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인 여러분은 라디오를 즐겨 들으시나요? 라디오는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DJ와 함께 나누는 묘한 매력이 있죠. 개강을 앞둔 어느 날, 기자는 해가 질 무렵 중앙마루에서‘설렘’을 주제로 솔직한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그날의 선곡’과 함께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시죠.
 
 
 
‘꼬리가 짧은 2월의 버들강아지들이 연기가 나는 강 언덕을 바라보며 멍멍멍 짖고 있습니다. 누가 오는가 봅니다’ 이창건 시인의 ‘봄소식’이란 시로 라디오의 문을 엽니다. ‘어느 날, 중앙마루’에서 김지원입니다. 유난히도 추웠던 올겨울이 가고 피어오르는 새싹과 함께 학교가 북적거립니다. 신입생뿐만 아니라 재학생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개강을 맞이했을 텐데요. 생각만 해도 설레는 개강과 어울리는 사연을 중앙마루에서 들어보았습니다.
 
먼저 감자도리님의 사연입니다. 이제 막 입학한 신입생 여러분들은 한껏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고 있겠죠. 감자도리님은 소나기처럼 짧았지만 장맛비처럼 긴 여운을 준 새내기 시절의 설렘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는데요. 어떤 사연인지 함께 들어볼까요. 

- 아직도 그때를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한테는 아픈 인연이라 이제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속 시원히 이야기해 보려고요.”

- 어디서 만난 상대인가요.
“대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어 처음 나간 미팅에서 만났어요. 처음 만난 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네요. 원래 저는 미팅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친한 친구가 갑자기 대신 가줄 수 있겠냐고 부탁해서 얼떨결에 나가게 됐어요. 큰 기대 없이 동기 언니 두 명과 친한 친구 한 명이랑 같이 신촌으로 향했죠.”

-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이 나간 미팅에서 첫눈에 반한건가요.
“아뇨.(웃음) 첫눈에 반한 건 아니에요. 맨 끝에 앉아있는 남자분이 눈에 들어오긴 했지만 처음 하는 미팅이라 ‘내가 여기서 대체 뭘 하는 걸까’라는 생각만 떠올랐어요. 어리둥절한 상태로 짝을 정하는데 그 친구가 제가 낸 핸드크림을 골라 파트너가 됐죠.”

- 인연이었나 보네요. 그 이후로 연락이 왔나요.
“사실 별 기대는 안 했는데 이틀 뒤 그 친구한테 ‘내일 너희 학교 구경시켜줄 수 있어?’라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아직도 글자 하나 빠짐없이 그 문장이 그대로 기억나요. 문자를 받고 정말 설레었거든요.”

- 내심 연락을 기다리셨나 봐요.
“이제 와 생각하면 연락이 온 순간부터 제가 그 친구를 많이 좋아한 것 같아요. 제대로 학교 구경을 시켜주려고 중앙대 주변을 여기저기 알아봤죠. 막상 만나는 날이 되자 어색할 것 같기도 하고 무척 떨리더라고요.(웃음) 팀플이 끝나자마자 지하철역까지 그 친구를 마중 나갔어요.”

- 사소한 것까지 자세히 기억하시네요.
“그러게요.(웃음) 하나하나 다 기억하는 걸 보니 정말 제가 많이 좋아했나 봐요. 중학교 때 남자친구를 사귄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설레는 감정이었죠.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설렘의 연속이었어요. 지금도 몇몇 순간이 떠올라요. 같이 길을 걷는데 자기가 차도 쪽으로 나와야 한다며 저를 안으로 이끌었어요. 한강을 바라보면서는 ‘중앙대에 너 보러 왔어’라고 말해줬어요. 그리고 헤어지기 전에 비가 올 것 같다며 자기 우산을 챙겨주더라고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 자상한 사람을 만났구나’ 생각했어요. 마지막에는 깍지 손을 끼기도 했죠.”

- 그 후로 본격적으로 사귀게 된 건가요.
“아뇨.(한숨) 저한테는 그런 설렘이 다시 있을까 싶을 정도로 행복한 하루였는데 그 친구는 저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나 봐요. 그 이후로 연락이 차츰 뜸해지더니 그저 그렇게 끝난 사이가 됐죠.”

- 저런, 갑자기 마음 아픈 얘기가 됐네요.
“저에겐 아직 상처로 남아있어요. 그 후로 몇 번 미팅에 나갔지만 그때마다 그 친구가 생각나더라고요. 얼마나 푹 빠졌으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고 있는지 저도 의문이에요. 최근에 더 마음 아픈 소식을 들었어요. 그 친구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 많이 힘드셨겠어요.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무엇보다 제 스스로가 비참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 친구한테는 제가 미팅에서 한번 만난 여자애에 불과하잖아요. 저는 아직도 그 날의 설렘 속에 살고 있는데 말이에요. 다른 남자들이 다가와도 그때 같은 설렘을 느끼지 못해요. 누군가를 만나는 게 이제 두렵기까지 해요.”

- 그래도 이제 새로운 짝을 찾으셔야 할 텐데.
“그렇죠. 이제는 또 다른 좋은 인연을 만나고 싶어요.(웃음) 1년의 시간이 흐른 만큼 다행히 예전만큼 많이 생각나지도 않고요. 하지만 가끔은 ‘그때 그 친구에게 용기 내서 제 마음을 말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짧게 스쳐 지나간 설렘이라 더욱 안타까운 사연이네요. 감자도리님이 앞으로 좋은 사람과 새로운 설렘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감자도리님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 싸이의 ‘어땠을까’ 듣고 오겠습니다. 2부에서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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