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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울타리, 가두거나 보호하거나보호와 억압 사이
김풀잎 기자  |  leaf@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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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0  00:2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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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과 권력에
흔들리는 중립
 
이중 지위의 조화로
지켜야 할 정치적 자유
 
울타리는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나눈다. 울타리를 기준으로 영역이 나뉨으로써 울타리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각 영역을 보호해주는 안전장치이면서 각 영역의 확장을 가로막는 방해물이다. 울타리가 가진 두 기능은 오늘날 교사와 일반직공무원(공무원)에게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법령 해석에 적용할 수 있다. 이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법률의 의미는 무엇이며 울타리로서 어떠한 기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정치적 중립성은 보호의 울타리일까 억압의 울타리일까.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모두를 지켜줄 안전거리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헌법 7조 2항의 내용이다. 정치적 중립성 유지를 위해서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의 각종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법률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노동3권의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 김용섭 교수(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정치로부터 행정권을 분리하기 위해 공무원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정치권력의 변화와 무관하게 행정 업무는 언제나 지속해야 해요. 어떤 상황에도 국민 전체를 위해 충실하게 봉사할 수 있도록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해주죠.”

  교육권 또한 정치로부터 분리돼야 한다. 교육의 경우는 헌법 31조 4항에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근거로 「교육기본법」 14조 4항은 ‘교원은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하여 학생을 지도하거나 선동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구체적인 중립성을 요구한다. “국가의 개입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법률이죠.” 김용섭 교수는 법률의 본래 취지가 교육의 자율성 보장임을 강조했다.
 
  이준일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는 교사와 공무원에 대한 정치적 중립의 필요성을 지난 정권의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예로 들며 역설했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을 제거하는 일에 공무원의 공적 권력이 동원된 사건이에요. 정권을 위한 공무를 강요받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선 법적 보장이 필요하죠.” 정치적 중립성의 본래 목적은 공무의 권리를 국가 권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다.
 
  중립에 숨겨진 방향성
  정치적 중립성은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확장될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 이종수 교수(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오늘날 정치적 중립성의 취지가 희미해지면서 법적 해석이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 7조 2항은 정치적 중립성의 보장을 명시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조항이 일반법률을 적용할 때엔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까지 제한하는 근거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아졌죠.”
 
  헌법 해석의 왜곡은 과거부터 진행돼 온 결과다. 이종수 교수는 과거 독재정권에서 권위를 강조하기 위해 법률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잔재가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공무원을 정부 여당의 충실한 시종으로 삼고 야당으로부터 격리하려는 의도였어요. 정치적 기본권을 필요 이상으로 제한하기 위해 헌법의 정치적 중립성을 빌미로 공무원법, 정당법을 악용한 것이죠.” 정치적 기본권의 제한이 당연시되면서 공·사적 영역과 무관하게 개인의 정치적 사고까지 통제 하려 했고 그 결과 교사와 공무원은 영혼 없는 존재로 전락했다.  
 
  정치적 중립성을 운용하는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 이종수 교수는 교사와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성에 관한 법률이 정부의 기준에 따라 적용되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공무원의 친정부적인 활동은 규제하지 않고 정부 비판적인 활동에만 정치적 중립성을 명목으로 처벌했죠.” 그는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의 무능을 규탄했던 교사의 행위를 정치활동으로 간주해 징계를 내린 지난 정권을 예로 들었다.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표현과 교사의 권위를 남용한 정치적 발언이 명확한 기준 없이 판단돼 징계가 내려지고 있죠.”
 
  법률의 적용 대상 역시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인재 교수(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는 교육 현장의 정치적 중립이 교수를 제외하고 교사에게만 요구되는 일률적 구분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법률적으로 교육 대상의 성숙도를 기준으로 교수와 교사의 의무를 구별하는 것은 미성년자들은 미숙하다는 그릇된 선입견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특정 정당의 입장을 주입·강요하지 않는 선에서 정치적 표현은 시민 사회 교육의 차원에서 자유롭게 이뤄져야 해요.”
 
  이종수 교수는 종교적 중립성과 비교해봤을 때 정치적 중립성의 적용이 차별적으로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종교와 정치는 각 세력의 다원적 공존을 위해 중립성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러나 개인에게 요구되는 중립성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교사와 공무원은 시민으로서 종교 활동을 자유롭게 보장받으면서도 공적 업무에 관해선 철저한 종교적 중립성을 이행하고 있어요. 그러나 정치활동은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명목으로 사적 영역까지 자유를 제한하고 있죠.”
 
  모순 아닌 조화로 
  결국 교사와 공무원에게 주어진 공적 지위와 일반 시민의 지위를 어떻게 갈등 없이 조화를 이룰 것인가로 문제가 귀결된다. 그 방법은 전문가마다 분분했다. 김용섭 교수는 현재 법률이 가지는 긍정적 기능이 법률 적용의 문제로 인해 간과되는 현상을 우려했다. “교사와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성은 분명한 사회적 기능을 하고 있어요. 득보다 실이 많은 법률 개정은 지양해야 하죠.” 법률 개정만을 해결책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법률 개정 없이도 시민 사회의 성숙으로 사회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김인재 교수는 사회 전체의 성숙도를 높임으로써 대치되는 두 가지 역할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기 때문에 제도로서 개인의 자유를 속박할 순 없다는 설명이다. 이준일 교수 또한 이중 지위의 문제는 개인의 자제력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봤다. “시민 의식을 지닌 성숙한 시민은 공직자의 의무와 시민의 권리를 스스로 구분해 사용할 수 있게 돼요.”
 
  법률을 개정하는 것은 한층 강력하게 개인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는 방법이다. 이종수 교수는 헌법 7조 2항의 왜곡된 해석은 개정을 통해 바로잡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무원은 법률이 정한 자에 한하여 정치적 기본권을 갖는다는 말이 법률상에 명시돼야 해요. 그래야만 개인의 정치적 기본권이 침해될 때의 상황을 법적 근거로 방지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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