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제, 학생-학교간 갈등의 씨앗
  • 이현규 기자
  • 승인 2014.04.1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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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칙 개정안이 우려되는 이유
▲ 지난 1월 28일 고려대에서 일방적인 학칙개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학생 대표자들은 개정된 학칙의 시행 유예와 학칙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자리 마련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사진제공 고대신문

전국 4년제 대학 중 상당 수

행사·게시물 허가제 운영

학칙 적용 과정 두고
학생-학교 간 갈등 겪기도
 
  학칙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건 비단 중앙대만의 일이 아니다. 상당수의 대학들이 이미 중앙대 학칙 개정안과 유사한 학칙을 적용하고 있다. 
2013년 7월 31일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의 조사 결과 전국 172개 4년제 대학 중 단체 조직에 사전 허가가 필요한 대학이 92곳(53.2%)이었다. 또한 126개(73.2%)의 대학에서 시위 및 집회 시 사전 허가를 요구하고 있으며 게시물 허가제를 시행 중인 경우는 122곳(70.9%)에 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은 “이러한 학칙들은 평소에는 암묵적으로 용인되다가도 학교 측에서 필요할 때 언제든 적용할 수 있는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허가제 두고 갈등 잦아
 
  학생과 학교가 가장 많은 갈등을 겪는 학칙은 행사 및 게시물의 사전 허가제다. 현재 서울시내 주요 대학 중 건국대와 숙명여대, 국민대, 덕성여대, 국민대 등이 유사한 조항을 학칙에 두고 있다. 
지금까지 중앙대에선 학칙 제65조를 근거로 학생활동 및 간행물 부착과 관련해 신고제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적용 과정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간 대학본부는 각종 행사 진행 및 게시물 부착을 두고 학생들과 갈등을 겪어 왔다. 지난해 ‘안녕들 하십니까’로 알려진 대자보 열풍이 불 당시 학생들의 게시물이 수거되는 일이 벌어졌다. 학생들은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는 게 아니냐”며 반발하기도 했으나 담당 부서에선 “정치적 내용을 담은 대자보는 게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외에도 게시물을 붙이려는 학생과 대학본부 간의 갈등은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 만약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학칙에 의거해 담당 부서가 게시물을 거부할 수 있는 당위를 부여받게 된다.
 
  행사 및 게시물 사전 허가제를 시행 중인 대학들은 학생들과의 잦은 갈등을 겪곤 한다. 2012년 9월 KAIST 총학생회가 행사 개최를 두고 학교 측과 벌인 갈등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KAIST 총학생회는 서남표 전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록 페스티벌 진행을 계획 중이었다. 하지만 대학본부에선 “학생들의 면학분위기를 해칠 수 있고 허가되지 않은 행사는 진행할 수 없다”며 행사 진행을 불허했다. 이에 대해 당시 총학생회 측은 “시대착오적인 통제”라며 반발했다. 같은 해 9월 21일 서강대학교에선 총학생회가 진행하려던 방송인 김제동씨의 토크콘서트를 대학본부측이 ‘정치적으로 흐를 수 있다’며 불허해 행사가 무산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허가제를 실시중인 대부분의 대학에서 행사 및 게시물 부착을 두고 크고 작은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 
 
학생회·징계에 대한 본부 권한 확대
 
  학생회와 관련된 제62조항의 개정도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초기 개정안이 논란이 되자 발표된 수정안엔 ‘총장은 학생회의 자치활동을 권장·보호하며’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이는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학생의 자치활동은 권장·보호된다’는 문구와 유사하다. 하지만 수정안에서도 ‘총장이 학생회의 조직과 운영에 관련된 사항에 대해 따로 정할수 있다’는 부분은 변하지 않았다. 기존 개정안에서 우려됐던 학생자치에 대한 대학본부의 권한 확대 가능성은 여전히 그대로다.
 
  지금까지 학생회는 각자 회칙을 통해 운영 및 조직에 관한 사항을 정해왔다. 하지만 대학본부 및 각 계열에서 정립한 학칙이나 내규와 상충되는 부분이 많았다. 이러한 차이가 갈등으로 번진 것이 얼마 전 무산된 서울캠 인문대 학생회장 선거다. 서울캠 인문대 선거관리위원회와 선거지도위원회는 각자 시행세칙과 내규를 근거로 후보자 자격 요건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지난 8일 서울캠 인문대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를 중단하며 비대위 체제로 넘어가게 됐다. 당시 서울캠 학생회는 인문대 시행세칙을 근거로 후보자 자격 요건의 정당성과 대학본부의 선거개입의 부당함을 주장한 바 있다. 이는 선거가 끝난 후에도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하지만 ‘학칙과 각 학생회 회칙간의 불일치 조항 발생에 따른 학칙 보완’을 목표로 하는 개정안 통과 후엔 대학본부가 학생회칙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 경우 더 이상의 ‘논란’은 일어날 수 없게 된다. 
 
  현재 가톨릭대가 ‘총학생회가 목적 이외의 활동을 할 때 총장이 해산 명령을 내릴 수 있다(제89조)’는 조항을 가지고 있으며 숭실대의 경우 제15조를 통해 ‘학생 단체의 임원개선이나 처벌, 해산을 명령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상당수의 대학들이 학칙을 통해 학생회 운영에 대한 대학본부의 개입을 명문화하고 있다. 이는 2007년 인권위가 수정 및 삭제 권고를 내린 조항들이다. 하지만 이들 대학 중 학칙을 삭제하거나 수정한 곳은 없다.
 
  징계와 관련된 제71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각 계열(직제개편 전 기준)에서 진행했던 징계위원회가 대학본부 소관으로 넘어가게 된다. 학생 상벌에 관한 시행세칙(직제개편 미반영)에 따르면 현재 대학본부 징계위는 기획관리대학본부장, 기획처장, 학생지원처장, 행정지원처장, 법학추전교수, 해당대학장 및 해당학과장과  총장이 추가 임명한 위원으로 구성된다. 
징계와 관련된 대학본부의 권한이 커질 경우 대학본부 정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학생에 대한 징계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현재 기획처는 해당 조항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조항을 수정할 예정이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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