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을 주제로 어느 날, 중앙마루에서 2부 계속 이어갑니다. 사람마다 설렘을 느끼는 대상도 각각 다를 텐데요. 두 번째 사연은 이성 친구보다 여행에 더 큰 설렘을 느낀다는 이티님의 사연입니다. 자칭 혼자 여행하기 전문가 이티님을 만나봤습니다. 
 
 

- 이성 친구보다 여행이 더 좋다니.
“물론 여자친구와의 설렘도 좋죠.(웃음) 하지만 최근 혼자 여행하면서 느낀 설렘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여자친구도 혼자 하는 여행을 즐겨서 저를 이해해주는 편이에요.”

- 최근 다녀온 여행은 어디인가요.
“혼자 경상남도 남해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아, 지금 생각해도 또 가고 싶네요.”

- 남해요? 어떻게 남해로 여행을 떠나게 됐나요. 
“그냥 왠지 모르게 끌리는 곳이었어요. 인간관계 때문에 심적으로 굉장히 지쳐 있었거든요. 지친 마음을 다시 뛰게 해줄 무언가가 필요했어요.”

-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그냥 복합적으로 힘들었어요. 학업이나 인간관계에 대해 어려움을 많이 느꼈죠.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같은 삶에 대한 고민도 들고요.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을 정리할 겸 남해로 즉흥여행을 떠났어요.”

- 평소에도 즉흥여행을 즐기시나요.
“아뇨.(웃음) 여행 갈 때는 미리 계획하고 떠나는 편이에요. 가고 싶은 곳을 미리 검색하고 여행 일정을 정한 뒤 출발하죠. 하지만 남해로 간 여행은 정말 무작정 떠난 여행이었어요. 제 생의 가장 멋진 여행이었던 것 같아요.”  

- 남해에서 무엇을 했나요.
“전날 차표를 예매하고 남해에 내려 무작정 마음이 끌리는 대로 발을 디뎠어요. 그러다 보니 1박 2일 동안 산에 올라갔다 노을 지는 걸 구경한 것이 다예요.(웃음) 하지만 아직도 그 날을 생각하면 제 마음이 설레네요.”

-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인가요.
“절에서 바라본 노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이었어요. 2시간 정도 산을 올라 남해 지도에서 우연히 본 절에 도착했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바라본 장관은 답답했던 마음을 뻥 뚫리게 해줬어요. 그동안 제 마음속 응어리들이 다 씻기는 느낌이었죠. 지금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마음이 두근거려요.”

- 아, 저도 꼭 그 풍경을 보고 싶네요.
“강력히 추천해요.(웃음) 그렇게 한참 동안 앉아서 노을을 바라봤어요. 산에서 내려오면서 그동안 했던 마음고생들이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힘든 순간을 잘 견뎌낸 저에게 수고의 선물을 주고 싶었어요. 바로 리조트를 예약해 하루를 마무리했죠. 절에서 찍은 풍경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잠을 뒤척였어요.(웃음)” 
 
- 여행 후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잊고 있던 설렘을 다시 찾을 수 있었어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제 주변을 돌이켜 보니 힘들었던 인간관계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죠.”

- 돌아올 때는 여행을 떠날 때와는 달리 가뿐한 마음이었겠어요.
“그렇죠.(웃음) 돌아오는 길에 빨리 주변 사람들에게 남해에 다녀온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왜 홀로 여행을 떠나는지 알겠더라고요. 계획 없이 훌쩍 떠나는 건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혼자 곳곳을 다니며 설레는 순간과 만나고 싶어요.”
 

여행하며 느낀 설렘으로 삶을 재정비할 수 있었던 이티님의 사연을 들으니 저도 지금 이 순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네요. 우리의 인생도 하나의 여행 같죠. 여러분 모두 인생이라는 기나긴 여행 속 설렘을 잃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상은의 ‘삶은 여행’ 띄워드리고 오늘의 라디오 마무리하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중앙마루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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