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리’는 여럿이 다 뒤섞여 또렷하게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를 뜻합니다. 동아리라는 울타리 아래 모인 각양각색 청춘이 이리저리 뒤섞인 모양을 두고 아리아리하다 할 수 있겠네요. ‘아리아리’ 흘러가는 동아리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그 속에 ‘동동’ 떠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포착했습니다. 이번 주는 미식축구 동아리 ‘블루드래곤즈’(서울캠 중앙동아리)를 만납니다. 방학을 맞이한 블루드래곤즈는 구미로 합숙 훈련을 떠났는데요. 차가운 빗방울과 뜨거운 땀방울이 함께 뒤섞여 흐르던 블루드래곤즈를 만나봅시다! 글·사진 배효열 기자 hyo10@cauon.net

 

기합 소리 가득했던 구미의 여름 
부딪히고 달리며 하나 된 청룡 전사 
“다음 목표는 전국대회 진출”

기자는 최근 새로운 스포츠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바로 미식축구인데요. 흐린 하늘에서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8월 10일과 11일 중앙대 미식축구 동아리인 블루드래곤즈의 합숙 훈련을 따라갔죠. 경상북도 구미시에 있는 금오공대 양호동 캠퍼스 대운동장에서 블루드래곤즈를 만났습니다. 

미식축구는 격렬한 운동 중 하나이다. 선수들은 매번 훈련 전 목풀기를 열심히 하며 혹시 모를 부상에 철저히 대비했다.
미식축구는 격렬한 운동 중 하나이다. 선수들은 매번 훈련 전 목풀기를 열심히 하며 혹시 모를 부상에 철저히 대비했다.


  다가가기 어려웠던 첫 만남 
  블루드래곤즈는 8월 9일부터 8월 19일까지 구미로 합숙 훈련을 떠났습니다. 취재 첫날인 10일 대운동장에서 처음 선수들을 마주했죠. 당시만 해도 기자는 한 번도 접하지 못한 미식축구를 배워볼 생각에 들떴습니다. 금오공대 대운동장엔 줄 맞춰 블루드래곤즈 유니폼과 헬멧, 어깨 보호대 등이 놓여 있었습니다. 막상 처음 보는 보호 용구들을 보니 훈련이 쉽지 않겠다고 느꼈죠. 헬멧이 기자에게 ‘쉽게 보다간 큰코다칠걸!’하고 경고하는 듯했습니다.

  훈련이 시작되자 선수들은 스트레칭을 시작했습니다. 몸이 울퉁불퉁한 선수들도 여기저기서 곡소리를 내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튿날 기자도 스트레칭에 참여했지만 끝까지 완수하지 못했죠. 떨렸습니다. 방학을 게을리 보냈던 탓인지 몸이 부르르 떨려오더군요. 격한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 미식축구의 특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스트레칭부터 상당한 근력운동이 동반됐습니다. 선수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각자 근육을 깨워주고 있었습니다.

  스트레칭이 끝나고 포지션별 훈련이 진행됐습니다. 기자는 주장 김혁수 선수(체육교육과 4)와 함께 러닝백 훈련을 체험했습니다. 러닝백은 자신을 막으러 오는 수비수를 피해 달려야 하는 포지션입니다. 요리조리 방향을 바꾸며 수비수를 따돌리는 능력이 있어야 하죠. 여러 장애물 사이로 빠르게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스텝을 밟는 훈련을 했습니다. 대운동장은 비가 온 직후라 미끄러웠습니다. 기자는 따로 스파이크를 준비하지 못해 운동화를 신고 훈련에 임했기에 더욱 미끄러웠는데요.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느릿느릿 움직였지만 방향을 재빠르게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죠.

  아쉽게도 미숙한 동작의 기자가 참여할 수 있었던 훈련은 러닝백 훈련뿐이었습니다. 럭비나 아이스하키처럼 미식축구는 단체 구기 종목 중 몸싸움이 심한 편에 속합니다. 다음 훈련부터는 보호 용구를 차고 달리고, 부딪히는 훈련이라 숙련된 선수가 아니라면 위험했기 때문에 더 이상 참여할 수 없었죠. 대신 면밀히 선수들의 훈련을 관찰했습니다. 기자가 관찰했을 때 선수들이 가장 긴장하고 집중했던 훈련은 태클 훈련이었습니다. 두 선수가 달려와서 서로 부딪히고 넘어트리는 훈련이었죠. 코치님들도 어느 때보다 집중해서 지도했습니다. 다치지 않게 훈련을 소화하기 위해서 모두가 긴장한 순간이었죠.

  블루드래곤즈 선수 중 가장 베테랑 선수라고 소개받은 정석우 선수(소프트웨어학부 4)에게 태클 훈련을 할 때 다치지 않기 위한 방법을 물었습니다. “상대 선수에게 겁먹고 부딪히는 걸 지레 무서워하면 몸이 순간적으로 움츠러들어요. 다치지 않으려면 오히려 겁 없이 부딪혀야 합니다.” 훈련을 떠올려 보니 태클 훈련을 할 때 선수들의 기합 소리가 유독 컸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 더 큰 목소리로 서로를 격려했던 것 아닐까요. 

