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외투로 재난을 견디다
  • 유서진 기자
  • 승인 2020.04.06 0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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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막 환경적 재난약자의 방백

한글로만 표기된 표지판 모습이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보호 체계를 구축해야

바야흐로 이웃집에 찰스가 사는 시대가 왔다. 지난 2014년 약 180만 명이던 국내 체류 외국인은 지난 2018년 약 236만 명으로 늘었다. 이들에게 다양한 생활 지원이 이뤄진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지만 재난 상황에서의 지원은 아직 생소하다. 다른 환경과 문화에 놓인 우리의 이웃 찰스가 재난 상황에서 어떠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어떠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자.

  236만 이웃집 찰스

  지난 2018년 기준 약 236만 명의 외국인이 국내에 체류하고 있다. 그중 외국인 근로자는 약 22만 명, 다문화 가구원은 약 101만 명이다. 이외에도 많은 외국인이 학교나 직장을 다니는 등 한국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다. 정부는 낯선 나라에 찾아온 이들의 정착과 생활을 도우려 다문화가족지원법, 외국인 노동자 체류 지원 제도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재난 상황에서 이들을 위한 지원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재난에 취약한 사람을 아울러 안전취약계층이라고 부른다. 이중 다문화 가구원,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한 외국인은 환경적 재난약자에 해당한다. 자국과의 문화·생활환경 차이로 재난 상황에서 취약한 상태에 놓이기 때문이다.

  헝겊을 덧대도 여전한 찬바람

  환경적 재난약자는 재난 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윤명오 교수(서울시립대 재난과학과)는 재난 상황에서 환경적 재난약자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환경적 재난약자의 경우 응급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때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 위축되는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어 불이 났다는 이야기 정도는 할 수는 있지만, 위치가 어디고 상태는 어떤지 물어보면 대답이 어려울 수 있죠.” 이에 목포이주외국인상담센터 관계자는 많은 외국인이 재난피해와 관련해 통역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다수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언어 및 문화적 차이로 인한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느끼죠. 그래서 재난 상황 시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통역 지원이 수시로 필요해요.”

  긴급재난문자가 한국어로만 전달돼 나타나는 문제도 있다. 외국인 유학생 A(공공인재학부 2)는 재난 관련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환경적 재난약자가 느끼는 정보획득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Emergency Ready’라는 앱을 만들기도 했다. 영어와 중국어로 긴급재난문자를 지원하고 심폐소생술 방법을 담은 영상 등도 제공한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 A, B(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4), C(국어국문학과 4)는 모두 해당 앱을 처음 들어봤다고 답했다. 환경적 재난약자의 지원책으로 만들었지만 사용 대상도 존재를 모르는 실상이다.

  해진 옷조차 주지 않아

  재난 안전 교육에서도 환경적 재난약자를 고려하지 않는다. 이옥철 교수(간호학과)는 이들을 위한 별도의 재난관리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외국인을 위한 의무 안전교육은 마련돼 있지 않아요. 구성 집단이 매우 다양한데 이를 고려한 매뉴얼도 없죠.”

  정부의 반응도 미온적이다. 한국재난정보학회 김태환 수석부회장은 관련한 정부 대책의 미비함을 이야기했다. “환경적 재난약자를 위한 정부의 각종 재난 대응은 단기적 대책이에요. 장기적인 계획이 없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안전 관련 정책, 법안 정비, 예산 등을 요구해왔지만 대응이 미흡했어요.”

  찬바람에 맞서려면

  언어 및 문화적 요소와 같이 사회적으로 취약한 여건을 해결한다면 환경적 재난약자도 비안전취약계층만큼이나 재난대응력을 크게 향상할 수 있다. 김태환 수석부회장은 재난 상황을 각 나라의 언어로 통·번역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다국적 언어 지원단체를 활용해 다양한 재난 프로그램을 번역하고 이를 인터넷상에서 공유하는 방안이 있어요. 정부 차원에서 다국적 재난 안전 매뉴얼을 구축할 필요도 있죠.”

  일부 전문가는 다언어 프로그램이 가진 한계를 보완할 대안을 제시했다. 이옥철 교수는 재난 상황에서 많은 언어를 통·번역 지원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는 약 180개국의 구성원이 모여 있어서 모든 나라의 언어를 통·번역하기는 무리죠. 여러 언어를 모두 사용하기보다는 언어를 몰라도 알아볼 수 있는 그림이나 간단한 한국어로 브로슈어를 만들면 좋아요.” 윤홍식 교수(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도 시각적 재난 대응 방법을 이야기했다. “시각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만화 형식으로 포스터를 만들거나 디지털 매체를 이용해 의미 전달이 가능하답니다.”

  오현문 교수(건설대학원)는 환경적 재난약자이면서 장애를 가진 경우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적 재난약자에게 청각 장애가 있다면 언어와 상관없이 접근 가능한 인포그래픽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죠. 시각 장애가 있다면 언어유형별 음성안내가 필요해요. 외국인 중 청각, 시각 장애인 인구가 어느 정도인지 조사해볼 필요도 있겠네요.”

  이옥철 교수는 환경적 재난약자의 적극성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환경적 재난약자들이 안전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합니다. 안전의식을 가지고 직접 정보를 찾아보며 안전교육에 참여할 필요도 있어요.” 자발적으로 119에 신고하는 방법, 비상시 대처 요령 등을 습득하려는 개인적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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