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폭·불법주차에 ‘골골’ 앓는 골목길
  • 전규원 기자
  • 승인 2018.10.15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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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나요? 이번주 중대신문에선 ‘동작 인사이드’ 코너를 통해 중앙대가 위치한 이곳, 흑석동 일대 골목길 실태를 점검해봤습니다. 좁은 폭과 불법주차 차량들로 가득 찬 골목길은 보행자와 거주자의 안전을 위협합니다. 또한 위급상황 시 소방차의 진입을 막는 걸림돌이 되기도 하죠. 이에 중대신문은 직접 흑석동 일대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직접 도로 폭을 측정해 소방차 진입 가능 여부를 알아보고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문제해결을 위한 동작구의 노력과 관련 법률인 「소방기본법」 개정 내용도 짚어봤죠.

흑석로 9길과 흑석로 13가길이 만나는 교차로 지점이다. 골목길을 점령한 불법 주차 차량을 피해 불편하게 통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흑석로 9길과 흑석로 13가길이 만나는 교차로 지점이다. 골목길을 점령한 불법 주차 차량을 피해 불편하게 통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이건희·정준희 기자

만연한 골목길 불법주차 차량
피해는 거주자와 보행자 몫

소방차 진입 막는 골목 방해물
‘골든타임’ 놓치는 경우도 多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화재로 총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해당 사고는 소방차가 화재지점까지 진입로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초기 대응 시간을 놓쳐 많은 부상자를 낳았다. 진입로인 골목길에 불법주차 차량이 소방차 진입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중앙대 근처 흑석동 골목길 상황은 어떨까. 흑석동 일대는 좁은 골목길과 불법 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대신문에서는 중문부터 흑석역 주변까지 골목길 실태와 불법 주차 차량을 파악하고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의 의견을 직접 들어봤다.

골목을 막아선 차량들

  지난 9일 오후 4시 흑석동 골목길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중문 자취촌으로 향했다. 중문을 빠져나와 왼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중문 자취촌은 유동인구가 많은 정문에 비해 비교적 한산했다.

  흑석로 6길 23에 위치한 CU 편의점에서 왼쪽으로 돌아 흑석로 6나길에 들어섰다. 기자가 들어섰던 골목길에는 길을 오가는 사람보다 주차된 차량이 더 많았다. 벽에 바짝 붙어 주차된 차량부터 사람 한명이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의 공간만 남겨 놓은 채 주차한 차량까지 불법 주차의 형태는 실로 다양했다. ‘주차금지’라는 표지판과 페인트칠이 곳곳에 있었지만 그 앞에 보란 듯 주차돼 있는 차량도 많았다.

  중문 자취촌을 한 바퀴 돌고 흑석로 5길로 들어섰다. 크게 경사진 이 길을 걸어 왼쪽을 보면 자동차 한대도 지나가기 힘들 것 같은 골목이 나온다. 기자는 가쁜 숨을 내쉬며 좁은 골목길로 들어섰다. 그 순간 택배 트럭 한 대가 후진하며 들어왔고 골목은 금세 가득 찼다. 기자가 빠져나가기에도 좁은 골목은 한눈에 봐도 매우 위험했다.

  정문의 불법 주차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문 자취촌을 지나는 학생들은 불법 주차 차량과 좁은 골목길 사이로 돌아다니는 오토바이로 인해 위험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문에서 하숙을 하는 김명진 학생(도시계획·부동산학과 2)은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통행에 불편함이 있다고 말했다. “불법 주차 차량으로 인해 오토바이가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깜짝 놀라고 무섭죠.”

  이처럼 정문과 중문 일대 근처 골목길은 차량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1차선 도로다. 이곳에 불법 주차를 하게 되면 보행자와 거주자 모두 피해를 본다. 김원경 학생(건설환경플랜트공학전공 4)은 불법 주차 차량으로 인해 불편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제 자취방에 부모님이 짐을 가져다주실 때 불법 주차가 돼 있으면 부모님 차량이 못 들어오고 다른 길을 통해 들어와야 해요. 며칠씩 통행로를 막아 놓고 주차하는 차량은 주변에 큰 불편함을 주죠.” 골목길에 불법 주차를 한 차량으로 인해 보행자와 차량의 원활한 통행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상가 공사를 진행 중인 흑석로 13가길 골목은 차량 한대가 다니기 힘들 정도로 비좁다.
상가 공사를 진행 중인 흑석로 13가길 골목은 차량 한대가 다니기 힘들 정도로 비좁다.

