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칙 개정안은 수정됐지만 우려는 그대로
  • 이시범 기자
  • 승인 2014.04.1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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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된 학칙 개정안 점검

 

 
 
지난 7일 급작스러운 수정
총학생회, “수정안도 반대”

자치활동 개입, 신고제 등
우려되는 부분은 원안 그대로
 
  지난 7일 서울캠 및 안성캠 총학생회와 대학원 총학생회가 중앙인 커뮤니티와 페이스북에 ‘학칙 개정안 반대 성명서’를 게재했다. 총학생회는 성명서에서 ▲제62조(학생회) 개정이 학생회를 학교 기관으로 전락시킨다는 점 ▲제65조(활동 및 간행물) 개정으로 인한 허가제 하에서는 주무부서의 자의적 해석이 반영될 여지가 크다는 점 ▲제71조 개정이 징계 절차의 중요성을 낮춘다는 점을 지적했다. 같은 날 수정된 학칙 개정안(수정안)이 중앙대 포탈에 공고됐다. 하지만 학생자치활동 침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수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어떻게 수정됐나
 
  수정된 학칙 개정안의 학생자치활동 관련 조항은 원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제71조(징계)는 수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제62조(학생회)에는 “총장은 학생회의 자치활동을 권장·보호하며…”라는 문구만 추가됐을 뿐, 문제로 지적됐던 “총장은 학생회의 …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따로 정할 수 있다”는 변하지 않았다.
제65조(활동 및 간행물)에서도 “학교의 명예를 침해”, “교육 및 연구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등의 문구만 삭제됐고 허가제 자체는 원안대로 유지됐다. 승인 거절 사유가 구체화된 것도 아니어서 승인 거절 사유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해소되지 않았다.
 
  학칙 개정에 대한 총학생회와 학생처 간 협의는 학칙 개정안이 공고된 지 12일 후인 지난 7일에서야 이뤄졌다. 지난달 27일 공고된 학칙 개정안에는 학생자치활동 관련 조항 3개가 포함돼 있었지만 개정안 발의 과정에서 학생 의견 수렴은 전무했다. 학칙 개정안을 대학본부가 독단적으로 상정한 것이다. 안성캠 지수양 총학생회장(무역학과 4)은 “개정 사안에 영향을 받는 주체인 학생들과의 협의를 통해 개정안이 발의돼야 하는데 학생처에서는 그 절차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총학생회와 학생처 간 있었던 학칙 개정안 협의도 지난 7일 사전 공지 없이 급작스럽게 진행됐다. 서울캠 강동한 총학생회장(물리학과 4)은 “7일 오후 2시쯤에 학생처에서 협의를 해보자는 연락이 왔다”며 “개정안에 학생 의견을 반영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협의에 응했고 8시쯤 협의를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협의 시작 후 약 6시간 만에 개정안을 수정한 것이다.
 
  양캠 총학생회는 협의를 통해 작성한 수정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강동한 총학생회장은 “바로 다음날 교무위원회의 학칙 개정안 심의가 예정된 상황에서 협의를 하지 않을 경우 원안대로 올리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수정안에 총학생회의 입장을 완벽히 반영하진 못했지만 학생 의견을 반영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차선책으로 협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개정 사유와 개정안에 대한 법률적 평가
 
  공고된 학칙 개정안에 따르면 학생자치활동 관련 조항의 개정 사유는 “학칙과 각 학생회 회칙간의 불일치 조항 발생에 따른 학칙 보완”이다. 최근 ‘인문대 학생회 회칙’과 ‘선거지도 내규’의 학생회장 자격 요건이 상이해 인문대 선거관리위원회가 대학본부를 상대로 인문대 선거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 대표적인 충돌 사례다. 대학본부 측의 입장은 학칙에 내규의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이 같은 충돌을 막겠다는 것이다.
 
  제65조도 비슷한 사유로 개정안에 포함됐다. ‘학생 홍보물 게시에 관한 내규’에는 홍보물 게시를 위해서는 ‘허가’가 필요함을 명시하고 있다. 학칙 상에는 사전 신고만 명시돼 있으나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획처 김정탁 계장은 “내규나 시행세칙 같은 규정이 이미 있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운영돼왔기 때문에 학칙에 그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기획처 안상두 처장(화학과 교수)은 “인쇄물의 부착이나 교내 시설 이용에 있어서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에 대한 규정은 없었다”며 “개정안은 학칙이 명확히 규정하지 못했던 부분을 명확하게 한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무법인 이공 소속 박주민 변호사는 개정안 제62조와 제65조에 법률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학생회는 학생들의 자치조직으로 학교와는 별개의 단체기 때문에 학교에서 학생회의 구성이나 운영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보는 게 맞다”며 “제62조는 학생회의 구성과 운영에 대해 개입하는 것으로 월권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한 제65조에 대해서는 “학교가 인쇄물 배포 등에 대해, 신고 내용 등을 검토하여 학교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의 사유를 발견하면 배포 등을 승인하지 않는 것은 헌법 제21조 제2항이 금지하고 있는 ‘검열’의 전형적인 모습이다”고 말했다. 헌법 제21조 제2항에는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제71조(징계)의 경우 징계에 관한 세부 사항은 시행세칙으로 이전하는 것이 주요 개정 이유였다. 기획처 안상두 처장은 “학칙에 세부사항까지 정하면 바뀌는 것이 있을 때마다 학칙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세부사항은 시행세칙으로 이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주민 변호사는 “학칙에 징계 사유의 대강만 규정한 채 모든 것들을 시행세칙에서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배된 것으로 학생들의 예측가능성 등을 침해한 것”이라고 답했다.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은 법률이 위임하는 사항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한정하지 않고 하위법에 입법권을 일반적·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금지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시행세칙 같은 하위법이라 하더라도 하위법에 규정될 내용과 범위의 대강은 상위법에서 명시해, 누구라도 상위법을 통해 하위법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칙 개정안의 향방
 
  2015학년도 1차 학칙 개정안은 지난 8일 진행된 교무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상태다. 오는 15일 대학평의원회 심의를 거친 후 오는 24일 예정된 이사회에서 최종 승인을 받으면 학칙 개정이 공포된다.
 
  대학평의원회 심의가 남아있지만 대학평의원회 심의 없이 이사회 의결이 이뤄진 사례도 있어 대학평의원회가 제 역할을 다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학칙 개정안 의결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대학본부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현재로선 학칙 개정안이 이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서울캠 총학생회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방안을 계획 중이다. 학칙의 상위법이라고 할 수 있는 고등교육법이 개정되면 그에 맞춰 학칙도 다시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유은혜 의원이 발의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해당 개정법률안은 “학생자치기구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학생회칙에 위임”하고 “학생자치기구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학칙 제·개정에 학생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강동한 총학생회장은 “타 대학과 연계한 공동성명서 혹은 합동 기자회견 같은 방식으로 고등교육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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