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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따지지도 말고…이렇게 믿어도 되는 걸까
김다혜 기자  |  rlaekgo09@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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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5.18  11: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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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회 속, 나를 방어하기 위해 등장한 CCTV

의심하지 않을수록 내 모든 것을 더 깊숙이 감시한다

 

CCTV에 반한 한국 사회

 
한국 사회 안에서 의심받지 않는 것을 찾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가령 총리 후보자나 장관 내정자의 청문회만 봐도 각종 의혹과 의심으로 점철되며 파행을 빚지 않는가. 하지만 한국 사회도 쉽게 의심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CCTV다. 집 앞만 나서도 곳곳에 위치한 CCTV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이 한국이다. CCTV가 안전을 보장해준다는 믿음 때문일까. 사람들은 CCTV가 없는 곳에 CCTV를 설치해 달라며 전도 아닌 전도를 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전지전능한 CCTV의 신실한 신도가 돼가고 있다. 한국 사회가 CCTV에 보내는 조건 없는 믿음은 무엇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이병훈 교수(사회학과)는 ‘사생활에 대한 인식이 한국 사회에 부족하기 때문이다’며 그 원인을 분석한다. 동네에 CCTV가 설치된다고 가정해보자. 방범 차원의 목적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일상적인 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구성원들이 문제 삼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문제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사람들 사이에 사생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이 CCTV에 노출되는 것에 있어 관대하다는 것이다. 
 
  이는 유럽 등의 선진국과 비교할 때 상당히 대조적인 풍경이다. 이병훈 교수에 따르면 유럽 등 선진국은 CCTV와 같은 전자감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갖추고 있다. CCTV와 같은 전자기기로 부득이하게 감시해야 할 경우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언제, 무엇을 어떻게 감시하고 촬영된 자료를 어떻게 얼마만큼 보관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해당 과정이 적법하고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엄격한 규제도 갖추고 있다. 이는 서구 사회가 사생활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병훈 교수는 “서구 사회의 경우 사생활에 개입하거나 통제하는 것을 굉장히 부당하게 생각해 그것을 제한하고 보호하는 규제와 조항들이 발달해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 사회를 비롯한 동양 사회는 상대적으로 사생활에 대한 권리의식이 느슨한 편이다. 
 
  이장주 교수(심리학과)는 ‘방어기제’라는 관점에서 CCTV 이상 열풍을 진단한다. 모르는 사람들로 둘러싸인 사회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CCTV를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집안에는 CCTV를 설치하지 않잖아요. 반면 밤길이라든지, 버스, 길거리에는 CCTV를 설치하죠.” 이는 사람들이 언제든지 나를 공격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CCTV는 타인의 시선으로 작용하며 ‘범죄를 저지르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 이장주 교수의 생각이다.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개인의 욕망 대신 그 밖에 있는 도덕, 법률 같은 외적인 요소가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CCTV를 통해 외부의 공격을 보호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CCTV에 대한 현대 사회의 믿음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CCTV는 전지전능하지 않다. 그 역기능이 분명하게 있기 때문이다. 이병훈 교수는 파놉티콘 효과를 빌어 CCTV의 역기능을 설명한다. “스스로가 감시당한다고 느끼면서 사람들은 권위나 체제에 순응토록 길들여 질겁니다.” 감시가 당연시되는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사람들은 ‘늘 감시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하나의 인격체는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는 대신 권위주의적인 체제에 그저 순응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장주 교수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한다. 그는 CCTV를 맹신하는 것의 역기능으로 ‘획일화된 사회’를 떠올린다. “늘 무언가에 노출되고 누군가가 나를 바라본다고 생각하면 나의 욕망이 아니라 타인의 욕망을 위해 사는 데 익숙해질 겁니다. 계속 노출되다 보면 지쳐 쓰러지게 되죠.” 노출에 대한 피로감으로 한 주체가 쓰러지게 되면 능동적이고 다양한 욕망을 펼쳐내는 개인 대신 획일화되고 방어적인 개인만이 사회를 채우게 되는 것이다.
 
  CCTV의 신도가 된 한국 사회, 그 역기능에 무감각해진 사람들을 계도하기 위한 방책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병훈 교수는 ‘CCTV에 대한 법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법과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우선시 돼야 한다. 그는 “한국은 사회적으로 사생활 침해에 대한 인식이 느슨하다”며 “학습과 홍보를 통해서 감시에 대한 사회적인 공론화가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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