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 가장 빛나는 시기. 여러분의 하루는 어떻게 지나가고 있나요?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진 않나요. 이렇게 젊은 날의 하루하루가 모여 우리의 모습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번학기 중대신문 심층기획부는 20대 청춘, 그 젊은 날의 초상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오늘의 초상은 ‘연애’입니다. CC(캠퍼스 커플)라는 단어가 따로 존재할 정도로 20대와 연애는 떼려야 뗄 수 없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핑크빛 로맨스를 꿈꾸는 학생들이 즐비하죠. 하지만 연애가 모두에게 당연한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의 당연함은 누군가의 씁쓸함이기도 하죠. 젊은 날의 초상이 비연애자에게 연애를 강요하는 사회를 조명해봤습니다.
 
 
  “나한테 왜 그래요?”
  네 오지랖은 오백만 평

  영화 <500일의 썸머>에서 ‘썸머’는 ‘누군가’의 ‘무언가’가 되는 것을 꺼려한다. 하지만 ‘톰’은 썸머의 진지한 연인이 되기를 바라며 계속해서 그녀의 곁을 맴돈다. 결국 둘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여자 주인공 썸머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의아해한다. 톰이 썸머가 살아온 가정환경, 취향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을 망각한 채. 우리 주변에도 수많은 썸머와 관객이 존재하고있다. 연애가 당연하지 않은 사람들과 그들을 이해하지 않는 사람들. 20대의 연애에 관한 인식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20대 남녀 1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환영받지 못 하는 오지랖
  20대는 연애로부터 얼마나 자유를 누리고 있을까. 전체 응답자 중 약 87.8%(151명)가 ‘비연애중일 때 주변에서 애인을 사귀라는 말을 들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차화정 학생(사회학과 2)은 친구와 친척 어른들에게 종종 ‘왜 연애 안 해?’라는 질문을 받았다. “대학생 때 연애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마치 안부 인사처럼 만나는 사람이 있냐며 묻기도 하고, 없으면 만나라고 하면서 심심풀이 땅콩처럼 얘기를 많이 들었죠.” 설문조사의 한 응답자는 “연애를 하든 말든 주변에서 권유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다수 학생은 비연애중일 시 연애를 하라는 권유를 받고 있었다.

  ‘애인을 사귀라는 권유를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는 질문에는 ‘문제 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약 29.7%(51명)로 가장 많았다. 이다경 학생(중어중문학전공 2)은 타인의 연애에 신경 쓰는 사회가 특별히 문제 되진 않지만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재밌는 것 같아요. 자신의 연애가 아닌 타인의 연애에 신경을 쓴다는 게 재밌잖아요. ‘너는 왜 연애를 안 해?’라고 물어보면 쟤가 내 연애에 관심을 가지나 보다 하고 재밌기도 하고 그냥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신경 안 쓰는 편이에요.”

  그 뒤를 이은 응답은 ‘참견이다’로 약 23.8%(41명)였다. 공태윤 학생(국어국문학과 4)은 애인을 사귀라는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듣게 되면 타인이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웃어넘겼어요. 그런데 계속해서 사람들이 제 연애에 관해 이야기하니깐 기분이 상하더라고요. 연애를 안 한다고 얘기하면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하는 거라면서 제 가치를 깎아내리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죠.” 설문조사의 한 응답자는 “진심 어린 관심과 충고는 고맙지만 과도한 관심은 실례가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기타를 제외한 가장 적은 수의 응답자가 선택한 것은 ‘도움된다’로 약 4.7%(8명)였다. 평소 주변에서 외로움을 많이 탄다는 이야기를 들은 신지영 학생(사회학과 3)은 주변의 연애 권유에 공감하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연애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제가 외로움을 많이 타니깐 연애를 권유하는 사람도 있고 그 반대인 사람들도 있어요. 함께 얘기하며 공감하기도 하죠.”
 
 
  무지하기에 무례하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남자(여자)친구 있어요?’라고 묻는 것은 어느새 인사치레가 됐다. 응답자 약 76.7%(132명)가 초면에 애인이 있냐는 말을 들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대다수 학생이 초면에 애인 여부에 대한 물음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연애를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대외 활동을 할 때마다 매번 첫 만남에서 저도 모르게 애인 있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했죠.” 차화정 학생은 대화거리를 이어가기 위해 초면에 애인의 여부를 묻기도 듣기도 했다.

  그렇다면 초면에 애인 여부에 대한 물음을 들었을 때 우리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가장 많이 거론된 응답은 ‘조금 실례다’로 약 27.9%(48명)다. 공태윤 학생은 서로를 알아가는 상황에서 애인의 유무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초면에 애인 여부를 묻는 것은 실례죠. 애인 유무는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이자 사생활이잖아요. 물어보는 것 자체가 무례한 일인 것 같아요.” 최성지 학생(중어중문학전공 2)은 초면에 애인 여부를 묻는 것을 우리 사회에서 당연시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에서 애인 여부를 묻는 것은 실례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애인이 있느냐, 결혼은 했느냐’와 같은 질문을 너무 가볍게 물어보는 것 같아요.”

  그 뒤를 이은 응답은 ‘문제 되지 않는다’와 ‘생각해본 적 없다’로 각각 약 26.2%(45명), 약 20.3%(35명)를 차지했다. 김여훈 학생(사회학과 2)은 초면에 애인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그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자친구가 있냐고 물음을 받아본 적이 있지만 그 질문에 대해 딱히 생각해본 적 없는 것 같아요. 아마 우리 사회에서 대학생은 연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어서 물어보는 것이 아닐까요?”

  김여훈 학생은 물음을 당했을 때 불편하지 않지만 되레 질문하지는 않는다. 혹시나 타인에게 무례한 질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는 불편하진 않지만 타인이 불쾌감을 느낄 수 있잖아요. 보통 사람들이 이 점에 대해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러한 반응이 마냥 소수의견인 것은 아니다. 설문조사의 기타의견 대부분이 연애는 의무가 아닌 선택이라며 불쾌감을 표했기 때문이다.

  “20대가 마치 연애를 해야 하는 시간으로 치부되는 것이 불편하다”, “지나친 오지랖과 관심을 삼갔으면 좋겠다”, “연애는 개인의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연애하지 않는 사람이 이성적 매력이 없다고 생각해 불쾌하다” 등 많은 이들이 초면에 애인 여부를 묻거나 권유하는 행위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일상적 물음을 통해 타인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망각하고 있다.

  상대방에게 연애 여부를 지속적으로 묻는 것은 마치 연애를 하라고 강요를 하는 것과도 같다. “사회에는 다양한 연애가 존재하잖아요. 이성연애도 있고 동성연애도 있고 오래 만나기도 하고 짧게 많이 만나기도 하고요. 다양한 연애가 존재하듯이 연애가 필수적인 것도 아니죠.” 이다경 학생은 타인이 자신의 연애에 깊은 간섭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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