇듯 유성영화는 스타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결과를 가져왔죠. 외모만으로 연기하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중후한 목소리와 자연스러운 연기력이 뒷받침돼야 한 거예요.” 이러한 유성영화로의 전환은 사운드가 주요 표현수단이 돼 뮤지컬 영화의 발전을 이끌었다.

  이 매력에 허리가 꺾일 거야
  뮤지컬 영화는 뮤지컬에서는 찾기 힘든 다양한 시각적 효과로 흥미를 주기도 한다. 뮤지컬 영화 <시카고>의 경우 노래를 부를 때 현실과 구분되는 공간에서 배우들이 격렬한 군무를 하고, 화려한 조명과 장식들 사이에서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에게 흥겨움을 안겨줬다.

  현수정 교수(연극전공)는 영화 <시카고> 속 표현 방식이 관객에게 주는 효과를 말했다. “원작 뮤지컬의 쇼 적인 측면을 살림과 동시에, 부패한 사법부와 황색언론이 만드는 부조리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잘 부각시켰죠. ‘록시’의 기자회견 때 기자들이 모두 마리오네트 인형이 되고 변호사 ‘빌리 플린’이 이를 조종하는 모습은 무대에서는 표현하기 힘든 장면입니다. 눈앞의 화려한 쇼를 즐겁게 관람하다 보면 스타와 대중매체에 경도된 대중의 역할을 하게 되는 거죠.”

  박윤솔 강사(연극전공)는 영화 속 주인공들의 세세한 연기와 감정 묘사를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뮤지컬 공연은 그 찰나에 내가 보고 있는 것 외에는 놓치게 되는 것들이 많아요. 또한 무대의 경우 관객석과 멀거나 혹은 관객의 시야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 부분들은 보지 못하고 넘어가게 되죠. 하지만 영화는 현장에서 보지 못했던 표정이나 세세한 연기까지도 다 보여줄 수 있기에 공연과는 또 다른 감동이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뮤지컬 영화에서는 메인 테마 음악을 반복하거나 변용한다. 이전에 등장한 멜로디를 변주하거나 반복해 만든 노래를 가리키는 리프라이즈(reprise)는 다양한 뮤지컬 영화에서 활용된다. 영화 <알라딘>의 OST인 <One Jump Ahead(Reprise)> , 영화 <위대한 쇼맨>의 <A Million Dreams(Reprise)> 등이 대표적이다.

  정혜인 교수(청운대 방송영화영상학과)는 리프라이즈가 뮤지컬 장르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장르는 노랫말과 함께 표현된다는 점에서 리프라이즈와 같은 기법이 극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죠. 또한 인물의 상황 혹은 감정에 따라 테마가 변화하기 때문에 뮤지컬의 매력을 더 돋보이게 합니다.”

  현수정 교수는 리프라이즈가 이야기 전개에 도움을 준다는 입장이다. “리프라이즈는 특정 모티프나 내용을 강조하는 의미도 지니고 있지만, 노래가 반복되면서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인물들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등을 알려주기도 해요. 예를 들어 영화 <오클라호마>에서 러브송인 <People Will Say We're In Love>를 남녀 주인공 ‘컬리’와 ‘로리’가 1막에서 서로 마음을 감추고 밀당하며 노래하지만, 2막에서는 사랑을 고백하며 노래하죠.”

  아직 노래가 어색한 이들에게
  일상적인 공간 속 비일상적인 장면 때문에 뮤지컬 영화를 어색하게 느끼는 대중도 있다. 뮤지컬 영화가 대중에게 어색하지 않은, 설득력 있는 작품으로 다가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박윤솔 강사는 작품을 보는 관객이 의미를 느낄만한 판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영화와 뮤지컬 영화의 차이는 음악으로 들어가는 순간 판타지가 된다는 점이에요. 따라서 더 크고 화려한, 마치 마법과도 같은 장면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래와 동시에 판타지가 펼쳐지는 이 생소한 포맷에 대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돈을 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거죠.”

  그날 한 번으로 끝나는 공연과 달리 보고 싶을 때 언제든 노래 속에 빠져들 수 있는 뮤지컬 영화. 잠시 일상이 힘들고 지칠 때 영화 속의 환상으로 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 단순한 뮤지컬 영화 한 편이 당신의 공허한 마음을 채워줄지도 모른다.

사진출처 다음영화
사진출처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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