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좁은 흑석로, 소방혈관 막혔다
  • 민용기 기자
  • 승인 2018.10.15 03: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골목 70%↑, 소방차 진입 어려워

흑석로 13길, 1.71m로 가장 좁아

주거밀집·좁은도로 화재에 취약

흑석동, 동작구 내 최다 화재

지난달 28일 오전 1시, 흑석동 한 아파트단지 도로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구급대원이 이동 중 화재를 발견하고 인근에 비치된 소화기를 이용해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다. 지나가던 구급대원이나 소화기가 없었다면 화재 진압을 위해 소방차의 출동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좁은 도로와 불법 주정차는 소방 차량 진입을 방해한다. 빠른 화재 진압이 어려워서 대형화재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이에 폭이 좁고 불법 주차가 만연한 흑석동 골목길이 소방차의 신속한 출동에 무리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골목 상황을 직접 취재해봤다.

  소방차를 위한 도로는 없다

  「건축법 시행령」 제3조 3항에는 골목길 너비 규정이 명시돼 있다. 막다른 도로의 길이가 10m 이상 35m 미만일 경우 도로 폭은 3m 이상이 되어야 한다. 막다른 도로의 길이가 35m 이상일 때 도시지역은 도로 폭이 6m 이상이어야 한다. 소방차 통행과 회전 반경을 위한 최소 도로 폭이 약 3.5m인 것을 고려하면 법으로 규정된 골목길 도로의 폭이 넉넉하다고는 볼 순 없다.

  중대신문의 현장 조사 결과 흑석동 골목길은 최소한의 도로 폭조차 만족하지 못한 경우가 다수였다. 7개의 주요 골목 총 26곳을 측정한 결과 총 20곳이 폭 3.5m 미만을 기록했다. 주요 골목 70% 이상이 소방 차량 진입이 불가능한 셈이다. 측정 지역은 ▲중앙대 중문과 정문 근처 주거단지(흑석로 5, 7, 9길) ▲주요 상가 지역(흑석로 11길, 13길) ▲102관(약학대학 및 R&D센터) 뒤쪽과 103관(파이퍼홀) 쪽문에 위치한 주거단지(흑석로 8, 10길)다.

  먼저 중앙대 중문을 나와 가파른 오르막으로 시작되는 흑석로 5길을 측정했다. 흑석로 5길 시작점의 도로 폭은 약 3.15m(흑석로 5길 9)였다. 도로 입구부터 소방차 진입 기준인 3.5m를 충족하지 못했다. 조금 더 들어가면 폭이 약 3.8m(흑석로 5길 11)로 늘어났지만 도로 한켠에 차들이 주차돼 의미가 없었다. 「도로교통법」 제32조에 따르면 소방 관련 시설 5m 이내 주정차는 불법이다. 하지만 비상용 소방 호스가 설치된 벽에도 차가 주차돼 있었다. 골목 안쪽 상황은 더 심각했다. 도로 양쪽에 주택가가 밀집하자 도로 폭은 약 2.39m(흑석로 5길 39)까지 줄어들었다. 화재 시 소방 차량의 진입이 절대 불가능해 보였다.

  중앙대 정문에서 바로 이어지는 흑석로 7길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디야커피’가 위치한 골목의 입구는 약 4.18m(흑석로 7길 4)로 비교적 양호했지만 곧이어 도로 폭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자취촌을 형성한 주택들이 밀집하자 도로 폭이 약 2.75m(흑석로 7길 6) 밖에 되지 않았다. 어느 주택에서 주차한지 모를 차들이 뒤엉켜 있는 모습은 한눈에 봐도 무질서했다.
‘쥬씨’와 ‘문성한의원’ 사이 골목인 흑석로 9길 역시 소방 차량이 진입하기에는 도로 폭이 비좁았다. 진입로 입구의 도로 폭은 약 3.09m(흑석로 9길 1)였다. 하지만 도로 한쪽에는 차들이 줄지어 주정차 돼 있었다. 골목으로 진입하려는 차와 빠져나가려는 차가 만나 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은 기자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안쪽 도로 폭은 약 2.84m(흑석로 9길 62)로 쓰레기 수거 차량이 가까스로 골목을 통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조금 더 안쪽에 위치한 골목길의 상황은 처참했다. ‘노랑통닭’과 ‘엉터리생고기’가 위치한 골목부터 ‘중대 아이폰 수리점’까지 뻗어있는 도로 폭은 전체가 3.5m(흑석로 11, 13길)를 넘지 못했다. 이곳은 주요 먹거리와 유흥 상가들이 밀집한 지역으로 조리기구로 인한 화재 위험성이 크다. ‘준호네 부대찌개’가 위치한 도로가 폭 약 3.44m(흑석로 13마길)로 겨우 3m를 넘었고 다른 곳은 모두 3m가 채 되지 않았다. ‘중대 아이폰 수리점’으로 향하는 골목은 약 1.71m로 가장 좁았다.

