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을 하면서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어요. 더이상 예쁘게 포장된 상품 그 자체만을 보지 않죠. 그것이 제 앞에 오기까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왔는지를 그려보곤 합니다.” 

매일매일 꾸준하게 본인만의 채식 일기를 써내려가는 김효연씨. 그 이야기가 세상을 물들일 날을 바란다고 한다. 사진제공 김효연
매일매일 꾸준하게 본인만의 채식 일기를 써내려가는 김효연씨. 그 이야기가 세상을 물들일 날을 바란다고 한다. 사진제공 김효연

보기 좋은 음식이 맛도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 있나요? 기자는 종종 SNS에서 플레이팅이 예쁜 음식 사진을 찾아보곤 하는데요.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사진 한 장이 있었습니다. 어떤 재료로, 어떻게 요리를 했는지 상세하게 담겨있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채식 식단이었습니다. 놀라운 점은 햄버거, 피자, 김밥, 만둣국 등 채식이라고 믿기 힘든 음식들이었단 거죠. 기자는 해당 게시물을 올린 @hyo_vegan이라는 SNS 계정에 관심이 갔어요. 계정 주인인 김효연씨의 이야기를 들어보고픈 마음에 조심스럽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어떻게 채식을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2018년 여름이었어요.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동생이 어느 날 몇몇 영상들을 추천해줬습니다. <몸을 죽이는 자본주의 밥상(What the health)>이라는 다큐멘터리가 그중 하나였죠. 동물성 식품의 위험에 관한 전문가들의 인터뷰와 공장식 축산의 실태, 이로써 초래되는 환경파괴의 현실이 인상 깊었어요. 그 영상이 제 채식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날로 전 냉장고를 정리했고 지금까지 5년 동안 채식을 하고 있습니다.” 

  -채식에도 여러 단계가 있다고 알고 있는데. 

  “저는 비건입니다. 비건은 완전 채식주의자로 육식을 모두 거부하는 단계를 말해요. 육류와 생선은 물론, 우유와 동물의 알, 꿀 등 동물에게서 얻은 식품까지 육식을 일절 거부하는 거죠. 대신 과일 및 곡식, 채소와 같은 식물성 식품만 먹습니다.” 

  -특별히 비건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동물성 식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고 나니 적극적인 채식을 실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요. 10년간 가족처럼 지낸 돼지를 글로벌 기업에 빼앗기면서 그 돼지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그린 영화 <옥자>가 자극이 됐죠. 동물 복지를 운운하면서도 동물을 상품화하는 기업들을 보면서 그런 마케팅 전략에 빠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에 더욱 적극적인 채식주의를 찾았던 것 같아요.” 

  -직장 내에서 적극적인 채식이 힘들진 않은지. 

  “지금 제가 다니는 회사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요. 무조건 같이해야 하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보통 제가 먹고 싶은 음식을 도시락에 싸서 출근하죠. 그런데 이전 직장에서는 도시락을 싸지 않았습니다.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했거든요. 그래도 영양사 선생님께서 편의를 봐주셔서 식물성 반찬을 골라 배식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외부 미팅과 같이 어쩔 수 없이 함께 식사해야 하는 상황도 있을 텐데. 

  “그럴 땐 제가 나서서 전체 주문을 취합하고 식당에 제 요청사항을 따로 전달하는 편입니다. 순발력과 침착함을 겸비해야 하죠.(웃음)” 

  -직장 동료들이 채식주의자임을 아는가. 

  “알고 있어요. 첫 출근날 중식당에 갔는데 주문을 받는 과정에서 알려졌죠. 제가 송이덮밥에 고기, 달걀, 해산물을 빼고 조리를 부탁드렸거든요. 그 후로 자연스럽게 ‘채식하는 애’로 알려졌습니다.” 

  -채식을 한다고 알려지면서 받은 오해는 없었는지. 

  “제가 받은 오해보단 채식에 관해 오해하고 계신 분들은 계셨어요. 완전 채식만 하는 건 영양학적으로 위험하다고요. 악의 없는 걱정이란 걸 알았기 때문에 오해라고 설명드렸죠. 비슷한 오해를 하는 분들이 있다면 <The Game Changers>라는 다큐멘터리를 추천합니다. 호주 UFC 격투기 선수가 재활 과정에서 발견한 최적의 건강 식단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인데요. 그 최적의 건강 식단이 바로 채식입니다. 전문적인 설명을 통해 채식에 관한 전반적인 오해도 풀어주죠. 이 영상으로 조금이나마 채식의 영양학적 불균형에 관한 오해가 해소되길 바랍니다.” 

  -동료들과 채식에 관한 대화를 자주 나눈다고. 

  “직장 내에 채식주의자는 없지만 채식에 관심이 있는 동료들이 많아요. 함께 채식을 해보거나 비건 식당을 추천하고 비건 제품들을 사용한 후 솔직한 후기를 공유하곤 하죠. 아무래도 요즘 채식과 관련된 키워드가 긍정적으로 많이 노출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로 인해 직장 동료분들이 하루 한 끼씩 채식을 해본다거나 비건 화장품을 사는 등의 변화가 있다면 기분이 좋아요.” 

  -인스타그램 활동도 변화를 위한 행동이었나. 

  “맞아요. 전 원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일상을 기록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행동을 통해 많은 사람이 비건 식당을 검색해 보고,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을 구매하고, 가죽 가방을 사지 않는다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비건’이라는 단어가 불특정 다수에게 한 번이라도 더 노출될 수 있도록 계속 기록할 겁니다.” 

  -채식이 점점 존중받아야 할 취향이자 문화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그런 인식의 변화를 오랫동안 기다려왔고 아주 좋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느리지만 강하게 퍼져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대기업에서도 비건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로 인해 소비자 가격이 낮아지고 접근성이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크게 체감하고 있답니다.” 

  -채식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자면. 

  “사실 저도 처음 채식을 할 땐 실수가 있었어요. 순두부찌개는 보통 멸치 육수를 사용해 조리하는데 멸치는 어패류라 먹지 못하죠. 멸치 육수가 아닌 맹물로 끓여달라 요청했지만 전달 실수로 인해 기존 순두부찌개처럼 멸치 육수를 사용하셨더라고요. 당시엔 멸치 육수의 맛과 맹물을 구분하지 못할 때라 그대로 먹었습니다. 이렇듯 외식을 하면 어쩔 수 없이 실수할 때가 있어요. 그렇다고 이런 부탁이 실례가 되는 일이 아니랍니다. 요즘 식당 사장님들은 채식과 같은 개인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주시니 용기를 내어 식단에 관해 여쭙고 확인하셔도 괜찮아요.” 

  -마지막으로 중대신문 독자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채식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에요. 자연스러운 식단입니다. 채식은 계절을 가장 가까이에서 선명하게 느끼고 맛볼 수 있게 하죠. 여러분의 채식 한 끼가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 하나 채식 한 끼 한다고 바뀌겠냐고요? 네. 바뀝니다. 분명히요.” 

김효연씨는 사람들에게 도삭면을 넣은 얼큰한 채개장을 만들어주고 싶다. 빨갛고 자극적인 비건 음식으로 맛이 없다는 선입견을 깨고자 하는 마음이다. 사진제공 김효연
김효연씨는 사람들에게 도삭면을 넣은 얼큰한 채개장을 만들어주고 싶다. 빨갛고 자극적인 비건 음식으로 맛이 없다는 선입견을 깨고자 하는 마음이다. 사진제공 김효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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