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한창 ‘연애 못하는 사람의 특징’이란 게시물이 떠돌았다. 그중에는 ‘자기 좋다는 사람은 또 싫어한다’, ‘눈이 높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등의 항목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이 항목들은 연애를 못한다기 보다 안 하는 것에 가깝다. 해당 게시물은 연애를 안 하는 사람을 못하는 사람으로 치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감을 받았다. 하지만 모든 솔로가 강제로 솔로의 길을 걷고 있다고 일반화할 수 있을까. 스스로 솔로의 길을 선택한 이들을 만나봤다.
 
  내가 택한 솔로의 삶, 혼자여도 행복해
  나를 불행하게 하는 건 지나친 네 간섭뿐

  혼자이길 선택한 이유
  연애를 하는 것에도 이유가 있듯이 연애를 하고 싶지 않은 것에도 이유가 있다. 이한결 학생(서울교대 윤리교육과)은 크게 연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연애감정이 드는 사람도 없었고 굳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어요. 연애하고 싶다는 마음이 별로 없었거든요.” 연애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노력하면서까지 연애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윤석호 학생(익명·교육학과)은 연인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연애 당시에 겪는 감정·에너지 낭비가 힘겨웠다. 이로 인한 피로감은 연애를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졌다. “제 행복의 기준이 타인이 되는 것을 더는 원치 않아요. 당분간만이라도 저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윤석호 학생은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게 스스로를 혼자여도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연애를 하고자 하는 마음 자체가 없는 사람도 있다. 황예나 학생(연세대 국어국문학과)은 자신의 관심사에만 집중해도 모자라기에 연애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소설, 그림 등의 창작활동에 열중하는 그에겐 연애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연애하기가 번거로워요. 연애를 하면 시간을 할애하고 관심을 쏟아야 하는데 그만큼의 정신적 여유가 없거든요.”

  우리 솔로이게 해주세요!
  ‘솔로천국 커플지옥’ 이 말은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솔로들을 위로하고자 만든 말이었지만 실제로도 솔로천국은 있는 듯하다. 많은 학생들은 연애를 하지 않았을 때의 장점으로 자유를 꼽았다. 김지수 학생(익명·서강대)은 연애를 하지 않을 때는 이성인 친구들과의 만남이 자유로워 좋다고 말했다. “연인이 있을 땐 이성인 친구를 만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오해의 소지가 있잖아요. 하지만 혼자일 땐 편하게 놀 수 있죠.” 이성인 친구와의 만남은 연인과의 신경전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연애를 하지 않으면 신경전으로 인한 감정소모가 없어 좋다는 것이다.

  “연애를 하면 전화, 카카오톡, SNS 등으로 계속 연락을 해야 하기에 스마트폰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죠. 연애를 하지 않을 땐 그 점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같아요.” 한결 학생(건국대 화학공학과)은 연락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비연애의 강점으로 꼽았다. 애인과의 지속적인 연락을 위해 스마트폰에 묶여있지 않아도 돼 자유롭기 때문이다.

  스스로에 대한 집중을 말하는 이도 있었다. “연애를 안 할 때는 혼자 밖에만 돌아다녀도 나만을 위한 행동이란 생각이 들어서 좋아요. 연인의 존재를 떠올리지 않기에 모든 기분을 나 자신에게만 한정해서 느낄 수 있죠.” 손자영 학생(국어국문학과 4)은 솔로일 땐 자신의 내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감정을 비집고 들어올 존재가 없기에 모든 감각에 온전히 자신을 맡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해도 연인이 생각나고 신경 쓰게 되는 연애 당시와는 분명 다른 느낌이란 설명이다.

  집중할 수 있는 것은 내면만이 아니다. 손자영 학생은 금전·시간적 집중을 말했다. 연인의 부재는 연인에게 썼던 시간·금전의 여유로 이어지고 이는 곧 자신에게 집중된다. “연애를 안 할 땐 쇼핑도 더 많이 하고 나를 위해서 더 투자하게 되는 것 같아요. 시간도 상대적으로 남으니까 제 주변 사람들을 더 잘 챙기게 되는 것도 있죠.”

  참을 수 없는 불쾌함
  분명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최근 대학가에선 그렇지만도 않은 듯하다. 솔로라고 밝히는 순간 수많은 간섭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친구 사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손자영 학생은 친구들끼리의 장난에서도 간섭을 느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장난으로 ‘왜 연애 안 해?’부터 시작해서 ‘애인도 없는 게!’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마치 연애를 하는 자기가 연애를 하지 않고 있는 나보다 위너라는 식이죠.” 그는 연애 여부에서 마치 우위 관계가 설정된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가장 타격을 크게 주는 것은 가족이었다. 윤석호 학생은 부모님의 간섭으로 힘들어했다. “걱정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이해 가지만 솔직히 불편한 것도 사실이에요. 단지 연애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자란 사람이나 낭비되는 청춘으로 여겨지는 것 같아 슬프거든요.” 장난으로 받아넘기긴 하지만 그저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간섭은 개인적인 관계를 넘어서 매스컴에서도 나타났다. “<나는 남자다> ‘솔로男’ 편에서 솔로인 남자들에게 문제점을 지적하는 걸 봤어요. 마치 솔로들에게는 문제가 있는 양 출연자들을 고치려고 하는 모습이 불편했죠.” 한결 학생은 솔로들을 연애 못하는 사람처럼 다루는 프로그램에 불쾌함을 느꼈다. 연애를 개인의 선택이 아닌 마치 해야만 하는 일처럼 취급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연애 자체에 대해서 부정하는 이들에게 가해지는 간섭은 더하다. 황예나 학생은 연애에 대해서 부정적인 걸 무지한 것처럼 취급하는 현실을 말했다. “주변사람들에게 독신주의라고 말하면 ‘네가 뭘 몰라서 그렇다’라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저도 나름대로 제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건데 저렇게 말하면 마치 저를 철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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