 

상대방을 막기 위한 기술인 태클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태클 훈련은 부상 위험이 높아 선수들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상대방을 막기 위한 기술인 태클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태클 훈련은 부상 위험이 높아 선수들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번개가 치는 날만 아니라면

  구미로 출발하기 전부터 연일 비 예보가 이어졌습니다. 구미까지 왔는데 비로 인해 훈련이 취소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죠. 다행히 첫날 훈련 중에는 가랑비만 내리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이튿날에는 훈련 도중 거센 빗줄기가 쏟아졌죠. 계속 훈련을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던 때 땀과 비에 젖은 선수들이 우르르 라커룸으로 들어갔습니다. 기자는 비가 그칠 때까지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했죠. 라커룸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정승민 선수(체육교육과 1)는 훈련이 끝난 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보호 용구들이 비를 맞게 되면 녹슬기에 십상이에요. 그래서 보호 용구들을 비 안 맞는 곳으로 옮기는 거죠.” 보호 용구를 옮기곤 다시 훈련이 시작됐습니다. 이어 정승민 선수는 비가 오는 날씨가 오히려 훈련하기 좋다고 귀띔해줬죠. “더운 날씨에 훈련하려면 땀도 많이 나고 힘들어요.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시원하기도 하고 기운이 나는 느낌이라 훈련하기에 좋답니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특히 부상을 조심해야 합니다. 운동장 한편에서는 쿼터백이 던진 패스를 와이드리시버가 상대 진영으로 달려 나가며 받는 패스 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는데요. 기자는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고 비를 맞으며 앉아 있는 한 선수를 발견했습니다. 와이드리시버 포지션의 조민강 선수(바이오메디컬공학전공 2)는 다친 것 같아 잠시 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제 러닝백 훈련 도중 운동기구를 잘못 밟아 미끄러졌어요. 그 후로 무릎이 아파서 잠시 쉬고 있죠.” 그 운동기구는 기자가 러닝백 훈련을 할 때 사다리꼴 모양의 장애물로 설치됐던 것이었습니다. 겉이 비닐로 돼있어 척 보기에도 미끄러워 보였기에 기자도 조심조심 넘어지지 않도록 훈련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훈련 내내 쏟아졌습니다. 기자는 문득 비가 오는 날에도 미식축구를 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야구의 경우에는 비가 오면 경기가 취소되는 일도 일어나기 때문이죠. 기자의 생각에는 비가 오는 날씨라면 공이 미끄러워지고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 더 커질 것 같아 미식축구 경기를 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강상영 금오공대 미식축구부 감독은 번개가 치지 않는다면 경기가 진행된다고 설명했죠. “미식축구는 모든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어요. 다만 번개가 치면 쇠로 된 보호 용구를 입는 선수들이 벼락을 맞을 위험이 있어서 진행할 수가 없죠.” 다행히 번개가 치진 않았기에 훈련은 계속 진행됐습니다.

  빗속에서도 가장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치고 열정적으로 훈련하는 선수가 기자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공을 던져서 패스 공격을 진행하는 쿼터백 포지션의 한승호 선수(건축공학전공 1)였습니다. 한승호 선수에게 합숙 훈련에 참여한 소감을 물었을 때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대답해준 덕에 팀과 미식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죠. “같은 동아리지만 같이 자고 생활하면서 볼 기회는 없었는데 합숙을 하면서 더 친해진 것 같아서 좋아요. 비가 와서 공을 던지기에 불편하지만 리시버들이 열심히 뛰어주는 만큼 저도 더 정확히 던져주려고 노력합니다.”

  기자가 취재를 마친 뒤에도 구미에서는 합숙 훈련이 계속 진행됐습니다.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블루드래곤즈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는데요. 날씨가 더우면 더운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운동장에서 힘든 훈련을 하고 있을 터였죠. 블루드래곤즈는 이번 학기 중요한 대회들을 앞두고 있습니다. 목표는 서울지역 추계리그에서 2위 안에 들어 전국대회에 진출하는 것이죠. 합숙 훈련 막바지에 접어든 김혁수 선수는 합숙 훈련에 대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일주일 동안 매일 훈련하면서 크게 다치는 선수 없이 잘 따라와 줘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어요. 16명 모두 이탈하지 않고 끝까지 합숙 훈련을 잘 소화해줘서 자랑스럽습니다.” 

선수들은 자신의 차례가 아니어도 훈련 상황에 눈을 떼지 못했다. 승리를 위한 한걸음에 집중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훈련 내내 이어졌다.
선수들은 자신의 차례가 아니어도 훈련 상황에 눈을 떼지 못했다. 승리를 위한 한걸음에 집중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훈련 내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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