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생들은 오늘도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몇 년 전 한 TV 광고에 쓰인 문구이다. 이 문구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장거리 통학생들의 사정은 달랐다. 그들은 집에서 나가지 않았음에도 충분히 고생하고 있었다. 학교와 집을 오가는 시간만으로 하루에 3~4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기숙사에 입관하거나 자취를 하기엔 가깝고, 통학하자니 먼 여정을 떠나야 하는 애매한 거리에 살고 있는 그들은 ‘영원히 고통받고 있는’ 통학생이었다. 오늘도 여전히 고통받고 있을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봤다. 
 
  학교를 향한 고된 여정
  아침에 눈을 뜬 장거리 통학생들은 일찌감치 지각을 예감하기도 한다. 학교가 멀리 있는 탓에 아무리 서둘러 준비하더라도 지각은 불 보듯 뻔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성남시에 살고 있는 송기림 학생(신문방송학부 3)은 개인발표를 앞두고 늦잠을 자는 아찔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11시에 시작하는 수업을 앞두고 그가 눈을 뜬 것은 10시 반. “발표가 있으니 우선 교수님께 사정을 말씀드렸죠. 택시를 타고 갔는데도 11시 45분에야 도착했어요. 택시비만 3만원이 나왔죠. 발표는 그럭저럭 마칠 수 있었지만 그 당시엔 정말 눈앞이 캄캄했어요.”
 
  “집에서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나왔는데도 지각할 때가 많았어요. 환승을 여러 번 하다 보니 배차 간격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죠.” 경기도 용인시에 살고 있는 이두은 학생(프랑스어문학전공 3)은 통학하는 동안 총 4번의 환승을 한다. 그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배차 간격이 긴 광역버스를 이용하다 보니 눈 앞에서 놓친 한 대의 버스때문에 전체 통학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같은 경기도 용인시에 살고 있는 박나례 학생(러시아어문학전공 3) 또한 통학시간으로만 하루에 4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월요일 1교시가 있는 날엔 교통체증을 염두해 오전 5시 반에 일어나기도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도 힘들지만 긴 통학시간 탓에 체력적으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강의실에 도착하면 피곤하고 힘들어요. 학교에 온 것뿐인데 수업을 듣기 전부터 체력이 바닥 상태인 거죠. 하루하루 피로가 쌓여가는 게 느껴져요.”

  경기도 혹은 인천에 사는 학생들은 때론 ‘서울에서만 살아도 소원이 없겠다’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서울도 서울 나름이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경계에 위치한 노원구에 사는 남강민 학생(신문방송학부 2)은 왕복 3시간에 걸쳐 통학을 하고 있다. 학교가 위치한 서울시에 살고는 있지만 이른 아침부터 등교 준비를 해야 한다. 서울시에 살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생활관이나 자취는 꿈도 꾸지 못한다. 하지만 그에게 3시간이란 통학시간은 버거울 뿐이었다. “시간을 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죠. 하루에 3시간을 지하철에만 갇혀 있으니까요. 다른 활동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인데 말이에요.”
 
  그래도 집이 좋은 이유
  많은 이들이 예측할 수 있듯이 통학의 가장 큰 장점은 ‘집밥’과 ‘가족’이었다. 기나긴 통학시간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큰 힘이기도 하다. 한민우 학생(가명·인문대)은 인천시 부평구에서 통학하고 있지만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다름 아닌 어머니의 ‘아침밥’ 때문이다. “어머니의 사랑이 가득 담긴 아침 식사를 먹을 수 있잖아요. 통학하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죠.”

   지난학기까지만 해도 생활관에서 지냈던 이두은 학생에게 1년 만의 통학은 힘들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통학은 그에게 편히 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줬다. “생활관에는 룸메이트가 있었지만 집에서 통학하면 내 방이라는 나만의 공간이 생기잖아요. 몸이 조금 힘들더라도 맘 편히 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박나례 학생은 늦은 시간에 귀가하더라도 매일 가족들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을 통학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가족들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크다는 것이다. “힘든 일이 있는 날에 집에서 엄마랑 수다를 떨면서 털어놓곤 해요. 가족이라는 기댈 사람이 항상 있다는 게 든든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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