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캠퍼스커플(CC)에 대한 로망. 그 화려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별의별 에피소드를 겪고 비로소 CC에 대한 쓰디쓴 맛을 알아버렸다는 그들. 지금부터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CC이별 후 이야기를 들어보자.


  -‘CC이별 후’를 대표해서 나온 기분이 어떤가.
꽃무늬 주변에서 별다른 반응은 딱히 없었다. 사귀는 시간이 오래되지 않아 내가 주제에 맞는 사람일까 고민도 했다.
가디건 사실 팟캐스트 게스트로 나온다고 전 남친에게 말하고 왔다. 그 사람도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 것 같다.


  -본격적으로 다들 CC를 언제부터 한 건지 소개 좀 해달라.

가디건 새내기 때 한 번 CC를 해보고 2011년부터 최근까지 두 번째 CC를 했다.
청자켓 1학년 때 사귀었다. 그런데 사귄 흐름을 보면 계절을 참 많이도 닮았다. 정확히 말하면 따사로운 봄엔 서로 눈이 맞아 연애를 시작했고, 여름엔 뜨거웠으며, 가을엔 그와 헤어져 결국 추운 겨울을 홀로 보냈다.
꽃무늬 1학년 2학기 겨울방학을 시작하면서 한 달가량 짧고 굵게 만났다.


  -가디건씨는 종결어미가 ‘했다’로 끝이 났다. 그럼 헤어진 건가.
가디건 그렇다. 최근에 두 번째 CC를 마감했다.


  -지금도 충격이 크겠다.
가디건 무슨 소리. 전혀. 요즘 서로 쿨하게 지내고 있다. 어제저녁에는 같이 밥도 먹었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연인 관계’에서 ‘情을 나누는 관계’로 옮겨갔을 뿐이다.


  -다른 분들은 이별의 아픔을 다 잊었나.

꽃무늬 그렇다. 이젠 이름조차 가물가물하다. YES썰 사전인터뷰 당시 한 작가가 묻더라. 그분 성함은 기억이 나냐고. 거짓말 안 하고 정말 이름이 생각 안 났다. 나도 놀랐다.
청자켓 이젠 추억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1년 정도 되어가니 말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다른 연인들에 비해 마무리가 훈훈했다. 그래서 크게 아파했거나 아쉬웠던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
 

 
  -다들 어떻게 CC를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꽃무늬 전 남친은 아웃사이더 선배였다. 내가 새내기였을 적 6,7살 정도 많은 전 남친은 조상님학번 같았다. 그런 사람이 계속 밥을 사주겠다고 나오더라. 하지만 매번 거절했다. 왜냐, 통학하느라 집-학교-집-학교 이 동선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일명 ‘집순이’라고 부르지 않나 싶다. 내가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자 어느 날 선배가 집 근처로 찾아왔다. 그날 이후 역사는 시작됐다.
청자켓 첫눈에 반했다. 새내기 때 선배를 본 순간 감탄사 연발이었다. 잘생겨서가 아니다. 그냥 선배의 말에선 지식이 철철 넘치는 듯했고 행동 하나하나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솟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먼저 선배를 향해 다가갔다. 그런데 웬걸. 7:1의 경쟁률이 아니겠는가. 무조건 선배를 쟁탈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열혈팬처럼 그 선배가 출몰하는 장소 곳곳을 쫓아다녔다. 그때 내게 생긴 별명이 바로 ‘돌직구녀’다.   
가디건 그냥 친하게 지내던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카카오톡을 자주 주고받곤 했지만 전화까지 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해서 전화를 받았더니 첫 마디가 가관이었다. 욕설을 퍼붓더라. 나도 화가 나서 뭐라고 선배에게 말을 했지만 선배의 욕설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충격적이었다. 그 신선함에 확 끌렸다.


  -사귈 때 주변 사람들 반응은 어떠했나.

가디건 축복 반 걱정 반이었다. 첫 동기 CC같은 경우 새내기 1호 커플이다 보니 세기의 관심사였다. 그런데 문제는 두 번째 CC였다. 상대방이 학과 내에서 카사노바로 통했기 때문이다. 내집단 연애를 다섯 번씩이나 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사귀기 전부터 알아온 그 사람은 가장 인간다웠다. 학과 이미지는 그냥 이미지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내겐 다른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주변 시선이 두려웠다면 애초 CC를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꽃무늬 겨울방학에 사귀다 보니 주변에서 잘 알지 못했다. 굳이 공개연애를 해야 할 이유도 못 느꼈다. 오히려 깨지고 난 뒤 내 연애 사실을 알게 된 선배들과 동기들이 걱정을 많이 해주더라. 왜냐면 상대방의 과거가 화려했기 때문이다. 나는 정작 그 사실을 깨지고 난 뒤에 알아 등골이 오싹했다.
청자켓 비밀로 만나기로 했는데 첫 데이트 날 들키고 말았다. 7:1의 경쟁률을 뚫어서 그런지 몰라도 주변의 시샘이 많았다. 예를 들어 한 선배는 “10년 뒤엔 분명 각자 결혼식장 하객으로 갈 텐데 말이야”란 반응을, 걱정을 해주는 선배는 “절대 CC인 거 밝히지 마. 끝까지 숨겨! 흑역사야 흑역사!”라고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웃음)


