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격차 줄이기 위해 자료 구축이 중요
합리적 위원 구성 방법도 생각해야 
 
▲ 경희대 학생들이 등록금책정위원회에서 등록금 3.7% 인상안이 확정되자 인상안 철회를 주장하기 위해 본관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 사진제공 경희대 대학주보
  
 
 등심위에서 논의되는 예산안 자료는 학교가 제공한다. 자료 분석에 학생 측 대표들은 골머리를 앓는다. 등심위 위원 구성은 학교 측에 유리하다. 그러므로 등심위에서 학생 측 대표들이 학교 측과 동등한 의결권을 가지는 것은 구조적으로 힘들다. 단단한 구조 속에서 어떻게 하면 동등하게 논의할 수 있을까. 중대신문이 학생대표자의 의결권 향상을 위해 대안을 마련해봤다.
 
 
  예산 편성 단계부터 학생 측 대표와 정보 공유= 등심위에서는 2013학년도 추경예산안 및 가결산서와 2014학년도 본예산안이 검토된다. 논의되는 위 자료들은 학교 측이 제공한다. 학교의 예산 편성 과정에 처음 놓이게 되는 학생 측 대표들은 예산 편성에 오랜 기간 참여했던 사람들과 정보격차가 나는 것이 당연하다.
 
  정보격차가 생기면 민주적인 논의가 진행되기 어렵다. 정보의 우위를 선점한 측이 일방적으로 논의를 이끌 수 있다. 또한 우위를 선점하지 못한 측은 정보에 대한 이해과정이 같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논의에 초점을 맞추지 못할 수 있다.
 
  학생 측 대표들이 정보를 받는 입장에서 정보를 이해하고 있는 입장이 되려면 예산 편성 단계부터 뛰어들어야 할 것이다. 중앙대의 예산 편성은 예산 편성 방향 및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도출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각 부서는 예산요구서와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여 제출한다. 대학본부는 이를 취합해 지출예산 요구안을 조정·재조정하는 단계를 거쳐 예산 초안을 작성하게 된다. 이 예산 초안을 가지고 등심위는 등록금 책정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것이다.
 
  즉, 예산안은 예산요구서와 사업계획서로 구성된다. 그러므로 학생 측 대표들이 등심위에서 예산안을 보고 이 부분의 예산을 줄일지 늘릴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업계획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사업계획서를 보고 ‘이것보다는 학생활동 지원이 우선인데’하고 우선순위를 매겨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방대한 양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해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학생대표자에겐 필요하다.
 
  학생 측 대표 간 등심위 DB구축= 등심위에서 본예산안은 전년도 예·결산과 비교해서 논의된다. 본예산안은 사업계획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데 이는 11월과 12월에 작성되고 취합된다. 당선된 학생대표자가 분석하기에는 시간이 없을 뿐더러 아무런 기초자료와 배경지식 없이 분석에 뛰어드는 것은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전 학생대표자가 사업계획서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준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전 학생대표자가 내년도 사업계획서를 받아 분석해 두었다가 사업계획서를 보는 노하우와 함께 전해준다면 당선된 학생대표자가 무리 없이 사업계획서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등심위 자체에 대한 DB도 구축되어야 한다. 등심위는 등록금 책정과 관련한 양보와 요구안이 오가는 자리다. 예를 들면 ‘등록금 동결안을 받아들일 테니 단위요구안을 들어달라’와 같은 이야기가 오간다. 이때 이 단위요구안이 잘 지켜졌는지 감시할 사람은 현 학생대표자와 다음 학생대표자다. 당시 등심위에서 어떤 요구안을 내세웠는지, 앞으로는 어떤 요구안을 제시해야 할지에 대한 실마리는 이전 등심위에 있는 것이다.
 
  등심위에서 반출되지 않는 회의자료나 등심위 노하우도 DB화해 놓는다면 앞으로 당선될 학생대표자는 좀 더 준비된 환경에서 등심위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합리적인 인원 구성 되어야= 학칙 중 등심위 운영규정에는 어느 한 구성단위가 전체의 절반을 넘으면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등심위 위원 구성은 학교 측 대표와 학생 측 대표가 각각 3명으로 동수에 총장이 위촉한 외부 전문가 한 명으로 이뤄진다. 구성을 자세히 보면 결국 학교의 편이 한 명 더 많은 셈이다.
 
  등심위 운영규정 제5조 2항에 따르면 회의 내 결의사항은 출석위원 과반수가 찬성할 경우 결의된다. 학교 측 대표가 한 명 더 많은 상황이라면 학생 측 대표 모두가 등록금 인상안에 반대하더라도 결의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학교 측 대표가 한 명 더 많은 중앙대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학교와 학생 측 대표가 동수로 등심위에 참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금은  학교 측이 원하는 대로 등심위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 측이 선임한 외부 전문가를 추가 위촉하거나 중립성을 만족하는 외부 전문가를 위촉하는 방법이 있다. 외부 전문가의 의결권을 박탈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례로 서울시립대는 위원 구성이 합리적인 편이다. 서울시립대의 등심위 운영규정에는 한 구성단위의 위원 수가 절반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없다. 위원 구성도 중앙대와는 다르다. 교직원 대표가 3명, 교수회가 추천하는 교수가 1명, 총학생회 정·부회장이 각 1명, 대의원회의가 추천하는 단과대 정학생회장 대표 2명, 총장이 추천하는 관련 전문가 1명, 총학생회가 추천하는 동문 1명으로 위원이 구성된다. 자세히 살펴보면 학교 측 대표 5명, 학생 측 대표 5명으로 그 구성이 동수임을 알 수 있다.
 
  외부 단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올해 고려대 학생 측 대표들은 등심위 자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의 자문을 받았다. 고려대 최종운 총학생회장은 “공인회계사의 자문과 달리 대학교육 전문가분들의 자문이라 법인부담에 대한 문제, 사학법 개정상황 등을 학교 상황에 맞춰 상담 받았다”며 “회의 자리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고려대 학생 측 대표들은 대교연의 도움으로 2010년부터 축적된 예·결산 자료를 통해 4년간 교비회계의 흐름을 파악하고 예산과 결산상의 차이를 분석할 수 있었다. 한양대 역시 대교연에 자문을 받고 있는 상태다.
 
  대교연은 대학 교육에 대한 제반 연구와 교육관련 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교육 개혁을 이루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현재 교육 연구와 더불어 강연·상담·자문 사업도 하고 있다.
 
  대학 정책, 재정 등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국·사립대 재정 분석이나 정부 고등교육 정책 등의 내용에 대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정회원으로 가입하면 1년 간 상담과 자문이 가능하며 일정 금액의 회비를 내면 회원 가입이 된다. 대학재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거나 대학 주요 이슈가 궁금하다면 대교연의 강연도 추천할 만하다. 또한 대교연 홈페이지에는 국·사립 대학의 회계구조와 관련한 설명이 올라와 있으므로 학교 회계가 낯설다면 참조해보는 것도 좋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