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기 전에 시민입니다” - 중대신문
최종편집 : 2017.9.19 화 17:19
기획기획
“공무원이기 전에 시민입니다”정치에서 배제된 그들
김예령 기자  |  kduaud@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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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0  00: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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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딴지 걸기’는 어떤 일이나 형상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거나 훼방을 놓는 행위를 뜻합니다. 이번학기 기획부는 불편함을 당연시하는 우리 사회에 딴지를 걸어보려 합니다. 네 번째 딴지는 바로 ‘정치적 중립성’입니다. 우리나라에는 헌법상에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특정 직업군의 정치활동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일반직공무원과 교사가 그 대상인데요. 업무의 특성상 정치로부터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직무 영역 밖에선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특정 직업군에 속해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에게 정치활동이라는 표현의 자유를 금지할 수 있을까요? 정당 가입은 물론 집회참여, SNS라는 사적인 영역까지 규제하고 있는 ‘정치적 중립성’에 딴지를 걸어봤습니다.
 
   
 

국가를 위한 한걸음도
제재받는 현실

혐의 대상이 된 사적 영역
개인의 권리는 어디로
 
우리나라는 헌법을 통해 교사를 비롯한 공무원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교육과 공사(公事)에 특정 정치 권력이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을 비롯한 하위 법률에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보장’이 아닌 ‘의무’로 정의된다. 이에 따라 공무원 개인의 정치적 자유는 정치적 중립을 명목으로 제한됐고 기존의 헌법 정신은 그 속에 담기지 못했다. 국민에 대한 봉사자와 기본권을 누리는 주체로서 이중적 지위를 갖는 일반직공무원(공무원)과 교사. 그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강요’하고 있는 실태를 들여다봤다.

  정치적 자유를 빼앗긴 공무원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은 ‘2017 대통령후보 경선(당내경선)’을 진행했다. ‘완전 국민참여경선’을 모토로 실시된 당내경선은 모순적이게도 특정 국민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았다. 「정당법」에 따라 당원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특정 정당의 당내경선에 표를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등에서 당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공무원과 교사는 당내경선의 유권자에서 제외됐다. 각 부 장관 혹은 비서와 같은 특수경력직공무원과 대학의 교원만이 ‘누구나’에 속한 것이다.

  당내경선에서의 선거권 뿐만 아니라 공무원은 정치활동에서도 제한을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행정자치부에서 전국 44개 중앙행정기관 및 17개 시·도 단체의장을 대상으로 공문을 전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에 소속 공무원들의 참여를 제한하라는 내용이었다. 김성렬 행정자치부 차관은 공문에 대해 「국가공무원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헌법에 명시된 공무원의 집단행위 금지 조항에 따른 결정이라 밝혔다.

  하지만 많은 공무원이 직무 외의 시간에 이뤄지는 정치활동까지 제재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며 반발했다. 한 지방직 공무원은 공무원도 국민으로서 개인의 정치적 신념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적인 신념에 따른 정치적인 집회 참가나 정치적 발언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사적인 영역에서까지 정치적 중립을 의무화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죠.”
 
  교사는 교육만 하라고?
  정부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교사의 정치활동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를 보였다. 2014년 5월 43명의 교사가 청와대 홈페이지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게시했다. 이에 교육부는 해당 교사들에게 해직을 포함한 높은 수위의 징계를 예고했다. 교사들의 퇴진운동 선언은 공무원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교육부는 징계와 더불어 각 시·도 교육청에 교사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직무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같은달 진행된 교사들의 시국선언에도 비슷한 제재가 가해졌다. 약 1만 6000여 명의 교사들이 모여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무능을 규탄하고 이를 담은 교사선언문을 낭독했다. 이틀 뒤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주축으로 전국교사대회가 개최됐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각 시·도 교육청에 현장지도를 명목으로 지원을 요청했다. 사실상 전국교사대회의 규모와 현황을 파악하고 활동을 규제하기 위함이다. 이는 전국교사대회를 불법 시위로 간주하고 억압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관련 공문에는 교육자로서의 직무에서 벗어난 불법 행위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교육부의 입장이 포함됐다.
 
  “교사가 정권과 반대되는 발언을 했을 때 정치적 중립이 교사의 표현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어요. 이런 금지조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근거로 하고 있지만 이는 명백히 잘못된 적용이에요.”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교사들이 정치활동의 자유를 빼앗긴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교사는 정치적 표현·정당 가입 및 정당 활동·선거운동의 자유, 피선거권 모두 금지된다. 정치권력으로부터 교육을 보호하기 위한 헌법의 규정이 교사 개개인의 정치적 의사표현에 대한 자유를 일체 부정하는 논리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사적공간마저 감시하는 눈
  지난 3월 검찰이 성남시청 공무원 A씨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였던 이재명 성남시장의 SNS 게시글과 영상을 공유한 혐의였다. 이재명 전 시장에 따르면 당시 다른 엄중한 선거법 위반 사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를 미뤄두고 특정 정치세력에게만 과잉수색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익명의 지방직 공무원 노조 관계자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한 헌법의 조항이 악용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가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억압의 수단으로 사용한 사례예요. 사법당국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임의로 적용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 공간에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고 있는 건 교사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4월 국립 초등학교 박동국 교사는 페이스북에 당시 새누리당의 특정 의원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SNS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에요. 이것까지 금지한다면 정치를 떠나서 개인적인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거죠.” 모 고등학교의 A교사는 SNS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에 법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과하다고 말했다. 사립 초등학교 송윤관 교사도 당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이혜훈 국회의원과 관련한 기사에 그들을 비판하는 글을 덧붙여 게시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SNS 상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범죄로 규정하는 기준이 모호한 것도 문제다. 박동국 교사의 게시물에는 모두 정치적인 견해가 드러나 있다. 하지만 게시물을 공유한 혐의는 무죄로 판정됐고 직접 게시글을 작성한 혐의에만 유죄가 적용됐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교사들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을 판단하는 기준과 처벌 기준이 모호하다고 말했다.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에 동일한 상황에도 서로 다른 판결이 날 수 있어요. 처벌에 대한 기준에 대해서도 정해진 바가 없어 제멋대로 처벌이 진행되기도 하죠.” 비판의 정도가 심한 글을 쓴 경우의 사법처리가 기각되기도 하고 비교적 가벼운 경우에 엄격한 처벌이 진행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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