  -CC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가디건 특히 선배를 사귈 경우 과제에 있어 확실히 좋더라.(웃음) 일명 대대로 내려오는 족보를 손쉽게 받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반대로 단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청자켓 짓궂은 농담이 자주 오가서 곤란했다.
꽃무늬 경험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을 보면 CC들의 일거수일투족 모든 상황이 보고되더라. 주변이랑 함께 사귀는 느낌? 아무튼 오지랖 집단이 나서면 무성한 소문만 흉흉하게 남는다.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이번 팟캐스트 주제가 ‘CC이별 후’다. 각자 왜 헤어진 건가.
꽃무늬 집착이 심했다. 무서울 정도로 말이다.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항상 연락이 되어야 했다. 만약 문자가 왔을 경우 5분 동안 답이 없으면 수차례 부재중 전화가 와 있더라. 어렸을 적부터 방목형으로 성장한 터라 누군가에게 얽매이는 게 부담이었다.
청자켓 누구나 그렇듯 권태기로 시들해졌다. 서로가 바쁘다 보니 서운했던 건 사실이다. 그때 상대방이 시간을 갖자고 하더라.
가디건 마찬가지로 권태기가 와서다. 둘 다 취업준비에 바빴고, 서로 미래를 생각하다보니 헤어지는 게 맞는 것 같았다.


  -꽃무늬씨 같은 경우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다.
꽃무늬 집안에 우환이 있어 친척 집에 가야 할 때가 있었다. 어른들이 모이는 자리였고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사전에 전 남친에게 연락이 안 될 거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웬걸 부재중 전화 25통에 문자, 카톡이 수십 통이나 와 있더라. 헤어진 뒤에는 장문의 메일이 와 있었다. 무려 6,000자씩이나.(좌중 야유)


  -헤어질 당시 주변의 시선이 두려웠을 텐데 어떻게 헤어졌다고 알렸나.
가디건 헤어진 뒤 친한 친구들에게 먼저 이야기를 했고 그 외 사람들한텐 굳이 나서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냥 누군가 물어보면 대답하는 태도로 일관했던 것 같다.
청자켓 최측근들에겐 당일 바로 발표했다. 그런데 나머지 사람들은 헤어진 사실을 잘 모르니 간간이 내게 상대편에 대한 소식을 묻더라. 진땀 꽤 났다.(웃음)


  -함께 데이트했던 학교 주변도 낯설었을 것 같다.
가디건 둘이서 안 가본 데 없이 흑석동을 휘젓고 다녔다. 물론 한동안은 불편했지만 나중엔 ‘연인’과 있었던 공간이 아닌 ‘친구’와 있었던 공간으로 느껴졌다. 아마 마음가짐에서 그런 현상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각자 곤란했던 경험을 들어보자. 이별 후 첫 만남은 어땠나.
청자켓
당황스러웠다. 낯설기까지 했으니. 그런데 일주일 만에 전 남친 페이스북에 다른 여자와의 사진이 계속 올라왔다. 직접 목격하지는 않았지만 동기 모두가 분노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디건 그냥 어색함 없이 만났다. 자주 모이는 친구들과 함께 늘 해왔던 그대로 약속도 잡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별 탈 없다.
꽃무늬 마주치면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다른 여자후배들이랑 있으면 그 후배의 안위부터 걱정이 되더라. 앞서 말한 그 선배에 대한 오싹한 소문 때문이었다.


  -청자켓씨는 충격이 컸을 것 같다.
청자켓
헤어질 때 페이스북 친구를 끊지 말자며 훈훈하게 끝내놓고,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상태(1주일)에서 새로운 여친 사진을 올리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 배려를 못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충격이 컸다.


  -다른 맥락이지만 혹시 옛 연인과의 추억을 지우지 않는 경우도 있나.
가디건 사람들이 헤어지면 꼭 사진, 전화번호 등을 지우더라. 난 절대 그렇지 않다. 사진을 삭제할 경우 내 지난 시간이 모조리 사라지는 기분이다. 물론 한때는 연인관계였지만 그것도 추억이지 않나 싶다. 감정 따위에 얽매여 내 소중한 추억이 사라진다는 건 있을 수 없다.


  -경험자들로서 앞으로 후배들이 CC를 할지 말지 고민한다면 뭐라 조언할 것인지 궁금하다.
꽃무늬 무조건 말릴 거다.(웃음) 물론 느낌이 좋으면 사귈 수 있다. 하지만 그 사귐에 책임이 따른다는 것 정도는 명심해야 한다.
가디건 정말 미치도록 사랑하지 않는 이상 사귀지 마라. 그리고 자신이 남의 말에 잘 흔들리는 팔랑귀라면 절대로 사귀면 안 된다.
청자켓 난 경험주의자다. 경험하고 싶다면 하면 된다. 고민하지 말자.


  -마지막으로 묻겠다. CC 또 할 건가.

가디건 이제 졸업이다. 해보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웃음)
꽃무늬 절대로!
청자켓 끌리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OK!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