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집의 공동주방에서 일반 가정집과 다를 바 없는 푸근함이 느껴진다.
 
 가족과 떨어져서 사는 생활. 부모님은 보호자 없이 생활하는 자식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밥도 챙겨주고 오전 수업에 늦지 않도록 깨워줄 사람이 있기 바라신다. 그렇게 학생들은 하숙집에 들어가곤 한다. 아침마다 하숙생들을 꺠워주시는 하숙집 아주머니의 날카로운 목소리는 곤히 잠자는 하숙생들의 앓는 소리를 자아내지만, 그 모습은 전원생활을 연상케 한다. 사람내음 나는 하숙집. 그 친근한 곳에 사는 학생들에게 그들의 생활을 들어봤다.
 
  이제는 한 지붕 아래 가족
  홍수진 학생(중국어문학전공 2)은 입학 때부터 쭉 같은 하숙집에 살고 있다. 부모님의 걱정에 자취가 아닌 하숙을 선택한 것이다. 여학생만 사는 하숙집이다 보니 자취보다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잔뜩 긴장했던 신입생의 3월, 하숙집 아주머니께서 모든 하숙생을 불러 모았다. “아주머니는 피자와 치킨을 잔뜩 시켜주셨어요. 앞으로 밥도 잘 차려 줄 테니 많이 먹으라고 하셨죠. 덕분에 하숙집 아주머니는 물론이고 같은 층 언니들과도 아주 친해졌어요. 하숙 생활이 즐거워지기 시작했죠.” 맛있는 음식만큼 사람을 가깝게 만드는 것이 또 있을까. 그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하숙집 사람들과 친해졌다.
 
  박진기 학생(공공인재학부 2)도 이러한 가족과 같은 모습을 하숙 생활의 장점으로 꼽았다. 생활관과는 다르게 가정집의 복도를 공유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일종의 유대감을 주기 때문이다. “같이 밥을 먹으며 생활하다 보니 많이 친해졌어요. 하루는 아예 하숙집 사람들이 전부 모여서 같이 호프집에 가기도 했죠. 그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그에게 하숙집은 삶을 공유하는 이들의 공동체와도 같았다.
 
  ‘진용아 밥 먹어라~!’ 그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하숙집 아주머니였다. 전진용 학생(중국어문학전공 2)의 단체 대화방에 있던 내용이다. 하숙집 아주머니께서 대화방을 만들어 하숙생들의 식사를 재촉하는 것이다. ‘OO야. 밥 먹자~’ 대화방에는 밥을 먹으러 오라는 재촉 메시지가 가득했다. 그 메시지에서는 아들들에게 얘기하는 듯한 따뜻함이 묻어났다. 하숙집 생활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그는 아주머니의 배려로 잘 적응하고 있었다.
 
  가족이어도 불편해
  항상 좋고 재밌는 일만 일어날 수는 없다. 하숙집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홍수진 학생은 같은 층에서 여러 명이 살다 보니 겪는 불편함에 관해 이야기했다. “아침만 되면 화장실이 붐비기 일쑤예요. 아무래도 여자만 살다 보니 더 오래 걸리는 것 같아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아무래도 오전 수업이 있는 날이면 불편하긴 하죠.” 
 
  여러 명이 거쳐 가는 하숙집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낡기도 한다. 그 때문에 벌레가 나오는 일도 더러 있다. 구동완 학생(컴퓨터공학전공 2)도 그런 경험이 있다. 특이하게도 그의 하숙방은 바퀴벌레보다도 쥐며느리가 자주 나왔다. 어느 날은 자고 일어났더니 죽은 쥐며느리가 옆에서 같이 누워 있기도 했다. “그때는 깜짝 놀랐죠. 왜 하필 쥐며느리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재밌는 일이네요.”
 
  전진용 학생은 옆방에 사는 형에게 미안했던 일화를 꺼냈다. “하루는 친구들을 방에 데려왔어요. 조용히 놀았어야 했는데, 술을 마시다 보니 소란스러워졌죠.” 다음 날, 옆방에 사는 형은 ‘너무 시끄러워서 잘 수가 없어. 새벽 2시에 깼어. 솔직히 105호 너무 하지 않냐.’고 토로했다고 한다. 소음의 주범을 그 날 새로 들어온 입주자로 오해한 듯했다. 당황한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조용히 아침밥을 먹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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