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록 공개 늦어 학생들 피드백 불가능해
특수·전문대학원은 등록금 논의 없이 일방적 인상

  올해로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가 네 번째 생일을 맞았다. 등심위는 학내 구성원 논의를 토대로 학비를 정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2011년부터 의무화됐다. 하지만 시행 초기부터 등심위 실효성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올해 등심위 역시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위원 구성부터 학생 측과 학교 측이 대등하지 못하다고 등심위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했다. 또한 대다수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정부의 등록금 인하 방침은 무색해졌다.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연세대 등 대학가 곳곳에선 학생 위원들이 회의 자리를 나가며 파행되기도 했다. 중앙대 등심위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등심위의 앞길에는 어떤 걸림돌이 있는지 살펴봤다.

  외부 전문가는 총장이 위촉한다= 중앙대 등심위는 총 7명이 참여하며 대학본부 측 3인, 학생 측 3인, 외부 전문가 1인으로 구성된다. ‘어느 한 구성단위에 속하는 위원의 수는 전체 위원의 2분의 1을 초과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한 교육부령에 의거해 대학본부와 학생 측 위원을 동수로 구성하고 외부 전문가를 추가한 것이다.

  외부 전문가는 의결권을 가진다. 일반적으로 외부 전문가는 공인회계사가 맡게 되는데 중앙대 등심위 운영 규정에 따르면 외부 전문가는 총장이 위촉한다. 외부 전문가를 위촉하는 과정에는 학생 측 위원의 동의조차 없다. 대학본부와 학생 측 위원이 팽팽히 맞설 때 외부 전문가가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부 전문가 총장 위촉 조항은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사안 의결은 출석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부 전문가의 태도가 논란이 된 사례는 적지 않다. 이화여대의 경우 외부 전문가의 편파적인 태도 논란으로 학생 측 위원이 불참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중앙대는 외부 전문가의 태도로 파행을 겪진 않았지만 등심위에 참여한 학생 대표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외부 전문가가 학교 측의 입장에서 답변하는 편이었다’고 답했다.

  특수·전문대학원은 등심위 존재도 몰라= 등심위에서는 학부 등록금에 대한 논의만 오가는 것이 아니다. 학부와 대학원 등록금 의결이 모두 등심위에서 이뤄지며 특수·전문대학원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 전문대학원 등록금 3% 인상, 특수대학원 등록금 3.7% 인상이 의결된 것도 바로 등심위 자리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특수·전문대학원 학생 대표자가 등심위 위원으로 참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등심위에서 대학원 대표 위원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뿐이다. 특수·전문대학원 학생들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선 특수·전문대학원을 포함하는 대학원 연합 학생대표가 등심위에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대학원과 특수·전문대학원은 연관성이 없을 뿐더러 상호 교류가 전무해 특수·전문대학원 학생들의 의사는 등심위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현재 특수·전문대학원은 등록금 책정에 대한 어떠한 소통창구도 없는 상태다. 특수대학원 김형준 총학생회장(예술경영학과 석사 4차)은 “등록금이 오르면 의아하긴 했어도 그냥 오른 등록금을 내고 있었다”며 “특수·전문대학원은 등록금 논의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등심위라는 기구가 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본회의록 비공개= 등심위를 통해 등록금을 심의한 지 4년이 지났지만 등심위 발언자와 논의 내용을 기록한 본회의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서울 소재 12개 대학으로 눈을 돌려봐도 발언자와 발언 내용이 상세히 담긴 회의록을 공개하는 학교는 서강대와 한양대 단 두 곳에 불과하다.

  고등교육법 등심위 관련 조항에는 등심위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앙대는 간사로 참여하는 예산팀장이 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받아쓰는 방식으로 회의록을 작성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공개되는 회의록은 회의 내용을 요약 정리한 간이회의록뿐이다. 대학본부 측이 신상정보 보호의 명목으로 본회의록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는 간이회의록조차 1차 등심위(1월 15일)가 개최된 지 42일이 지난 지난달 26일에 공개됐고 마지막 등심위 회의록은 현재까지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3월 1일 기준) 매년 회의록 공개가 지체되면서 등심위 기간 내 일반 학생들의 피드백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또한 속기와 기억에 의존해 회의록을 작성한다는 점과 간이회의록이라는 축약된 형태로 제시된다는 점은 등심위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일반 학생들에게 등심위는 밀실회의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올해 학생들이 등심위 결과를 최초로 접한 것은 등록금 의결이 이미 끝난 1월 29일 서울캠 총학생회장의 중앙인 게시물을 통해서였다.

  예산 편성 우선순위 결정권 학생에 없어= 등록금 책정과 예산 편성은 불가분의 관계다. 예산안 자체가 등록금 책정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중앙대는 예산 편성의 첫 걸음으로 예산편성 방향과 기본계획을 세운다. 거둬들이는 돈을 어디에 쓸지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 학생참여는 전무하다. 등록금 의결권은 있되 등록금을 어떻게 배분할지는 결정할 수 없는 것이다.

  등심위 무용론은 이미 예견된 문제다. 학생이 배제된 채로 틀을 짜놨으니 학교 측에서 제시한 안대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캠 강동한 총학생회장(물리학과 4)은 “등록금 동결에 맞춰 작성한 예산안을 가지고 어떤 의결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며 “의결이 진행되도 학생 측은 3명이고 대학본부 측은 4명이라 결국 지는 싸움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등심위에 참가했던 학생 대표자들은 모두 등심위의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애초에 학생들에게 불리한 조건이 작용해 학생들이 진정 원하는 바를 주장할 수 없다면 등심위는 죽은 협의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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