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 때 기본적으로 물어보는 말들이 있죠. “매운 음식을 잘 드시나요?”,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 있나요?” 이제는 한 마디 덧붙여 물어봐야 할 말이 있습니다. “혹시 채식하세요?” 최근 들어 채식주의자가 늘어나면서 채식이 하나의 기호로 인식되고 있어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우리가 이런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됐는지, 아직도 미흡한 부분은 없는지 말이죠. 이에 기자는 직접 경험해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채식에는 8가지 단계가 있습니다. 그중 과일과 곡식, 채소, 유제품, 달걀까지 허용하고 어패류, 가금류, 육류를 금하는 락토오보 단계를 선택했는데요. 2월 7일부터 3월 6일까지 4주간 주 3일을 정해 채식을 시작했습니다. 과연 기자의 채식주의는 순탄했을까요? 

  시작은 누구에게나 서투른 법 

  시작은 매우 어설펐습니다. 단순히 ‘채식’주의란 말 때문에 샐러드 가게에 들어갔죠. 서울캠 후문 쪽에 위치한 ‘샐러드로우 앤 트라타’에 들어가 평소 좋아하던 리코타치즈 샐러드 로우를 시켰습니다. 이전엔 그저 맛있게 먹기만 했는데 샐러드 속 재료를 먹어도 괜찮은지 하나씩 검색하면서 먹었죠. 그런 제 모습에 웃음이 나면서도 이전에는 스쳐 지나갔던 숨은 재료들과 소스를 되새겨 보는 시간이라 새로웠습니다. 

  단골 식당에서도 채식주의는 마음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기자는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마을에 있는 ‘쉼골전통된장’을 좋아해 종종 찾아가곤 하는데요. 한식 식당이었기에 마음 놓고 신나게 달려갔죠.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습니다. 주메뉴인 된장찌개에 차돌박이가 들어간다는 거였죠. 양해를 구하고 차돌박이를 뺀 다음 맛있게 식사를 마무리했습니다. 더 큰 문제가 있었는지도 모르고 말이죠. 그 식당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인 된장찌개 속 우렁이가 어패류에 속했던 겁니다. 채식주의를 시작한다고 했으면서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던 거예요. 게다가 식당 주인께 채식주의자임을 말씀드렸음에도 우렁이가 된장에 들어간 점을 봤을 때 우리 사회가 채식에 관한 인식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완벽한 채식주의자가 되고 싶어서 

  채식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죄책감에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고민을 들은 친구는 평소 채식에 관심이 많다며 기자에게 선뜻 비건 식당에 함께 가보자고 제안했죠. 그렇게 둘은 경복궁 근처에 위치한 비건 식당인 ‘큔’으로 향했습니다. 식당 문을 열자마자 그곳이 비건 식당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는데요. 식탁에 놓인 과일 및 곡식 소품이며 주위에서 채식에 관해 나누는 대화까지 채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임을 피부로 느꼈죠.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순간부터 신세계의 연속이었습니다. 기자와 친구는 ‘템페와 삼발토마토소스 핫 샌드위치’와 ‘구운채소와 비건발효버터 커리’를 주문했는데요. 샌드위치와 카레라는 언뜻 보기에 평범한 메뉴였지만 채식의 심심할 수 있는 맛을 향으로 보완했고 보는 맛까지 즐겁게 했습니다. 결국 ‘유자 프로즌 요거트’라는 비건 아이스크림을 추가로 주문했죠. 식사는 맛있게 했지만, 계산서에 적힌 금액을 보고 놀랐어요. 함께 간 친구는 비건 식당을 알아보다 보니 비건 음식의 기본 가격대가 높은 것 같다고 지적했죠. 채식주의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이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출처 비건페스타 공식 홈페이지
사진출처 비건페스타 공식 홈페이지

  그러나 여러 비건 식당을 돌아다니면서도 기자의 고민은 계속됐습니다. 이렇게 유명한 비건 식당을 찾아다니는 것이 채식주의인지, 매번 어떻게 채식이 가능한 식당을 찾을 수 있는지 말이죠. 그 고민의 답을 찾고자 서울시 강남구 소재의 SETEC에서 열린 ‘제5회 베지노믹스페어-비건페스타’(비건페스타)를 방문했습니다. 비건페스타에서 가장 놀랐던 점은 음식만 진열돼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식물성 재료로 만든 칫솔, 화장품, 옷과 같은 생활용품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심지어 화장품은 직접 테스트해 볼 수 있었는데요. 비교적 점성이 높은 제형이라 개인적으로 사용감이 좋았습니다. 게다가 화장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공정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채식주의 체험이 끝나고도 비건 화장품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비건페스타에 기자와 동행한 친구는 생각보다 채식과 취향이 맞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습니다. “채식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평소에 비건 제품임을 모르고 이미 사용하고 있는 제품도 많았거든요. 그래서 이참에 선택적 비건을 해볼까 고민이 됩니다. 시식을 통해 맛본 미숫가루, 버섯 치킨, 두부면 파스타가 아직도 아른거리거든요.” 

  특별할 것 하나 없던, 보통의 나날들 

  기자 역시 채식주의자로 살아본 4주간의 경험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어딜 가도 채식 식당이 눈에 띄면 자세히 들여다보고, 생활용품을 구매할 때도 비건 제품이라고 하면 한 번 더 살펴보고 그 제품의 공정 과정을 살피는 습관이 생겼죠. 새롭게 알게 돼 놀라웠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현재 여러 기업이 활발하게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와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풀무원의 ‘깔끔한 비건 썰어담은김치’와 ‘자연은 맛있다 정면’, 나뚜루의 ‘순식물성 초콜릿 아몬드바’, 비비고의 ‘플랜테이블 왕교자’ 등이 있죠. 

  그러면서 특별한 경험을 해본다는 마음가짐으로 채식주의자가 되려 했던 게 문제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인데 채식주의를 경험했다고 할 수 있을지 계속해서 걱정했던 이유가 바로 기자도 모르게 채식주의자를 특별한, 우리와는 다른 사람들로 인식했기 때문이었던 거죠. 생각보다 평범했던 기자의 4주가 채식주의는 그들의 특별한 성향이 아닌, 가치관이자 취향임을 알려줬습니다. 이젠 처음 만난 사람에게 무엇을 좋아하는지, MBTI가 무엇인지 질문하듯 물어볼까요. “채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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