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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해 줘, 내가 위험에 처하지 않게
심우삼 기자  |  wu32@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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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5.18  16: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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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가 가진
두 개의 얼굴

 
 
 

‘NEWS 모자이크’는 하나의 시사 사안을 모자이크의 한 조각으로 보고 이 사안들의 함의를 모아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내 보는 기획입니다. 연관성 없어 보이는 작은 조각들이 전혀 다른 큰 그림을 만들어내는 모자이크와도 같은 셈이죠. 이번주 NEWS 모자이크는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한 ‘영육아보육법 개정안’을 한 조각으로 해서 ‘CCTV가 가진 두 개의 얼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얼마 전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영육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한국 사회는 뜨거운 논쟁에 빠졌는데요. 아동 학대를 막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갖춰졌다는 국회의 ‘자평’이 있었지만 어린이집 교사들의 인권침해라는 비판 또한 존재합니다. 현실에서도 두 개의 공간 속 CCTV를 두고 비슷한 논쟁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주택가 CCTV를 두고는 ‘안전을 위해서는 사생활 침해를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존재하는 반면 일터의 CCTV는 알바생들의 인권침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일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CCTV의 두 가지 얼굴,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CCTV 범죄예방 효과 두고
 대부분 도움된다고 여겨

사생활 침해보다는
공공의 안전이 더 중요해

감시해달라는 사람들
  역사적으로 한국은 ‘감시 기제’에 참 익숙한 나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문민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말과 글의 송출권을 남영동 대공분실과 남산 안기부가 좌지우지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몇몇 민간인 사찰 논란과 정보기관의 도청논란이 일긴 했지만 국가 주도의 감시 기제는 민주화를 거치며 공식적으로 해체됐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감시 기제가 종적을 감췄다고 선언하기 힘들 것 같다. 국가 주도의 감시 대신 ‘흩뿌려진 감시 기술’이 새로운 차원의 감시 기제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차된 차의 블랙박스, 자취방 앞 CCTV가 그렇다. 청문회와 재판을 통해 법의 심판을 받은 독재자들이 감시에 대한 책임을 졌다면, 이제 모두가 가해자이면서 피해자가 됐다. 하지만 온도의 차이가 있다. 남영동과 남산의 등골 오싹한 기운을 CCTV에서 느끼는 사람들은 없다. 안전 문제를 눈앞에 두고 CCTV 앞에서는 모두가 관대하다. 


없는 것보단 있는 게 좋다
  자취방 앞 CCTV가 대표적인 사례다. 끔찍한 범죄소식이 끊기지 않는 지금 보금자리 곁에 있는 CCTV는 든든한 보디가드다. 특히 범죄의 대상이 되기 쉬운 여성들은 CCTV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유정희 학생(가명·사회대)은 처음 자취방을 구하러 다닐 때를 떠올리며 ‘꼼꼼하게 CCTV 위치까지 확인했다’고 말한다. 자취방이 1층인 데다 쉽게 접근이 가능한 발코니까지 있어 불안했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가 CCTV 설치 여부를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없는 것보단 있는 것이 낫다는 반응이 많았다. 대개 이유는 두 가지로 추려볼 수 있다. ‘범죄 발생 확률을 낮춘다’와 ‘범죄 발생 후 증거물로 활용될 수 있다’이다. 범죄의 사전 예방이나 사후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서하회 학생(한림대 사회학과)은 범죄의 사전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쪽이다. “제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때 CCTV가 있는 집보단 없는 집으로 들어갈 것 같아요”라며 CCTV의 범죄예방 효과에 대해 긍정하는 모양새였다.


  “일단 CCTV가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 그게 중요한 거죠.” 김태종 학생(한예종 영화과)은 “범죄자가 CCTV의 작동 여부를 인지하면 범죄 실행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고 말한다. CCTV의 존재 자체가 범죄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정희 학생 역시 “눈에 띄게 설치돼있는 CCTV가 범죄자로 하여금 범죄 가능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했다.


  사후 해결에서도 유용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사람은 늘 자기가 당했을 경우를 생각하잖아요.” 이윤정 학생(한예종 영화과)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경우 CCTV로 촬영된 영상이 증거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고지은 학생(정치국제학과 2)도 CCTV로 인해 일단 안전함을 느낀다. 설사 사고가 일어나도 CCTV로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나를 지켜준다면, 감시당해도 괜찮아
  반면 취재에 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생활 침해와 같은 CCTV의 역기능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지 않았다. CCTV로 촬영된 영상을 사생활 침해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손연주 학생(심리학과 3)은 개인의 내밀한 공간을 찍지 않는 이상 사생활 침해는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누군가 CCTV를 24시간 내내 보는 것도 아니고. 길 지나다니는 것은 누구나 볼 수 있잖아요.” 그는 방안을 찍지 않는 이상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사생활 침해에 대해서 걱정을 하는 이도 있다. 유정희 학생은 자취방 현관에 달린 CCTV를 통해서 집에 누가 드나드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신경 쓰인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도 끝내 ‘주인아저씨 성품이 훌륭하시니까 알아서 잘 관리하시겠지’라는 피상적인 생각으로 끝난다.


  반면 사생활 침해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그보다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오승해 학생(광고홍보학과 3)은 “CCTV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이해는 한다면서도 사생활이 중요하다고 안전을 포기하는 것은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다”고 말했다. 서하회 학생 역시 ‘CCTV로 누가 지켜보고 있는 거 아닐까’란 궁금증을 가지기도 했지만 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굳이 선택하라면 안전을 선택할 것 같아요. 여자다 보니 사생활 침해보다는 안전에 더 관심이 가거든요.” 김소희 학생(홍익대 디지털미디어디자인과)은 되려 ‘CCTV의 화질이 더 선명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평소 CCTV의 사생활 침해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는 그는 “지갑 분실 당시 촬영된 CCTV 화질이 안 좋았다”며 “화질이 좋아야 CCTV가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CCTV에 대한 믿음 덕분에 자취방을 구할 때 CCTV 설치 여부를 확인하는 세입자들도 많아졌다. 흑석동 K 공인중개사는 “여학생들이 CCTV가 있는지 특히 많이 물어본다”며 “요즘 카드와 번호키, CCTV는 자취방의 필수요소라 신축되는 원룸의 90%는 전부 구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S 공인중개사도 “요즘 희한한 사람들이 많다 보니 학생들이 CCTV가 있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부모들의 요구가 큰 편이다. H 부동산은 “신입생들의 경우 부모와 함께 집을 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부모들이 CCTV의 설치 여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CCTV 어떻게 관리되는지 모른다
  하지만 취재에 응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소 CCTV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해선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 2011년 9월 30일에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CCTV를 설치·운영하려면 관련 안내문을 붙여야 한다. 관련 안내문에는 촬영 목적, 시간 및 범위와 관리자의 정보가 기재되어 있다. 유정희 학생도 이번 취재를 통해 처음으로 CCTV 설치 안내문을 본 경우다. “CCTV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 찾는 장치라 평소 관리 실태에 관해선 관심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서하회 학생도 비슷한 생각이다.

  “CCTV는 증거자료란 느낌이 강하거든요.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평소에 신경 써야 할 이유가 없죠.” CCTV는 관리 및 운영에 관한 일반법이 없는 만큼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복도와 현관 등 주거 공간 지근거리에 CCTV가 있는 만큼 사생활 침해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H부동산은 “어떤 집주인은 TV에 CCTV 화면을 띄어놓고 24시간 내내 볼 수 있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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