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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음이의어 : 정치적 중립성세계를 보다
김현지 기자  |  mumbb@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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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0  00: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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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분리를 통해
사적 정치활동 보장해야
 
최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일반직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 활동 보장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정치권과 각종 언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교사와 공무원은 교육과 공무라는 중립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정치 영역에서도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정 직무를 수행한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정치 표현을 억압할 수 있을까. 해외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을 규정하고 있는지를 짚어봤다.
 
  미국=공사의 확실한 구분으로
  우리나라는 미국 연방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규정하는 「해치법」에서 유래했다. 「해치법」은 미국 연방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이다. 하지만 「해치법」이 규정하고 있는 정치활동의 범위가 모호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로 인해 미국은 1993년 「해치법 전면 개정법」을 통해 모든 연방공무원이 사적인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했다. 미국 공무원은 정치적 발언은 물론 특정 정당에 정치자금을 후원하거나 당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미국에선 교사의 정치활동 역시 넓은 범위까지 보장한다. “2008년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최대지지 세력은 교원노동조합이었어요. 2500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죠.”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미국 교사의 정치활동 범위를 설명했다.
 
  하지만 직무의 영역에서만큼은 정치적 중립을 엄격히 요구한다. 미국 교사는 학교 내부에선 정치적인 발언이나 집회를 해선 안 된다. 직무상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은 공무원에게도 이뤄지고 있다. 장영수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는 공무원 역시 법률에서 직무상의 정치적 중립을 저해하는 정치활동을 명확히 나눠서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사적인 영역과 직무적인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어요. 법령을 통해 직위를 이용하거나 근무 시간 중에 혹은 제복을 입은 상태로 정치활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죠.” 사적인 영역에서의 정치활동을 보장하면서도 직무상의 정치적 중립성은 지키고 있는 것이다.
 
  독일=신뢰를 바탕으로 완성했다
  독일 공무원은 정치활동에 있어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제약이 있다. 정당 활동이 불가능하며 특정 정당에 정치 자금을 전달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장영수 교수는 그 원인을 독일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특징을 근거로 설명했다. “독일이 나치의 지배를 받을 당시 공무원들은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했어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적극적인 정치활동은 규제하고 있죠.” 한편 독일에서는 정치적 발언이나 집회 참여와 같이 소극적인 정치활동은 공무원 개인의 직업윤리에 맡기고 있다.
 
  공무원과는 다르게 교사의 정치활동은 폭넓게 허용된다. 독일 교사는 정당 및 정치적 결사체에 가입할 수 있고 당원으로도 활동할 수 있다. 또한 정치적 시위나 집회에 참가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독일도 교사의 정치활동을 직무 내 영역까진 허용하지 않는다. 정영태 교수(인하대 정치외교학과)는 독일에서는 공간을 통해 교사의 직무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는 교내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가할 수 없어요. 학교는 중립적인 공간이며 교사의 직무 공간이기 때문이죠.”
 
  독일의 특징 중 하나는 교육현장에서의 정치적 중립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1976년 서독의 교육자, 정치가, 연구자 300여 명이 정립한 교육지침인 ‘보이텔스바흐 협약’은 이념과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교육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보이텔스바흐 협약은 교사가 학생의 자율적인 판단을 방해하지 않고, 직무상의 중립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학생에게 정치적인 사안을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협약으로 교사의 정치적 중립을 명시한 점은 민주 질서 내에서 누구나 정치 참여권을 보장하도록 하는 독일의 민주주의 질서를 반영한다.
 
  프랑스=마땅한 권리의식과 제도의 결합
  “프랑스에는 사적 영역에서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제한하는 조항이 없어요. 때문에 공무원이라도 정치적 사안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하고 활동할 수 있죠.” 전학선 교수(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프랑스는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이 가장 자유로운 국가로 손꼽힌다.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규제하는 조항 자체가 없으며 정치적 집회 참여와 정당 가입은 물론 공무원의 신분으로 의회에 입후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공무원의 정치참여가 활성화된 바탕에는 프랑스만의 특징이 깔려있다. 프랑스는 일찍이 시민혁명을 통해 정치참여에 대한 권리의식을 확실하게 정립한 국가다. 프랑스에서 정치참여와 표현의 자유는 그 누구도 제한할 수 없다. 또한 공무원 노동조합의 운동 결과 공무원의 지위 향상과 정치활동의 완전한 자유를 획득할 수 있었다.
 
  직무상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침도 마련돼 있다. 본인의 근무지에선 의회에 입후보가 불가능하며 선거운동을 하려면 휴가 중이어야 한다. 이를 통해 공무원이 직위를 통해 인력을 동원하거나 정치활동하는 것을 막는다.
 
  이렇듯 많은 국가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의 사례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각국의 정책은 그 국가에 맞춰 설계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박주민 의원은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춰 공무원의 직위에 따라 다르게 정치활동의 자유를 규정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공무원의 완전한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어요. 직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정치활동의 자유를 개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직위가 낮은 공무원의 경우에는 정치활동의 범위를 정치적 발언에서부터 정당가입까지 넓게 허용하고 직위가 높은 공무원은 좁게 허용하자는 것이다. 
 
  정영태 교수는 사적 영역과 직무의 영역을 구분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의 유럽 국가에선 직무의 공간과 사적인 공간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공무원이나 교사일지라도 사적인 활동에서까지 개인의 표현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사적 영역을 확보하고 그곳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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