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국민 안전처
출처: 국민 안전처

각기 다른 신체적 재난약자

특성 따른 맞춤형 보호방안

보여주기식 훈련 아닌

실질적 훈련으로 보호해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일이 잘못된 뒤에는 손을 써도 소용이 없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소를 잃었더라도 외양간을 잘 고쳐야 다시 목축사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재난 대비 시스템은 일반적인 재난관리 수준에 머물러있어 신체적 재난약자의 피해가 상당합니다. 문제 상황을 넋 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겠죠. 소방공무원 A씨(47), 오현문 교수(건설대학원), 윤명오 교수(서울시립대 재난과학과), 윤홍식 교수(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 이기하 교수(경북대 건설방재공학부), 이옥철 교수(간호학과), 채진 교수(목원대 소방안전관리학과), 한국재난정보학회 김태환 수석부회장과 신체적 재난약자 보호 방안을 이야기해봤습니다.

  ※해당 기사는 개별적으로 취재한 인터뷰를 좌담회 형식으로 각색했습니다.

  기자: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신체적 재난약자의 피해가 두드러지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겪나요?

  오현문 교수: 안전취약계층 가운데에서도 장애인, 어린이, 고령자가 가장 재난에 취약한 것으로 파악돼요. 청각·시각·언어장애인은 재난 예·경보 또는 대피 안내를 듣거나 읽을 수 없으며 재난 위험요인이나 대피 안내 표지를 인지하기도 힘들죠. 또한 소화기를 사용하는 등 안전조치를 취하거나 자력으로 대피가 불가능해 비안전취약계층보다 피해가 심각하답니다.

  윤명오 교수: 전 세계적으로 재난 시 고령자에게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요. 특히 요양병원에는 단순 고령자뿐만 아니라 기저 질환이 있는 고령자가 거주하죠. 소방대가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을 생각했을 때 자력피난이 매우 중요하지만 이들은 신체적 이유로 피난이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소화전 파이프의 압력 세기가 매우 커, 혼자서 작동시킬 수조차 없답니다.

  채진 교수: 신체적 재난약자의 특성을 고려한 대피시설도 부족해요. 휠체어를 타는 중증장애인과 누워있어야 하는 침상 환자는 엘리베이터가 아니면 이동이 어려워요. 하지만 화재나 지진이 발생하면 엘리베이터 이용은 곤란하죠. 이럴 때 특별 피난용 승강기가 필요해요. 그러나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 한해서만 특별 피난용 승강기 설치가 적용된답니다. 이에 신체적 재난약자의 피해가 현저하죠.

  기자: 신체적 재난약자의 특성에 맞는 보호가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떤 방안이 있을까요?

  이기하 교수: 현재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피사항들이 실제로 재난약자들에게 효과적인지 조사하고 분석해야 하죠. 이러한 조사·분석 연구를 통해 재난약자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적·기술적 지원방안을 수립 및 운영해야 한답니다.

  이옥철 교수: 생애주기별 재난교육도 실시할 수 있죠. 신체적 재난약자는 안전교육을 받았어도 스스로 교육 내용을 수행할 힘이 없기 때문에 보호자를 포함한 안전교육이 필요해요. 그러나 이전까지는 재난약자 별 특성에 맞는 시스템이 없었답니다. 그래서 지난 2018년, 재난약자의 생애주기와 보호자의 생애주기를 모두 고려한 생애주기 지도를 만들었어요.

  김태환 수석부회장: 재난 정보를 습득하고 전달할 때 주변 도움이나 관심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해요. 더불어 재난 교육도 중요한 방안 중 하나죠. 따라서 평상시에 안전체험관 등에서 체험을 통한 위험상황교육이 필요하답니다. 또한 신체적 재난약자들의 특성에 맞춘 매뉴얼 마련이 필수적이라 봐요.

  기자: 신체적 재난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매뉴얼을 구축한다면 어떤 내용을 포함해야 할까요?

  이기하 교수: 각종 재난이 끊이지 않는 일본은 신체적 재난약자 별 지원 방법 등이 기술돼 있는 매뉴얼이 존재해요. 이러한 매뉴얼들을 벤치마킹해 한국 사정에 맞게 가공하고 배포할 필요가 있죠. 해당 매뉴얼에는 지원대상 별 대피지원, 민간단체와의 협력방안 등이 포함될 수 있어요.

  오현문 교수: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 총 15개의 장애유형에 따른 재난 매뉴얼을 개발했어요. 특히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재난 매뉴얼에는 재난발생 단계별 장애인과 조력자의 역할을 포함하고 있답니다. 또한 장애인 이용시설, 주거시설, 학교 등 시설 유형별로 장애인 재난대응 훈련 시나리오를 구성했죠.

  윤홍식 교수: 메뉴얼에는 재난관리 부서와 사회복지 부서가 협력해 신체적 재난약자의 위치, 상황 등을 자세히 파악하는 방안이 들어가야 한답니다. 또한 재난 시 택시를 지정하거나 가장 가까운 이웃을 지정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준비하는 등의 내용도 필요해요. 대피 능력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죠. 현재 신체적 재난약자를 위한 매뉴얼이 마련돼 있는 지자체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훈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답니다. 특별한 지원정책도 없죠.

  소방공무원 A: 앞서 이야기 나누었듯 신체적 재난약자는 스스로 대피하기 어려운 조건이에요. 그러니 소방대원들은 시설특성에 따른 소방계획을 작성해 피난 대피 매뉴얼을 숙지해야 한답니다. 피난계획에 따른 형식적이지 않은 실질적인 대피훈련이 이뤄져야죠. 또한 소방서와 시설 간 맞춤형 화재대응 합동소방훈련을 통해 실제 화재 시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요.

  기자: 그렇다면 신체적 재난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떤 측면을 고려해야 할까요?

  이옥철 교수: 제도적인 문제는 점점 갖춰나가면 됩니다. 무엇보다 신체적 재난약자 보호와 관련한 시민들의 인식 제고가 중요해요. 제도적인 발전과 동시에 시민의식도 달라져야 효과가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죠. 안전문제에 모두가 책임이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계속해서 안전교육에 참여해야 합니다. 

  윤명오 교수: 동감하는 부분이에요. 그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안전 매뉴얼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재난 시에 안전시스템들이 제 성능을 발휘해줘야 해요. 그렇기 위해서는 방화문은 항상 닫고 다녀야 하고, 계단 문을 열어두면 안 되는 등 재난 시 대처하는 방법을 숙지하는 일이 중요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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