  ‘고기 골목’이라 불리는 102관 뒤쪽 상가 및 주거지역도 도로 상황은 열악했다. 상가들이 위치한 도로 폭은 약 3.47m(흑석로 8길 1)였다. 안쪽 주택단지를 가르는 도로는 폭 약 2.71(흑석로 92-6)로 측정됐고 더 깊숙한 곳에 있는 도로는 폭이 약 1.85m(흑석로 8길 9)에 불과했다. 개방 예정인 파이퍼홀로 향하는 새로운 통학로 역시 폭 약 3.31m(흑석로 10길 10)에 그쳤다.

  흑석동=화재에 최약체

  화재 취약지역은 주로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장소다. 소방차가 들어가기 곤란한 ▲좁은 골목길 ▲쪽방촌 ▲전통시장 ▲주거밀집지역 등이 이에 해당한다. 불행히도 흑석동은 이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흑석동은 과거부터 달동네에서 시작됐으며 대학생 자취촌까지 더해져 주거밀집지역을 형성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기준 동작구 주택 통계에 따르면 흑석동의 영업 겸용 포함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 수는 총 2237개로 동작구 내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주택이 밀집돼 있다보니 흑석동은 중앙대와 중앙대 병원을 기준으로 좁은 골목길이 거미줄같이 이어져 있다. 좁은 골목길을 아찔하게 들어가려는 차량은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화재 취약지역 조건을 반영하듯 흑석동의 화재 발생 건수는 동작구 내 가장 많다. 지난해 동작구 화재 발생 현황에 따르면 흑석동은 총 22건을 기록해 노량진 1동 다음으로 가장 많은 화재 건수를 보였다. 이중 주택가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11건으로 화재사건 중 절반이 주택가에서 발생했다.

  흑석동의 좁은 골목은 화재가 발생 했을 때 소방차 진입에 어려움을 준다. 동작 소방서 박준성 소방관은 소방차 출동 시 진로방해 및 좁은 골목에서의 불법 주차로 인해 곤란한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위험을 최소화하고 원활한 소방활동을 위해 소방차 통행 곤란 지역을 지정해 출동 시 유의하도록 하고 있죠.”

  해당 문제 해결과 신속한 소방 차량 진입을 위해 법규가 존재하나 부족한 점이 많다. 「도로교통법」 제29조에는 긴급자동차의 우선 통행이, 제32조에는 정차 및 주차의 금지가, 제33조에는 화재경보기와 소방용 기구가 설치된 곳에 주차가 금지 내용 등 긴급차량 통행 관련 법령이 있다. 또한 「소방기본법」 제21조에는 소방자동차의 우선 통행의 법령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골목길에 대한 직접적인 소방법규가 아니기 때문에 긴급 상황에 소방 차량이 진입하도록 도움을 주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소방당국의 입장이다. 박준성 소방관은 이러한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화재·구조·구급 활동을 위해서는 출동로가 얼마나 잘 확보되느냐에 따라 초기대응시간이 달라져요. 골든타임을 넘어버리면 화재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생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죠.” 좁은 골목길에 더해진 불법주정차는 곧 우리의 소중한 인명과 재산을 빼앗아 갈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