 

사면초가의 흑석동

  정문 자취촌에서 내려오며 기자는 현재 공사 중인 아크로리버하임 아파트 주변 골목으로 향했다. 좁은 골목의 주범으로는 불법 주차 차량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흑석로 13가길에서는 상가 공사가 한창이었다. 허물어진 건물 옆 골목에는 공사 자재가 쌓여있었다. 덕분에 골목은 차량 한대도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좁아졌다. 안전지대 펜스조차 설치되지 않았고 정리되지 않은 공사 자재는 골목을 더 좁고 위험해 보이게 만들었다.

  계속해서 중앙대 병원 뒤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중앙대 병원에서 정문으로 향하는 길을 걷다 왼쪽으로 들어서면 흑석로 8길이 나온다. 그곳에선 음식점과 카페 사이에 불법 주차를 해놓은 차량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온 A학생은 불법 주차 차량으로 인해 식당이나 카페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상점과 상점 사이에 주차해놓은 차량으로 인해 음식점 안으로 들어갈 때 불편하고 통행도 방해돼요.”

  이 밖에도 많은 차량과 학생들이 오가는 흑석로는 왕복 2차선 도로다. 하지만 흑석로 한편에 불법 주차를 해 놓은 차량으로 인해 도로가 더욱 좁아지고 차량 이동이 지체된다. 기자가 취재를 할 당시 흑석로 83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편의점 앞에는 연이어 3대의 차량이 불법 주차 돼 있었다. 공휴일이 아닌 다음 날에 방문했을 때도 그대로였다.

  심지어 인도까지 침범해 주차를 한 차량도 있었다. 정문에서 중앙대 병원까지 향하는 보도는 좁고 이동 학생이 많아 2~3명이 함께 이동하기도 어렵다. “2명이 함께 걷기에도 좁은 보도에 차량이 올라와 주차 돼 있어서 훨씬 더 좁아요.” 박수진 학생(교육학과 2)은 보도 위로 올라와 주차를 한 차량에 대해 불편을 털어놓았다.

손발 묶인 골목길

  중앙대 중문과 정문 일대에서 돌아본 흑석동의 길목은 한눈에 보기에도 좁은 경우가 많았다. 특히 길마다 놓인 불법주차 차량과 공사 자재 등은 불편한 통행 문제를 자아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사람과 차량의 통행 불편만의 문제는 아니다.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좁은 골목길은 도움을 제때 받을 수 없게 만든다. 지난해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고가 발생했을 때 소방당국은 전국의 소방차 진입 곤란·불가 지역을 조사해 발표했다. 소방차 진입 곤란·불가 지역은 도로 폭이 2~3m 이상인 도로 중 이동이 불가능한 장애물로 인해 진입이 어려운 구간이 100m 이상이거나 상습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통행이 힘든 지역을 말한다.  서울시 소방차 진입 곤란·불가 지역은 총 652곳에 해당한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가 많은 이의 안타까움을 샀던 이유는 초기대응을 적절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화재 당시 주변에 17대 이상의 불법 주차 차량이 있어 굴절차가 약 500m를 돌아가야 했다. 주차된 차량을 옮기느라 굴절차를 펴는 시간 역시 지체됐다. 이에 화재를 진압해야 하는 골든타임을 놓쳤고 결국 총 29명의 사망자와 4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골목길 불법 주차 차량으로 인해 초기대응을 제때 하지 못한 사고는 충북 제천의 화재사고뿐만이 아니다. 충북 제천의 화재사고는 지난 2015년 발생한 의정부 화재사고와 닮았다. 지난 2015년 1월 10일에 발생한 의정부 화재 사고는 아파트 입구 길 양쪽에 불법 주차된 차량 20여 대로 인해 소방차 진입이 10분 가까이 지체됐다. 이처럼 불법 주차 차량, 공사 자재 등은 골목길을 좁게 만들어 응급상황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드는 주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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